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학(詩學)

2008.07.20 17:44

정용진 조회 수:1515 추천:1

사랑의 詩學
                     정용진
1) 사랑의 아름다움

     사랑

그대는 누구 이 길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문을 닫아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가.

내가 찾지 못하여
서성이고 있을 때
그대 마음도 그러하려니

차가운 돌이 되어
억 년 세월을 버티지 말고
차라리
투명한 시내가 되어
내 앞을
소리쳐 지나가게나

골목을 지나는 바람처럼
바람에 씻기는 별빛같이

그대는 누구이길래
이 밤도
텅 비인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가.     -정용진, <사랑> 전문


나는 “시란 직관의 눈으로 바라다본 사물의 세계를 사유의 체로 걸러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인 동시에 영혼의 메아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더구나 인간의 사랑은 삶 그 바닥에 깔린 서로간의 끈끈한 정의 표현이요, 아름다운 마음의 고백이다. 너와 나의 영혼의 메아리요 생명의 언어인 시속에서 사랑의  진실을 찾고 싶은 것이 사랑의 시학을 쓰는 가장 큰 이유다. 고대 희랍인들은 사랑을 아가페(Agape), 에로스(Eros), 필리아( Phile)로 분류하였다.
에로스는 남녀 간에 오가는 수평적인 이성적 사랑을 말하며, 필리아 또한 수평적이면서 의리와 신뢰로 다져진 우정을 뜻한다, 그러나 아가페의 경우는 다르다. 아가페는 절대자인 신과 피조물인 인간과의 종적인 연결을 의미한다. 서로간의 위치와 차원이 엄격하게 구분 되어있다. 인간이 인간의 자리를 벗어나 신의 자리에 앉으려는 착각 속에 “초인” “신이 퇴위 당하고 인간이 그 자리에 앉은 시대.” 등의 무신론적 실존주의와 “내가 곧 신이다.” 라는 경거망동 속에 사회 혼란이 일어난다.  여기서는 필리아인 우정과 종교적인 아카페의 사랑이 아닌 이성간의 에로스적 사랑에 초점을 맞추려한다.
희극시인 아리스토파네스는 인간이 본래는 남녀가 한 몸의 일심동체였으나 인간만능을 약화시키기 위한 신의 계책으로 그들을 갈라놓아 하나는 남성이 되고 하나는 여성이 되었는데 이들이 이성의 눈을 뜰 사춘기가 되면 서로 자신의 짝을 찾으려는 그리움으로 홍역을 앓는다고 해석하였다.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이해해주고 감싸주는 사랑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이성을 사랑의 대상으로 삼으려하고 또 그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한다. 사랑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정으로 연결해주는 윤활유요, 접착제요, 활력소다.
인간의 삶 속에서 사랑이 없으면 추워서 못 견디고, 고독해서 못 견디고, 갈증이 나서 못 견딘다.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인간은 24시간 이내에 정신 착란증을 일으킨다.”는 엘 포트 교수의 지적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우리가 봄을 여성의 계절로, 가을을 남성의 계절로, 또 젊음을 싱그러운 꽃에, 노년을 성숙의 열매에 비유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민태원(閔泰瑗)의 “청춘 예찬”을 들어보자.“...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과 같이 힘이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 더 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어름에 쌓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라고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희승 편 국어사전에는 사랑을 “남녀 간에 서로 애틋이 그리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리움이란 보고 싶어 하는 마음, 사모하는 마음, 주고 싶은 마음, 기다리는 마음 등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움이 사모하는 애정으로 자라서 연애가 되고, 연애가 깊어져 결혼에 이르면 행복을 구가하는 부부가 되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게 된다. 마음이 인간의 사랑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이 될 때 그들은 성공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진정한 사랑이란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  오르고, 문을 닫아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 아닐까.

연서(戀書)

간밤
문틈으로 스며드는
한기(寒氣)에
잠을 설치고

이른 아침
창을 여니
뜰 앞 감나무가
손을 내민다.

청명한 공간에서
첫서리를 맞으며
별들의 눈빛으로
밤새워
가슴속 깊이
아로새긴 연서(戀書)

진홍(眞紅) 글씨로
사랑이라 써 있다.
가슴이 뜨거웠다.     - 정용진 <연서(戀書)> 전문

용문사(龍 門 寺 )

기(氣)가 솟아
산이 되고
한(恨)이 서려
바위가 되는가

섬섬옥수(纖纖玉手)
낭랑공주의 손길을
뿌리치고
마의(麻衣)를 두른 채
금강산 가는 길에 꽂았다는
태자의 지팡이가
저리도 정정히 버텨
천년세월 황금빛인데

옛 님이 그리워
백발노안(白髮老顔)
정인(情人)의 손을 잡고
산길을 오르는
그대의 마음은

바람인가
구름인가
달빛인가

연지 볼타는 단풍으로
물든 산 노을.

그리워라
앳된 얼굴

꿈에라도
자로자로 드소서

이밤도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운 물결소리.    
   -정용진, <용문사> 전문 *용문사는 양평에 있는 명찰.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玉)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촉(燭)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리다.     - 김동명, <내 마음은> 전문

가을  달

바람이
알몸으로 거리에 나서는
늦가을.

산은 수줍어
얼굴 붉히고

철없이
속살 드러내는
가을 강
그윽한 물결.

고향의 전설처럼
평과주가 익어가는
외진 산마을.

울 가
대 소리도
사가사각
서릿발을 빗는데
차가운 달을 품으니

그대 그리워
눈물 어리네.     -정용진, <가을 달> 전문 *평과주:사과주

시인은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호수, 촉 불, 나그네, 낙엽에 비유하면서 연인에게 향한 애틋한 심정을 애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는 가곡으로 작곡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되고 있다. 몇 연의 짧은 문장으로 만인의 심금을 흔들 수 있는 것이 곧 시의 위대성이요, 시인의 특권이다.

가을 아침에

그리워하는 마음
한 그루의 파초가 되어
내 가슴에
자라게 하옵소서.

조그마한
생명의 빈 잔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형상을 담아 주시고
번뇌 없는 마음에
평정을 주옵소서.

