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죽으면...

2004.03.24 12:30

두울 조회 수:113 추천:13

사후 세계가 시체와 관계가 없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후 세계가 없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이곳의, 지금의 논리나 언어로는 말하기 힘들겠지요. 안다해도 말입니다. 가능한 것은 언어의 기능을 높여가는 것입니다. 메타포를 통해서 말입니다. 최근에 읽고있는 앤드류 그릴리 신부님의 Religion as Poetry 라는 책을 보면서 시인들이 하는 일이 이렇게 사유의 차원을 높이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밖의 세계를 표현한다면 시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22년 전 영국에서 두주를 머물면서 대영박물관에서 오직 그리스 유적과 이집트 유적만을 보았습니다. 어마어마하게 그리스 신전을 통째로 옮겨놓은 그곳이었습니다. 그리스나 이집트보다 더 많은 그 나라 유물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둘 다 영국의 식민지였으니...그때 같이 회의에 참석한 일본 대표에게 박물관이야기를 했더니 열을 내면서 영국이 '순 도둑놈들'이라고 욕을 하더라고요. 그러기에 제가 '너희가 한국에서 빼앗아간 유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하니?'라고 물어 그들의 얼굴을 벌겋게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국 사람들요? 아직도 세계가 자기들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그러더군요. 자기들이 보관했으니 이렇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허지만 도둑은 도둑이 맞지요?

죽음 그 다음 세계...잘 모르는 곳...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그래서 불안한...
모리와 함께하는 화요일이란 책에서 읽은 한 소절을 생각합니다. 작은 파도와 큰 파도가 달려가는데 작은 파도가 묻습니다. 어쩌지요? 이제 저 해변에 부딫히면 우리는 죽는 것이겠지요? 포말로 변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요? 겁이나요. 큰 파도가 대답합니다. 아니야. 우리가 해변에서 부서지면 우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큰 바다가 되는 것이란다. 겁내지 마.

노랫말이 정말 좋군요. 감사합니다. 잘 감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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