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설교

2018.07.05 08:52

성민희 조회 수:59

수영장에 꿀벌 한마리가 빠졌다. 
허우적거리는 녀석을 신발에 담아 건져올려 주었다. 
밖으로 내어주면 탈탈 몸을 털고 날아갈 줄 알았는데 웬걸 옆걸음으로 비실비실이다.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기만 하면 풀밭인데 도로 풀장 쪽으로 기어간다. 혹시 자살하려는 것을 내가 건진건가? 
손으로 만지기는 징그럽고 그렇다고 모른척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기엔 가엾고. 
할수없이 신발로 툭 쳐서 바깥으로 밀어내었다. 
그 여린 몸이 부서질 것 같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이 녀석. 내 마음도 모르고 한바퀴 뒹굴고는 몸의 균형을 잡더니 또 풀장쪽으로 기어간다. 아이구. 이 바보. 또 살짝 밀었다. 시멘트 바닥에서 또 한바퀴를 구른다. 내 신발이 녀석에겐 집채만큼 클텐데. 받힌 곳이 얼마나 아플까. 타박상이라도 입지 않았을까. 걱정은 되지만 물 속에 도로 빠지게 둘 수는 없는 일. 아무리 힘든 시련일지라도 죽는 거보다는 나으리라.
혹독한 몇 번의 뒤집힘 후 드디어 풀밭 쪽으로 고개를 세우고 걸어간다. 휴우.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기적어기적 기어가는 녀석이 대견스럽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이럴까. 
꿀벌 한마리가 영력이 센 어느 목사님보다 더 깊은 설교를 했다.


36651071_1770855449661444_7320522755303014400_n.jpg


36712440_1770855432994779_74919803193655296_n.jpg


36790332_1770855439661445_6169703504043573248_n.jpg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꿀벌의 설교 file 성민희 2018.07.05 59
173 고마운 경찰 아가씨 성민희 2018.04.25 27
172 산불과 비자금 성민희 2017.10.30 430
171 [The New York Times] 올 한 해 행복하고 싶다면 ‘작게 생각하라’ 성민희 2017.01.03 180
170 새해 아침에 [1] 성민희 2017.01.01 68
169 나주집에서의 만남 / 정한용 성민희 2013.03.23 364
168 봄비가 오시면 좋겠습니다. 성민희 2013.03.01 77
167 위풍당당 행진곡 / 엘가 (.E, Elgar, Pomp and Circumstance March No. 1) 성민희 2013.02.27 286
166 Thank you card kiminja 2012.04.13 131
165 성탄절 인사 올립니다. 한길수 2011.12.21 142
164 Merry Christmas~! 이기윤 2011.12.20 128
163 시간 사냥 성민희 2011.07.05 280
162 성민희님... 박상준 2011.06.27 231
161 초보시절 사진 박상준 2011.06.27 254
160 한국의 멋 남도 박상준 2011.06.24 171
159 “아버지의 낡은 점퍼” 김영강 2011.01.17 251
158 민희님의 방문 참 반가웠습니다. 박봉진 2011.01.09 297
157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성민희 2011.01.07 278
156 聖誕과 新年을 祝福~!!! 이기윤 2010.12.24 224
155 크신 축복을... 깊은 바다 2010.12.16 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