외로운 영혼
청자 빛 하늘에
인생을 노 젓게 하옵소서.

그 날이 오면
희열에 넘치는
행복의 술잔을
당신 앞에 바치오리다.


찬란한 가을 아침에
사랑의 노래를
들려주옵소서.     -정용진, <가을 아침에> 전문

사랑의 노래인 연가는 연인을 향한 호소요 기원으로 승화된다. 아름다운 사랑의 꽃과 결실을 바라는 그 마음이 절절하고 간절하기 때문이다. 신비 속에 가려진 미의 진실을 발견하고, 인생의 반려자로 사랑하는 연인과 일생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동행하고 싶기 때문이다.
      
2) 사랑의 찬가

  연애의 감정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반하고, 고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 일으켜 주고. 나약한자에게 자신감을 넣어준다. 대학 생활 때 서울 대성 빌딩에서 흥사단 주최로 금요개척자 강연을 할 때 연사로 나온 김옥길 총장은 젊은 대학생들을 향하여 “여러분 이화여대생들에게는 세계를 그대 품에 안겨준다 말하지 마시오. 절대로 부인으로 맞아들이지 못할 것이요.”힘주어 말하던 권면의 말씀이 기억난다. 사랑을 빙자한 만용을 경계한 당부였던 것이다. 연애가 낭만과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면 결혼은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 때문이다.

임께서 부르시면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님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님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빛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님께서 부르시면.....     -신석정, <님께서 부르시면> 전문

강마을

내님이 사는 마을은
돛단배 밀려오고
따사로운 인정 머무는
버들 숲 강마을.

동산에 돋는 해 머리에이고
가녀린 손길을 모두어가며
한없이 한없이 기다리는 마음

애달픈 사연 토해놓고
기러기 떼 떠나가고
파아란 강심에 깃드는 강노을

하아얀 모래밭 푸른 갈숲을
끝없이 끝없이 가고픈 마음

외로운 초생달 창가에 들면
멧새도 울음 멈춰 숲으로 드네

그토록 오랜 세월
고운꿈 가꾸며
이밤도 잔잔한 강마을
창가에 쉬네.          -정용진, <강마을> 전문

연애할 때 아름다운 자연과 꽃, 그리고 새들과, 낙엽 지는 가로수들, 노을이 지고  하나 둘 가로등들이 눈을 뜰 때 거리의 풍경들은 사랑의 정취를 한껏 돋우어 준다. 고목나무 아래 벤치나 덕수궁 돌담길의 추억을  못 잊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주위의 경관이 사랑의 배경으로 미와 분위기를 배가시켜 주기 때문이다.

     행복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 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戀戀)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행복> 전문

시인 유치환은 이도영 시인과 오랜 세월 시적으로, 문학적으로 사귀면서 서로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문학사에 아름다운 푸라토닉 사랑으로 기억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받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지만 “사랑하였으므로 행복 하였네라”는 진솔한 고백이 참으로 아름답다.

꽃노을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간밤
꿈길을 밟고
님 만나러 가는
구름 한 점.

서산마루를 오르다
발이 부르터
옷깃에 배인
붉은 꽃노을.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그리움 품고 자란
내 아씨는
애련의 설움
옷깃에 씻고

저녁마다
수줍어
가슴 달아오르는
붉은 꽃노을.     -정용진. <꽃노을> 전문

젊음의 특징은 순수 그 자체에 있다. 꾸미지 아니하여도 그 자체만으로도 청순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영롱여옥(玲瓏如玉) 에 비유할 것이다. 세파에 시달려 모가 닳은 노인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수줍음이 젊음에만 있는 것이다.
여인의 웃음이 꽃처럼 아름답지만, 여인의 눈물 또한 아름답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서 반가움에 말 못하고 눈물을 찍어 행주치마에 닦던 모습이 뇌리에 와 닿는 연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파스칼은 그의 명상록 “팡세”에서 “연애의 원인은 사소하지만 그 결과는 중대하다.”고 말한다. 남녀의 만남이 결혼을 예상한 만남일 때 그 만남이 진지하고 정성 되다. 남녀의 만남의 관념이 나라마다 다른 것 같다. 서구인들은 진지하고 따뜻하고 시정(詩情)적이다. 이들은 사랑과 만남도 실용적인 것 같다. 우리 한국인들은 젊은 시절엔 연인을 만나면 죽을지 살지 모르고 정열적으로 덤비고 서두르는데 비하여 서구인들은 냉정하고, 침착하고, 인내하며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할 때까지 기다린다. 내 의사만을 중요시하는 우리 민족과 퍽 큰 차이가 난다.

사랑의 송가

사랑은 보이지 않는
그대 옷소매에 한 개 부끄러움으로
돋아났다가
하루가 져 내리는 길목에서
애태우고 있나니,
사랑이여, 그대는 미명(未明)을 태우는
외로운 송가(頌歌)여라.

우리가 사랑을 말로 다 할 수 있다면
내 가슴에 꽂혀 있는
한 송이 튤립의 향내를 드리겠습니다.
오랜 가뭄에 타던
빈 마음으로,     -윤석종, <사랑의 송가> 전문

사랑의 상상적 개념을 튤립이라는 실물의 꽃으로 재현시켜 향내를 일깨워주는 놀라운 시인의 이미지가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연인들의 세계를 아름다운 동산으로 안내한다. 사랑할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실감을 재현시켜 주는 대목이다. 사랑할 때는 그 눈빛이 유난히 빛나고, 음성이 유연하고, 행동이 겸손하다. 그들의 속삭임은 마치 달빛 같이 고요하고  그 가슴은 따스하다.

가로등

어두움이
싸락눈처럼
거리에 덮여 오면
연인의 눈빛 같은
가로등들이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한다.

팔짱을 끼고 걷는
조용한 발소리
그 속삭임이
달빛같이 고요하다.

만나면 만날수록
샘솟는 그리움

늘어선 가로등을 따라
연인들이
정겹게 걸어가고 있다.

