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에게 하는 사랑고백[맑은누리 14년 여름호]

by 동아줄 posted Jun 23,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달님에게 하는 사랑 고백



빛을 내지 않으면서도 받는 대로 돌려주며

몫을 챙기지 않아 줆도 그침도 없고

혼자 있을 때에도

낮 빛에 밀려 무시당해도

기다리고 채워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둠이 찾아와서 말했지요

캄캄할 때에는 불 밝혀야 한다고

욕망의 불을 밝히기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일 원 없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둠 속으로 적당히 몸을 숨기기도 하면서

당신은 필요할 때만 찾게 되었어요

오히려 내 은밀함이 드러날 것 같으면 멀리했지요

다만 내 불빛을 유지하기 위해선 뭔가 태워야만 했어요



갈수록 내가 가진 걸 자꾸 태워 없애야 한다는 게 싫었어요

어둠의 행실을 떨쳐버리지 못할 두려움이 밀려왔지요

그때 당신이 다가와 나를 그냥 안았어요

당신은 이름만 빌렸을 뿐 원래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빛이었어요

스스로 부신 빛을 삭여 은은하게 머물며

공평하게 내어주는 사랑이었지요


당신이 내 안에서 차고 기욺에 따라 명암을 엮어

끊임없이 거듭나는 삶이 되게 하네요

이젠 다시 맞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태우며 살아야겠어요

보존하려 아끼며 쌓아둘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이름과 재산과 건강과 능력과 관계도

때 되면 유효기간 안에서 다 내어주는

한 사랑을 위한 소모품이어야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닮아가겠지요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내 맘을 비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