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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의 일탈[퓨전수필 13년 겨울호]

by 동아줄 김태수 posted Jan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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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의 일탈


동아줄 김태수


처음엔 에세이 데이에 참석할 엄두를 못 냈다. 아니 참석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맡길 수도 없거니와, 쇼핑 몰 규정이 마음대로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어서이다. 재미수필문학가 협회 성 회장님의 간곡한 요청에 문학기행은 제외하고 에세이 데이만이라도 참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2박 3일의 에세이 데이는 아쉬웠다. 만 2년 만에 다시 찾은 곳이다. 하루는 더 머물러야 LA의 문인들을 만나 친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3박 4일의 스케쥴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새벽 2시 10분에 앵커리지를 떠나 포틀랜드 거쳐서 LA에 오전 10시 25분 도착했다.

잠을 못 자서 첫날 저녁 강의 때 졸릴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잠은 사라지고 정신은 맑아졌다. 쎅시의 묘약인지 교수님께서 하시는 문학 처방전 강의의 약효는 끝까지 계속되었다. 글을 쎅시하게 써야 관심을 끌 수 있고, 그 섹시는 매력 덩어리이어야 하고, 인간 중심을 그려내야 한다고. 또한, 수필 장르야말로 한국과 미국이 대동소이한 수준이며, 오히려 한국과 차별화된 미주 지역만의 삶과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그동안 글로만 주고받던 문우들을 처음 만났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반가움이 앞섰다. 반갑게 맞아주는 재미수필 임원과 회원뿐만 아니라 LA 문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나에게 전이됐다. 춥고 어두운 알래스카 생활을 벗어나 따뜻한 기온에,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글벗들이 많은 이곳에 이사 오고 싶은 생각이 일었다. 그래야 이번처럼 임헌영 교수님 같은 저명한 분을 모시고 하는 문학 세미나에도 자주 참석할 수 있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자신의 글을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이런 세미나가 그리워질 것이다. 알래스카에서 왔다고 특별히 관심 가져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래도 3박 4일 동안 임 교수님과 많은 분을 뵙고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인연으로 3박 4일간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도록 해야겠다.

뭐라고 해도 글쟁이는 좋은 글을 나눌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춥고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 가 계속되는 긴 겨울을 어떻게 지낼까? 3박 4일간의 추억을 되새기며, 좋은 글 주고받도록 노력하며 바람난 내 마음부터 다스려야 할 것 같다. 짧지만 긴 여운이 글에 묻어나도록.
알래스카 시골에 묻혀 사느라 언제 이런 명강의를 들을 수가 있겠는가? 하나도 안 놓치려고 열심히 들었다. 그 내용을 두고두고 우려먹으며 약발을 유지하려 한다. 정말 귀한 시간이었고, 보람찬 세미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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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도착에서부터 끝까지 챙겨주신 성민희 회장님, 좋은 말씀 해주신 조만연, 조옥동 선생님, 재미수필 임원진들과 회원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한다. 워싱턴문인회 유 회장님을 비롯한 회원들과 시애틀에서 오신 분들과도 좋은 인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