그들의
가슴이 따스한
이 저녁.     -정용진. <가로등> 전문

영국의 작가 J. K. 제롬은 “사랑은 홍역과 같다. 누구나 한번은 이것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홍역을 잘 치르면 생존할 수 있지만 이것을 잘못 치르면 귀한 생명을 잃는다. 젊음은 로고스 보다 파토스가 지배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이 앞서서 불의의 사고를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그들은 수시로 만나면서 상대방의 진면목을 파악하려들고 서로간의 공통점을 발견하려고 한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은 너의 장점을 내가 본받고 나의 단점을 네가 메워주는 주고받는 이해와 협조 관계 속에 생성된다.

징검다리

동구 밖을 흐르는
실개천에
뒷산에서 굴러온
바위들을
듬성듬성 놓아 만든
징검다리.

내가 서서
기다리는 동안
네가 건너오고,
네가 서서 기다리면
내가 건너가던
징검다리.


어쩌다
중간에서
함께 만나면
너를 등에 업고
빙그르 돌아
너는 이쪽
나는 저쪽

아직도
내 등에 따사로운
너의 체온.     -정용진, <징검다리> 전문

우리들은 작가 황순원의 “소나기”를 기억한다. 시냇가에서 사랑이 싹틀 무렵 청순한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정황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시냇가를 건너면서 주위의 정경 속에 사랑을 익히던 모습이 얼마나 행복한 추억인가?

3) 사랑의 초대

사랑은 그리움의 혼이 다른 짝의 그리움의 혼을 부르는 일이다.
철인 니이체는 “인간은 병든 동물이다.”라고 갈파했다. 인간은 누구나가 홀로만의 존재로는 불안하고 불행하다.
저마다 잃어버린 짝을 찾아서 방황하며 살아가는 불안한 존재가 곧 인간들이기 때문에 인간들은 자신의 운명 보다는 절대자인 신에게 의존하고 귀의 하려고 애를 쓴다. 여기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바로 사랑이다.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전문

이렇게 사랑은 누군가가 자신을 불러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생 호흡을 함께하며 그의 자녀를 낳고 기르고 싶은 것이 아름다운 염원이다. 사랑에 성공한다면 그 인생은 절반을 성공한 셈이다.

내 영원(永遠)은

내 영원은
물 빛
라일락의
빛과 향의 길이로라.

가다가단
후미진 굴헝이 있어
소학교 때 내 여선생님의
키만큼 한 굴헝이 있어,


내려가선 혼자 호젓이 앉아
이마에 솟은 땀도 들이는
물 빛
라일락의
빛과 길이로라
내 영원은.        -서정주, <내 영원은> 전문

가을과 코스모스

초가지붕
돌담장 사이로
호수처럼 파아란
하늘이 열리면
한여름 자란 꿈을
모으는 내 소녀.

순결한 마음은
미풍에도 떨고
산머루가 영글면
오신다던 님을
기다리는
티 없이 고운 바램

찬란한 햇살도
잔잔한 호심(湖心)애 내려
영혼을 씻는 이 가을에
소녀여
코스모스여

살뜰히 접어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우리
사랑의 노래 일랑
함께 부르자꾸나.       -정용진, <가을과 코스모스> 전문

남성들이 사춘기에 제일먼저 사랑의 대상으로 떠올리는 여인이 여선생님이다. 이를 청순한 터치로 밀어 올려놓은 시가 바로 미당 서정주의 시 “내 영원”일듯 싶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내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유시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전문

    님

내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장미꽃 향이로라.


간밤
마른 땅을 적시며
함초롬히 내린
이슬비

길역에는
줄지어 서서
나팔을 불며
사랑을 노래하는
연분홍
산나리 꽃.

개울 건너
떡갈나무 숲
꾀꼬리를 벗하여
동산에 오르면

하늘엔
눈부신 황금 햇살

면화구름이
송이송이
화장한 신부처럼
눈부시다.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라반다의 향이로라.    -정용진, <님> 전문

여자는 봄을 사랑하고 남자는  가을을 좋아 한다. 이른 봄  보드라운 땅을 뚫고 솟아올라 영롱한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고 피어오른 수선화나 히아신스의 청초함을 보기만 하여도 가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그 향기와 훈훈한 모습이 바위틈을 흐르는 시냇물처럼 단아하고 청초한데 비한다면, 가을 빗속에 쏟아져 내리는 낙엽들의 쓸쓸하고 허전한 모습이 남성답지 아니한가?
철학자 이당 안병욱 교수는 “사랑은 불과 같다. 너무 가까이 가면 몸을 태우고, 너무 멀리하면 추워서 못 견딘다. 화상을 당할 정도로 가까이 가도 안 되고, 추워서 몸이 얼 정도로 멀리해도 안 된다. 여기에 사랑의 어려움이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여류작가 블레싱턴은 “연애는 프랑스에서는 희극, 영국에서는 비극, 이탈리아에서는 비가극, 독일에서는 멜로드라마.” 라고 정의를 내렸다. 사랑의 대상을 보면 무조건 점유와, 소유를 내세우며 물불을 모르고 달려드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블레싱턴이 보았다면 반도의 나라 동양의 이태리라는 한국도 비가극이라고 정의를 내렸을성싶다.
그러나 사랑하고 싶은 대상을 만나면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인간은 뇌파가 있어 상대방에게 감정의 전파를 보내면 반드시 상대방의 전파가 내게로 되돌아  오기 때문이다.

    연(鳶)

바람 부는 날
나는
너를 향해
연을 띄운다.

내 연연(戀戀)한
마음을 띄운다.

티 없이 연연(涓涓)한
그리움이
창을 두드리면


너는
문을 열고 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오늘도 나는
연연(連延)한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절절한 사연을
하늘높이 띄운다.
  *연연(戀戀) :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운 그리움.
   *연연(涓涓) :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모양.
   *연연(連延) : 죽 이어져 길에 뻗음.           -정용진, <연> 전문

4) 사랑의 기쁨

영국의 극작가 존 프레쳐는 “개조차 리듬을 가지고 짖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연애는 그리움의 아들이요, 환상의 딸이다. 호기심이 연애의 감정을 부르고 가슴속으로부터 달아오르는 열애의 감정을 낳는다.
사랑하는 부모를 숨기고 가까운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고대 신화에 의하면 사랑의 신은 눈을 감은 맹목의 신이다. 눈을 감았기 때문에 이성에 눈을 뜨고 그리움의 감정에 휩싸이면 물불을 모르고 달려드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가을 사랑

앞뜰에는
붉은
석류 두알
뒤뜰에는
노을빛으로 타는
홍시.

