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는 시...

2003.11.19 05:34

삼촌 2 조회 수:552 추천:11

우리 타냐가 엄마 생각 하면서 읽으려다 눈물이 나버렸구나.
나도 그런적이 있는데...
몇년 전 리치몬드에서 한국의 현대시를 소개하는 세미나에서 다음 시를 읽다가 마지막 연에서 그만 목이 막혀버렸지. 어머니를 그리며 쓴 이동순 시인의 시나 타냐의 시나 모두 그리움으로 눈물나게 하니까. 타냐의 눈물 이해할 수 있어. 고씨가 정도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가보지? 참 이번에 예일대 법대학장으로 취임한 고홍주씨 아버지(고광림박사)가 제주도 우리 마을 사람이지. 고씨는 다 친척이니까 타냐도 나도 고홍주씨도 또 누구냐 한국의 국무총리 고건씨...많구나.


<서홍김씨 內簡>
-아들에게

그해 피난가서 내가 너를 낳았고나
멀을 것도 없어 날감자나 깍아먹고
산후구완을 못해 부황이 들었단다
산지기집 봉당에 멍석 깔고
너는 내 옆에 누워 죽어라고 울었다
그해 여름 삼복의 산골
너의 형들은 난리의 뜻도 모르고
밤나무 그늘에 모여 공깃돌을 만지다가
공중을 날아가는 포성에 놀라
움막으로 쫓겨와서 나를 부를 때
우리 출이 어린 너의 두 귀를 부여안고
숨죽이며 울던 일이 생각이 난다
어느 날 네 아비는 빈 마을로 내려가서
인민군이 쏘아죽인 누렁이를 메고 왔다
언제나 사립문에서 꼬릴 내젓던
이제는 피에 젖어 늘어진 누렁이
우리 식구는 눈물로 그것을 끓여먹고
끝까지 살아서 좋은 세상 보고 가자며
말끝을 흐리던 늙은 네 아비
일본 구주로 돈벌러 가서
남의 땅 부두에서 등짐 지고 모은 품삯
돌아와 한밭보에 논마지기 장만하고
하루종일 축대쌓기를 낙으로 삼던 네 아비
아직도 근력좋게 잘 계시느냐
우리가 살던 지동댁 그 빈 집터에
앵두꽃은 피어서 흐드러지고
네가 태어난 산골에 봄이 왔구나
아이구 피난 말도 말아라
대포소리 기관포소리 말도 말아라
우리 모자가 함께 흘린 그해의 땀바울들이
지금 이 나라의 산수유꽃으로 피어나서
그 향내 바람에 실려와 잠든 나를 깨우니
출아 출아 내 늬가 보고점어 못 견디겠다
행여나 자란 너를 만난다 한들
네가 이 어미를 몰라보면 어떻게 할꼬
무덤 속에서 어미 쓰노라

이동순
1951년생
두살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심
1973년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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