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의 시
2005.08.14 14:47
뼈속의, 살 속의 온 신경이 분해되어 오늘은 그것
으로 비가 오는 듯 싶어 그 비에 매 맞고 그 아픔으
로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이 우울의 확실한 이유가
몸 속 깊숙히 박혀서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에
나는 그저 그 몹쓸 것을 살 살 달래는 방편으로 책방
에 들러야 했다. 접힌 우산을 펼 수 없는 끊어진 신
경을 몇 권의 시집 속, 단단한 싯구를 찾아 이을 수
있으랴만.
낮동안 오래도록 조용조용 비가 내리고 절대안정의
공기 속에서 침묵은 위험한 사상으로 자꾸만 나를 좇
는데 오후의 막다른 골목 어귀에서 순한 농도의 술
한 잔으로 일시에 하늘이 내려올 듯한 저 젖은 고요
를 '제 위치!'할 수 있을까. 혀 끝이 달달한 약한
명령으로. 잘게 부서진 신경세포의 눈물로. 비가 그
저 비가 아닌양, 밤을 이어 우울한 가슴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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