이 모두가
사랑스러운
너의 젖가슴이련만
터질까봐, 차마
만질 수 가 없구나.

아!
이는 내가
이 가을에
너에게 보내는
순수
나의 첫사랑.   -정용진<가을사랑> 전문

         아 가

가장 아름다운 솔로몬의 노래

(신부)

그리워라.
뜨거운 임의 입술.
포도주보다 달콤한 임의 사랑.
임의 향내, 그지없이 싱그럽고
임의 이름, 따라놓은 향수 같아
아가씨들이 사랑한다오.
아무렴, 사랑하고말고요.
임을 따라 다름 질치고 싶어라.
나의임금님, 어서임의 방으로 데려가 주세요.

(합창단)

그대 있기에
우리는 기쁘고 즐거워
포도주보다 달콤한 그대 사랑 기리며 노래하려네.
         -성서, <아가 1: 1-4> 공동번역

파피 꽃

간밤 새워 내린
봄비로
흙 가슴을 열고
솟아올라
노란 저고리
초록 치마를 걸치고
웃고 서있는
애잔한 Poppy꽃.

나는
너에게로 다가가서
연인이 되어
사랑을 입 맞추고 싶다
이 푸른 아침에.    -정용진, <파피꽃> 전문

철학자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연애할 때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많은 시인들이 사랑을 노래하였고, 숱한 오페라와 가곡들이 사랑의 노래로 가득하다.
혼자 부르는 솔로보다는 둘이 함께 부르는 듀엣이 보기에도 아름답고 메아리도 곱고 낭만적이다.

     저녁에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전문


영월루(迎月樓)

오대산
굽이굽이 감돌아
흘러온 물줄기
여강(驪江)에 이르러
거울을 이루웠구나

애타는 마음 한밤중
중천 명월로 떠서
내 가슴과
강심(江心)에
티 없이 푸르른데
연연(戀戀)한 그리움이
신륵사(神勒寺) 종소리로
물결져 흐르네

밤마다
눈부시게
돋아오는 앳된 얼굴
그리운 임을

오늘도
가슴 가득 안으려
마암(馬巖) 영월루(迎月樓)
돌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    
  -정용진, <영월루> 전문 * 영월루는 여주 여강 변에 있는 누각이름.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김소월, <못 잊어> 전문

가을연가.3

나는
이 가을
타오르는 단풍처럼
붉게 죽겠다.

사랑스런
너의 뜨거운
눈물을 위하여.     -정용진, <가을연가.3> 전문

리나戀歌.1

리나 리나
물속의 리나
금빛 바다 저 멀리
하늘을 둘러쓰고
보일듯 말듯
웃고 서있네
리나
은은히 흐르는
물 밭 건너
구름속의 리나
내 고향이 어딘지
길 찾아 가는
물빛 건너 하늘 끝
길 찾아 가는
리나야, 우리들의 리나
오늘도 너는, 아
흔들리고 있네
흔들리고 있네
웃음인지 눈물인지
내 알 수 없이 떨리는
가슴 속에, 리나야
너는 나의 기쁨, 기쁨
금빛바다 떠도는 저 바람은
길 잃은 너의 혼인가
길 잃은 너의 혼인가
리나 리나
우리 가슴 속에 부는 바람아
바람의 혼이 된
아름다운 리나야    
     *리나는 로스앤젤레스 서해안 카탈리나 섬의 약칭임. -권순창, <리나 戀歌> 전문

설야(雪夜)

사르륵
사르륵
잠든 대지 위에
눈발이 날린다.

햇이엉을 얹은
초가지붕 위에
포근히 쌓이는 눈송이들
솜이불처럼 따스하다.

내 가난한 심령은
토담집 화롯가에서
호젓이 잠들고
꿈결에
그리운 소녀가
사랑의 노래를 불러준다.

창밖에서는 아직도
소담스러운 함박눈이

사르륵
사르륵
내 영혼의 빈 잔을
가득히 채워준다.      -정용진, <설야(雪夜)> 전문
시인은 연인의 대상을 이성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객관적 사물에 비유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권순창 시인은 스페인어의 카탈리나가 여인의 이름임을 알고 이에 연정의 뜨거운 시심을 실어준 것이 분명하다.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 <미안하다> 전문


5) 사랑은 주는 것

프랑스의 지성 알랭이 “연애에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는 욕망은 도박자가 언제나 이기려고 하는 욕망과 비슷하다”고 역설했다.
철학자 안병욱 교수가 지적한 것과 같이 “성욕은 나무의 뿌리요, 연애는 나무에 핀 꽃이요, 결혼은 그 꽃의 결실”임이 분명하다.

      봄 달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달이
꽃에게 다가가서
너는
나의 입술이다 속삭이니

꽃이
달에게
너는 나의 눈썹이다
고백한다.

둘이
서로 마주보고
마음을 여니
향이 흐르고
미소가 넘쳐
봄밤이 짧더라.   -정용진, <봄 달> 전문

내 소녀(少女)

빈 가지에 바구니 걸어 놓고
내 소녀 어디 갔느뇨.

...................................................

박사(薄紗)의 아지랑이
오늘도 가지 앞에 아른거린다.    -오희병, <내 소녀> 전문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늘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전문

하나의 꿈을 이루고 펼치기 위하여서는 봄에 싹이 돋고 잎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봄의 찬란한 시정과, 여름의 확 끈 한 열정과, 가을의 싱그러운 풍만 그리고 겨울의 고적과 봄을 또다시 기다리는 인고(忍苦)가 자연 속에서 인간이 배울 수 있는 귀한 철리(哲理)다.

