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시인 (배정웅 선생님을 보내며)
2016.07.15 23:35
어느날 바람은 멈추고
정국희
남아 있는 일은 불편하다
어딜 가나 같은 하늘이겠지만 꽤 길어질 것 같은
예감 속, 벌써 바람 꺾이는 소리 들었다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보내는 것은
돌고 돌아도 이어지지 않는 길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서 있는 것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계절의 뿌리 들추어
살 밖으로 나간 귀를 곤두세우는 것
바람에 기록된 바람 한 겹
다급한 소식으로
짚 검불처럼 통과한 것뿐인데
이쪽 길을 가다 저쪽길로 살짝 비껴간 것뿐인데
그가 떠난 길이 미로 같아
지나가는 바람 한 겹 건져 올려
새살 오르도록 후 입김 한 숨 불어넌다
일 초나 이 초 후 아니 삼 초쯤 지나면 흩어져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