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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
                                                                                                                                                                      

동아줄 김태수(Thomas Kim)


  시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내용과 형식에 따라, 문예 사조와 작품 경향에 따라, 또한, 시대에 따른 분류 등 모두 수십 종류의 시가 있습니다. 그 종류에 따라 시의 특성도 각기 다를 것입니다. 이러한 시중 어떤 시가 좋고 어떤 시가 안 좋은가를 가름하는 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고르면 됩니다. 마음에 드는 시가 좋은 시입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시입니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시는 좋은 시 반열에 드는 것을 유보한 시입니다. 적어도 내게는 유명하고 많이 읽히는 시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저 그렇고 그런 시에 불과합니다. 나중에 무릎을 치면서 감탄할 새로움을 발견할 시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시인이 말합니다. 좋은 시는 상투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낯설게 하기’와 ‘침묵의 여백’이 있어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시라고. 독창적인 이미지와 새로운 인식으로 쓴 시여야 한다고. 설명이 아닌 함축과 은유가 배어 있어야 하고, 정서의 표현은 해설이 아닌 느낌이 감동을 일으키는 해석이어야 하고, 의미가 있는 시가 좋은 시라고. 다 맞는 말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이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겨야만 합니다.  

   시(詩)는 한자로 풀어보면, 말씀 언(言)과 절 사(寺)자가 합쳐서 '사찰의 말씀'이 됩니다. '사찰의 말씀'은 세속적인 말이 아닙니다. 오묘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는 말씀입니다. 대부분 절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천이 빼어나고 풍경이 좋은 곳입니다. 산속 절에는 날짐승과 들짐승, 숲과 나무가 있어서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스님들이 말하고 노래한 것이 바로 시가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통하여,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노래하는 시면 좋겠습니다. 자연을 떠난 삶이란 수족관의 물고기입니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태어났으니 자연과 함께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인용하거나 모방을 하더라도 개성과 주관이 그 흠집을 뛰어넘는 시면 좋겠습니다. 시대에 따라 유행이 다르긴 합니다. 유행은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의 추구여야 합니다. 상투적인 표현은 무조건 낡은 것으로 여기고, 신춘문예에 산문시가 대세라 하여 개성과 주관 없이 좇아갑니다. 그러나 진리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을 어떤 개성으로 어떻게 특별화하여 새롭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김치 같은 시면 좋겠습니다. 김치처럼 지역과 재료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고 독특한 고유의 맛이 살아 있고, 싱싱할 땐 풋풋함과 생동감이 넘치는 맛이 있으며, 오래 묵어도 숙성된 감칠맛이 그윽이 묻어나오는 시면 좋겠습니다. 김치처럼 한국인의 문화와 전통, 맛과 정서가 스며있으면서도 세계적으로 그 가치가 인정받는 시면 좋겠습니다. 어부와 사무원이 그 처한 환경과 하는 일이 다르듯이 시도 소재와 제재, 보는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특유의 맛이 묻어나야 합니다.

좋은 시는 *첫째로, 감정의 느낌을 잘 표현한 시로써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시여야 하며, 누구나 읽어서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시입니다. 이러한 시는 혼자 읽기 아까워서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거나 읽기를 권유하게 됩니다. 아무리 잘 쓴 시라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시는 고목 같은 시입니다. 이러한 시는 생동감이 없습니다. 발아되지 않은 씨앗일 뿐입니다.
                                                                    
둘째로, 교훈과 경험, 철학과 사상이 한데 엉겨 담겨 있는 시입니다. 이러한 시는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어지며 그 의미를 되새겨 생각하게 하고, 격언과 속담처럼 시대를 뛰어넘어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상황에 맞는 새로운 느낌이 들게 합니다. 힘들고 지쳤을 때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난관을 헤쳐가는 지혜를 얻습니다.

셋째는, 삶의 현장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그 정서를 승화시키는 시입니다. 이러한 시는 삶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삶의 가치를 더해줍니다. 돈의 흐름에 따라 울고 웃고 부대낍니다. 이룸과 좌절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감춰진 욕망이 가시가 되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이 됩니다.

넷째로, 시대 상황을 바르게 공감하고 있는 시입니다. 자연의 섭리와 휴머니즘과 진리에 반하는 체제와 상황에 맞서 몸으로 부딪치며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해결책을 촉구하는 시입니다. 정교한 문체보다는 투박함이 배어 있어서 좋고, 역동적이고 비판 정신이 있어서 좋습니다. 저항은 새로워지려는 몸부림이며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입니다. 저항 없는 사회는 저수지의 물입니다. 저항은 흐르는 물입니다. 바른 곳으로, 낮은 곳으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 같은 시를 써야 합니다. 고인 물도 흐를 때 비로소 맑아지며 주위를 정화합니다. 힘이 생기고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이며 말라 죽어가는 생명을 살립니다.

 

  요즘 시를 쓴답시고 이것저것 읽어봅니다. 시론도 읽어보고 수상작품들도 읽어봅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편협한 사고와 비뚤어진 잣대를 들이대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여기지는 않는지? 이름있는 시인의 작품은 다 좋은 것이며 설혹 마음에 들지 않는 시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냥 인정하는 건 아닌지? 비판 없이 평론가의 내용에 편승하여 받아들이고 맞장구를 치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마다 평가와 심사기준이 달라 당선작이 다른 곳에선 낙선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선작과 수상작이 다 좋은 작품일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작품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 많은 작품을 전문인이 안목을 가지고 옥석을 구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내 마음에 드는 시를 써야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들게 하는 시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를 써 보도록 노력하면서 몇 사람으로부터 감동 어린 충고와 격려와 공감을 얻는다면 나는 시인의 길을 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시 같은 시는 많지만, 시다운 시는 드물다고 합니다. 이는 시인 같은 시인은 넘치지만, 시인다운 시인이 드물어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  위에서 언급한 좋은 시는 “첫째로 ~ 넷째로”까지의 글은 <한글세대가 본 논어 2, 배병삼 주석, 문학동네 펴냄>의 다음 내용을 중심으로 제 의견을 펼쳤음을 밝힙니다.
“시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하며(興), 사물을 보는 눈을 키우게 하고(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하며(群), 잘못을 비판하게 한다(怨). (詩, 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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