   임에게

내 색시는/ 하얀 넋
천만년 달밤

열두 가람/  여울목에
스며우는데
파란 옥 댓마디에
아슬한 鶴을

구름 위에
잔잔한/ 옥피리소리    -박목월, <임에게> 전문

동백(冬柏)

1. 흰 동백

너의 순수는
순결의 상징.

푸른 물결이
몰려와 둘러섰다
버리고 떠나면 홀로 남는
섬의 외로움.

너는
태초 이브의 고독
숫처녀의 아픔이다.

2. 분홍동백

너는
수줍은 영혼

내 누님의
실눈 뜨는 첫사랑
첫정이 부끄러워
서산 마루에 걸린
저녁노을

연지 빛 사연
내 누님의
속가슴은.

3. 붉은 동백

타는 정열은
사랑의 혼 불.

눈꽃이
하늘 가득 덮이는 날
비로서 신비의 문을 여는
황홀한
그 아픔.

이제 너는
여인으로
성숙하는구나

붉은
겨울 동백아!      -정용진, <동백> 전문.

귀촉도(歸蜀途)

눈물 아롱아롱
피리불고 가신님의
진달래 꽃비 오는 西域 三萬里.
흰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오진 못하는 巴蜀 三萬里.

신이나 삼어줄ㅅ걸 슲은 사연의
울음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날로 이냥 베혀서
부즐없은 이머리털 엮어 드릴ㅅ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굽이굽이 은하ㅅ물 목이 젖은 새.
참아 아니 솟는가락 눈이 감겨서
제피에 취한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서정주, <귀촉도> 전문

시의 가락도 가지가지여서 시인들의 시풍에 따라 사랑의 노래도 곡조와 가락이 달라진다. 서정 시인들의 은은하고 조용한 톤에 비하여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시인들의 모습을 더듬어보자.

                   모란

여선생님의 곁에 서서 여선생님의 살 냄새를
숨 죽인듯 마시고 마시던 옛날이 있는
늬 앞에서 나는 또 하염없이
손위 여자와 흘레를하고 싶어 손톱을 뜯는다.   -강우식, <모란>

                           찔레꽃

바지 주머니 뚫어진 속 깊이 손을 넣어
그 여자 몰래 내 물건을 꽉 잡았소
그리고 그 여자가 쥔 한 묶음의 찔레꽃에
찔리고 싶다고 생각했소.     -강우식, <찔레꽃>

                          모란

의무교육을 받던 시절 나는 오촌 오빠에게 못 생겨도 좋아 매치매치바 두 개 얻어먹었어요. 서울역에 내려 가정부로 갔을 때, 게브랄티를 장복하는 주인아저씨가 두 돈짜리 금반지를 사 주더군요. 역시 중요한 건 돈이었어요. 여관 조바로 있을 때 고스돕하던 일곱 사내와 한 방에서 삼만 오천원을 받기도 했어요. 한 번은 군대나가는 아이들 세명에게 공짜로 주웠더니 그 애들이 울더군요. 나도 울었어요. 눈물이야 틈나면 한꺼번에 쏟으려고 감춰뒀지만 나에게도 줄 수 있다는 게 고마워서 삼분지 일만 눈물을 흘리기로 했죠. 그 애들이 말했어요. 넌 국민훈장 모란장감이야. 편지할게. 그렇지만 모란이 아무 때나 피나요. 모란이 피면 꽃잎에 더운 눈물을 씻고 다시 시작할래요. 그냥.      -박세현, <모란> 전문

장미

새벽안개
면사포로 드리우고
그리움 망울 져
영롱한 이슬
방울방울.

사랑이
가슴에 차오르면
비로서
아름아름 입을 여는
장미꽃 송이 송이들.

사납게 찌르던
가시의 아픔도
추억의 향기로 번지는
꽃그늘 언덕에서
뜨거운 혼 불로
타오르는 밀어여.     -정용진 <장미> 전문

나의 침실로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
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히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는 다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촉(燭)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窒息)이 되어 얄프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르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 누가 볼는지---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내 몸에 피란 피--- 가슴의 샘이 말라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그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하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이상화 <나의 침실(寢室)로 전문


첫날밤

어어 밤이 깊어
화촉(華燭) 동방(洞房)의 밤은 불이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바다 속에서
어족(魚族)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아.....야!

태초(太初)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涅槃)의 문(門)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久遠)의 성모(聖母) 현빈(玄牝)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星座)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밤은 새벽을 배(孕胎)고
점점 깊어간다!     -오상순, <첫날밤> 전문

사랑의 감정과 표현이 은은하고 고요한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밀려오는 노도와 같고 타오르는 불과 같은 모습을 시인들은 강열한 시어와 격정적인 표현으로 엮었다. 그러나 풍랑과 파도가 지나면 다시 바다는 잠잠해지는 법 다시 서정적 사랑의 시세계로 들어가 보자.

첫사랑

밤나무 숲 우거진
마을 먼 변두리
새하얀 여름 달밤
얼마만큼이나 나란히
이슬을 맞으며 앉아 있었을까
손도 잡지 못한 수줍음
짙은 밤꽃 냄새 아래
들리는 것은
천지를 진동하는 개구리 소리
유월 논밭에 깔린
개구리 소리

아, 지금은 먼 옛날
하얀 달밤
밤꽃 내
개구리 소리.     -조병화, <첫사랑> 전문

나무.3

나는 너를 향해
너는 나를 향해

우리는
이렇게 서서
숲을 이루고
마주보며
팔을 벌려 껴안고
사랑에 빠진다.

너와 나의
깊은 가슴 속에는
연륜마다 아롱져
출렁이는
사랑의
그윽한 물결.       -정용진, <나무.3> 전문

Initial

유리창에
젖빛 수증기가 가득 어렸다.
S. E---나는 그의 이니시알을 쓴다.
은색 글자가 차고 슬프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 지운다.
지우고 또 지워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유리컵 안에 피었던
장미꽃마저 병든 밤,
나는 가슴을 앓는다.
가슴을 앓으며 내 사람을 생각한다.
S. E--- 비둘기처럼 내 품에서 날아가 버린다---
                    -장만영, <Initial> 전문

6) 사랑의 아픔과 추억

사랑은 꿈이요 낭만이며 환희이지만 숱한 아픔과 희생이 따른다.
미국의 문필가 피노드가 “사랑은 결혼의 여명이요, 결혼은 사랑의 일몰”이라고 지적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 말이다.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가 빗겨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초혼> 전문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낙화> 전문

낙화

늦은 봄날
울밑에 잠든
삽살개 잔등위로
솔솔이는 실바람

나무 그늘을 지나는
여인의 옷깃에
꽃물결 무늬가
일고 있다.

지금은
어느 계집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을
세월인데

뒷집 아이가 날린
연(鳶)이
높이 떠올라
이별이 아픈
골목길.

시들은 꽃을 버리고
떠나가는
나비의 몸짓으로
낙화가 일고 있다.

멀리서는
추억이 슬픈
강물소리

그대와 함께 거닐던
거리에
꽃노을이 붉은
이 저녁

몸살을 앓아
수척해진
너의 모습이
무척 그립다.    -정용진, <낙화> 전문

사랑은 만남의 기쁨이지만 이별은 헤어짐의 아픔이다. 불가에서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고(四苦)와 구하고자하나 얻어지지 않는 괴로움(求不得苦), 이 원수 같은 인간은 만나지 말았어야하는데 만나야하는 괴로움(怨憎會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지 말아야하는데 헤어질 수밖에 없는 괴로움(愛別離苦), 까닭 없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괴로움(五蘊盛苦)를 가리켜 인생 팔고(八苦)라고 한다.

무제(無題)

싱그러운 미래의 꿈을
남향한 언덕에 가꾸며
숱한 밀어를 익혀오던
동구밖 과원

한 알의 사과를 잉태하자던
아름다운 염원은
산산이 조각나고

지금은 낙엽이 되어
망각의 뒤안길을 외롭게 뒹구는
사랑의 언어들

물빛보다 차가운 그대의
눈망울 눈망울

언 가슴을 따스히 녹여주던
부드러운 손길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애별리고(愛別離苦)의
운명과 손잡고

멀리 멀리
떠나가는 가

눈물 없는 이별을
아름다운 슬픔을.        -정용진, <무제(無題> 전문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전문

가을풍경

간밤
별빛이
유난히 차게 밝더니
계곡에는
무서리가 내리고

돌배나무 잎이
자지러지게 무르익어
지나던 길손도
취하여 조는데

들길을 지나는 바람이
피리소리가 되어
저무는 이 저녁

기인 산그늘이
주막에 붐비네.

행낭을 밀고 가는
배달부의 발길에도
정든 사람들의
숨결이 가득한데

고령산 보광사
타는 단풍이
옷깃에 배어

얼굴과
가슴이 붉던
내 소녀는

지금
어느 길목에서
그리움에 취하여
잠을 청하는가.     -정용진, <가을 풍경> 전문

님은 주무시고

님은
주무시고,
나는
그의 베갯모에
하이옇게 수(繡)놓여 나는
한 마리의 학(鶴)이다.

그의 꿈속의 붉은 보석(寶石)들은
그의 꿈속의 바다 속으로
하나하나 떠러져 내리어 가라않고

한 (寶石)이 거기 가라않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한 이별을 갖는다.

님이 자며 벗어놓은 순금(純金)의 반지
그 가느다란 반지는
이미 내 하늘을 둘러 끼우고

그의 꿈을 고이는
그의 베갯모의 금실의 테두리 안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는 또 한 이별을 갖는다.   -서정주, <님은 주무시고> 전문

비오는 창가에서

비오는 청가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유리창이 씻기는 모습을
바라보면

가냘픈 내 영혼도
수정처럼 맑게 씻기는
기쁨을 얻는다.

산길을 덮으며
눈이 오던 날
가슴 가득 차오르던
충만감

땅거미가 내리는
어스름
봉당을 올라서며
눈을 털던
발소리가 그립다.

비오는 날엔
온종일
잊혀진 사람의 소식이
기다려진다.

빗물이 흐르는
창밖에
유채화로 서있는
너의 얼굴

아직도
창 밖에는
귀에 익은
발소리처럼
저벅저벅
비가 내리고 있다.     -정용진 <비오는 창가에서> 전문

그대 가는 길

잠시 고여 있다 가게

나고 이우는 한평생 흔들리다 갔어도
저무는 강 풀잎처럼 흔들리다 갔어도
바람의 꺼풀 벗겨 풀잎이 만든 이슬처럼
어디 한 곳쯤은 고여 있다 가게

귀 기울였다 가게
이 넓은 세상
뿌리내리지 못했어도
씨앗 하나 이 땅 위에
쓸쓸히 떨어지는 소리
한 번쯤 듣다가도 가게

조금은 가파른 상공을
스쳐가고만 우리들
아늑한 뜨락을 만들 순 없어도 끝없는 벌판이 되어 흩어지고만 우리들
아늑한 잠자리하나 만들 순 없어도

잠시 걸음을 멈췄다 가게
버들 뜬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고 가게

끓어오르던 온몸의 피 바람에 삭이다
낮은 하늘에서도 살얼음 어는 소리 들리고
하늘가는 먼 길 중에 몸도 뜻도 둘 곳이 없어지면
빗방울로 한 번쯤 떨어지다 가게.     -도종환, <그대 가는 길> 전문

석양(夕陽)

떠나는 마음
애닯어
하늘에는 꽃구름
장미 빛 꽃구름.

가시는 님 설어워
여인의
하아얀 머플러 위로
붉게 물드는
수줍은 속마음.

솔개는
텅비인 산마루를
외로이 맴돌고
저문 하늘에는
장미 빛 꽃구름.    -정용진, <석양> 전문

사랑굿.1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감추어 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火焰) 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혹법(酷法)을 압니다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褓)를 묶을 줄 압니다.    -김초혜, <사랑굿.1> 전문

정(情)

기러기 떼 울며
북 쪽 하늘로 멀어져 가고
찬바람
하늘을 빗질해도
별빛은 오히려 빛나는구나.

떠나간 기러기 떼
고향 못 잊어 되돌아오면
동구 밖 풀 섶도
봄으로 피거라.

벅찬 삶의 자락에 가리워
애타던 반달도
구름 틈새로 얼굴 내밀고
강산을 엿보는데

세월이
저만큼 흘렀어도
그리운 옛정
가난을 버려두고
울며 떠난 그 아픔
오늘은 먼데서
귀밑머리 희었을라.    -정용진. <정> 전문

이별은 아프고 슬퍼도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 흘러간 사진첩 속에는 애증(愛憎)의 그림자들이 드리워져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연인을 만나서 사랑을 엮다 시인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뼈아픈 이별을 겪은 후 문호가 되고 철인이 된 경우도 허다하다.
철인 죄렌 키엘케코올과 레기네올젠의 아픈 사랑,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연정, 춘원 이광수(李光洙)과 김일엽(金一葉)의 애닯은 일화 등 일일이 헤아릴 수 가 없을 것이다.

7) 시조에 나타난 선비와 기생들의 사랑 시

일 찌기 시인 常春 鄭知常은 대동강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하여 “대동강”이란 시를 이렇게 읊었다. 우리나라 송별시의 대표작으로 송인(送人)이라고도 한다.

대동강(大同江) 혹은 송인(送人)

비개인 강둑엔 봄이 오고요          (雨歇長堤 草色多)
임 보내는 남포엔 이별 곡 울려난다. (送君南浦 動悲歌)
흐르는 대동강 물 언제나 다 하리    (大洞江水 何時盡)
해마다 이별의 눈물 물결 보태네.     (別淚年年 添綠波)
                           -정지상, <대동강 혹은 송인(送人> 전문
                                     고려 인종때 문신으로 호는 남호(南 湖 )  

옛날에는 시는 거의가 선비들의 전유물이다 싶었지만   선비들을 모시고 대접하며 기생으로, 첩으로 문신들과 교류를 나누던 여러 기생들이 이들로부터 시를 듣고 익혀 사랑명작시가 많이 나왔음은 우리 문학사에 고귀한 자산이기도 하다.
명기의 시하면 황진이를 빼어 놓을 수 가 없다. 그는 미모가 출중하다 전해지거니와 만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사랑시의 절창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깊은 밤(夜之半)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
명월이만공산(明月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청산(靑山)은 내 뜻이요 녹수(綠水)는 임의정이
녹수야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 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잊어 울어예어 가는고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메라

내 언제 무심하여 임을 속였관데
월침삼경에 올 뜻이 전혀없네
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어져 내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어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황진이,는 16세기 명기려니와 시인으로 손꼽힌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紅顔)을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백호(白湖) 임제(林悌),가 평안도 평사(評事)로 가다가 닭 한 마리와 술 한 병을 가지고 황진이 묘 앞에서 이 시로       제(祭)를 지내다 조야(朝野)의 비난을 받고 “내가 이같이 좁은 조선에 태어난 것이 한 이로다,” 탄식을 했다 한다.

  백호는 시와 술을 좋아하여 황진이와 한우를 늘 찾고 교분이 두터웠다한다.
명기 황진이와 한우도 백호에게서 시를 배우고 익혔을 듯 하다.
황진이는 서화담 박연폭포와 참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꼽힌다.
2002년 북한방문당시 평양 묘향산 남포에 이어 개성을 방문하였을 때 성균관과 선죽교 그리고 판문점을 둘러보았으나 시인으로서 황진이 묘와 박연폭포를 못보고 온 것이 지금도 아쉽다. 안내원이 말을 안 들으니 다음기회로 미룰 수  밖에, 금강산을 보았어도 백두산을 눈 덮여 못 본 것도 서운하고...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백호(白湖) 임제(林悌),의 시조

어이 얼어 자리 무삼 일 얼어 자리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자시니 녹아 잘까 하노라
                           -한우(寒雨),의 시조

백호와 한우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으로 유명하다. 한우(찬비)란 기명도 백호 임제가 지어준 듯하다.
찬비를 맞고 한우의 기방을 찾았을 때 봉당에서 옷에 젖은 찬비를 털며 호탕한 백호가 읊었을 성 싶은데 임의 발소리와 음성을 듣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연인을 맞이하는 정경이 수백 년을 지난 오늘도 눈에 삼삼히 밟힌다. 이 얼마나 멋지고 낭만적인 모습인가? 가슴이 뿌듯하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에게
자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홍랑, 선조조시대의 기생

방方曲

折楊柳奇千里人(절양유기천리인)
爲我試向庭前種(위아시향정전종)
須知一夜生新葉(수지일야생신엽)
憔悴愁眉是妾身(초췌수미시첩신)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 이 홍랑의 시를 한시로 옮김.

송별(送別)

말없이 마주보며 유란(幽蘭)을주노라
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랴
함관령의 옛 노래를 부르지 말라
지금까지도 비구름에 청산이 어둡나니
                    -최경창이 홍랑과 헤어질 때 준시.

  최경창이 함경도 북도평사(北道評事)로 있을 때 홍랑을 만나 깊은 사랑에 빠졌고 고죽이 한양으로 떠날 때 주고받은 연시들이다.
해주 최씨인 최창경이 파주에 묻혔는데 그의 후손들이 후에 홍랑을 이웃에 묻어 주었고 고향인 전남 영암에는 고죽과 홍랑의 시가 앞뒤에 쓰여 시비로 세워 졌다고 한다.
매창(梅窓)은 선조조 때에 부안 기생으로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연정이 깊은 것으로 전한다. 많은 사랑의 시편들을 남겼고 그 시풍의 임을 향한 절절함이 철철 넘쳐난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는 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내 정령(精靈) 술에 섞여 님의 속에 흘러들어
구곡간장(九曲肝腸)을 마디마디 찾아가며
날 잊고 님 향한 마음을 다스리려 하노라

기러기 산채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님의 집 가는 길을 여력(歷歷)히 가르쳐주고
한밤중 임 생각날 제면 소식 전케 하리라

등잔불 그무러갈 제 창(窓)앞 집고 드는 님과
오경종(五更鐘) 나리올 제 다시 안고 눕는 님을
아무리 백골이 진토(塵土)된들 잊을 줄이 있으리

님생각.1

떠난 정 못 이겨 문 닫고 앉았으니
눈물은 속절없이 소매를 적신다
인젠 빈방을 찾아올 이 없고
가는 비 보슬보슬 해가 저물어

님생각.2

애끓는 정(情) 말로는 할 길이 없어
밤새에 머리칼이 반(半)남아 세였고나
생각는 정(情) 그대 알고프거던
가락지도 안 맞는 여윈 손 보소   -매창(梅窓),의 연시들...

추야유감(秋夜有感)

강양관 안에 서풍이 일어나니
뒷산은 붉게 물들고 앞강은 맑아
사창(紗窓)에 달 밝으니 벌레 소리 목메어
외로운 베개 찬 이불에 잠 못 이루네   -승이교(勝二喬), 조선조 진주 기생.

송별(送別)

그대 입을 길옷을 내가 지을 제
가위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네
이내몸은 등잔불 그대로 질련
낼아침 말 타는 양 난 못보겠네

먼 곳에 있는 임에게 부치다(奇遠人)

헤어진 뒤 운산(雲山)막혀 아득한 저 길
꿈속에서나 님 곁에서 웃어봅니다
깨고 나면 베갯머리 그림자도 볼 수 없이
옆으로 몸 돌리면 등잔불도 쓸쓸해요
어느 때나 천 리 밖의 정든 님 만나볼까
순간에도 구곡간장 끊어질듯 합니다
창 앞 오동나무엔 비가 내리는데
상사(相思)의 회포는 눈물 되어 흘러요  

시름(愁思)

비 개이자 서늘한 바람은 가을을 알리고
쳇바퀴 밝은 달은 다락 위에 걸렸네
동방(洞房)엔 밤새도록 귀뚜라미 소리 구슬퍼
만단 시름으로 이 창자     -계향(桂香/蘭香) 진주 기생.

강촌의 저문 풍경(江村暮景)

늘어진 실버들 문 앞에 드리워
푸른 잎 구름 같아 마을을 볼 수 없네
홀연히 목동은 피리 불며 지나가고
강을 덮는 저 안개 날이     -죽향(竹香), 평양 기생.

님 가실 때 달뜨면 오마시드니
달은 떠도 그 님은 왜 안 오실가
아마도 님의 곳은 산조차 높아
하늘이라 뜨는 달 늦은가    -능운(凌雲),

매화(梅花)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온다
옛 피던 가지마다 핌 직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하여라
                           - 매화(梅花), 영조조 평양 기생.

청춘은 언제 가고 백발은 언제 왔노
오며 가는 길을 아드면 막을난다
알고도 못 막을 길이 그를  슬퍼 하노라   -계담, 연대미상, 송화 기생.

사랑(思郞)이 어떻더니 둥그더냐 모나더냐
기드냐 잘으더냐 발물더냐 자힐더냐
각별(各別)이 긴 줄을 모르되 끝 간 데를 몰라라

내 사랑(思郞)남 주지 말고 남의사랑 탐치 마소
우리 두 사랑에 잡사랑 행여 섞일세라
아마도 우리 사랑은 류가 없는가 하노라
일생에 이 사랑 가지고 괴어 살려 하노라   -송이(松伊), 18세기 추정.

꿈에 뵈는 님이 신의 없다 하건마는
탐탐히 그리울 제 꿈 아니면 어이보리
저 님아 꿈이라고 말고 자로자로 뵈소서    -명옥(明玉), 18세기 후반 수원 기생.

산촌에 밤이드니 먼데 개가 짖어온다
사립문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저 개야 공산(空山) 잠든 달을 짖어 무엇하리오   -천금(千錦), 19세기 전반 추정.

살뜰한 내 마음과 알뜰한 님의 정이
일시상봉(一時相逢) 그리워도 단장심회(斷腸心懷) 어렵거든
하물며 몇몇날을 이데도록

심중(心中)에 무한사(無限事)를 세세히 옮겨다가
월사창(月紗窓) 무한사(無限事)에 님 계신 곳 전하고져
그제야 알뜰히 그리는 줄 짐작이나

야심(夜深) 오경(五更)토록 잠 못 이뤄 전전(轉展)할 제
궂은 비 문영성(聞鈴聲)이 상사(想思)로 단장(斷腸)이라
뉘라서 이 행색(行色) 그려다가 님 앞에

평생에 믿을 님을 그려 무슨 병(病)들쏜가
시시(時時)로 상사심(相思心)을 지기하는 탓이로다
두어라 알뜰한 이 심정을 님이 어이    -매화(梅花), 19세기 중반 진주 기생.

벽천(碧天) 홍안성(鴻雁聲)에 창을 열고 내다보니
설월(雪月)이 만정(滿庭)하여 님의 곳 비추려니
아마도 심중안전수(心中眼前愁)는 나뿐인가 하노라
                                  -금홍(錦紅), 19세기 중반 평양기생.

뉘라서 정 좋다 하던고 이별에도 인정인가
평생의 처음이요 못 볼 남이로다
아마도 정 주고 병 얻기는 나뿐인가 하노라
                                 -옥선(玉仙), 19세기 후반 진양 기생.

맑은 풍채 뵈오니 가슴 열려요
사귐에 어찌 낯설다 말하리까
만리창파 빨리 건너오세요     - 옥섬(玉蟾), 나주 기생.

베틀에서 내려와 누(樓)에 오르니
월계꽃 피는 가을, 주렴 높이 걸려 있네
우랑(牛郞)한번 떠나간 뒤 소식이 없어
밤마다 오작교서 시름에 젖네    -계월(桂月), 남원 기생

세모(歲暮)에 바람이 차고 서산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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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볼리비아 이 상옥 2007.12.28 18035
1940 한국의 슈바이쳐 선우경식 원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존경 2008.04.19 17483
1939 꽃의 시(詩)학(4) 꽃은 아픔아다./秀峯 鄭用眞/ 증보편 정용진 2012.09.23 8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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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 대화 없는 대화 석류나무 2007.03.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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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 최락완 시인 동씨침법 특별강의 한길수 2010.11.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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