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꽃은 희망이다

무궁화(無窮花)

연보라 빛
애틋한 품속에
백의민족(白衣民族)의
맑은 혼을
가득히 숨겨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살아 숨쉬는
경천애인(敬天愛人)
홍익인간(弘益人間)
높고 깊은 조국애.

하늘 향한
곧은 줄기
푸르른 잎
한얼의 기상일레.

영원무궁한 선열들의
고결한 숨결 속에
아름다운 후예들의
뜨거운 사랑아!

연보라 빛
그윽한 가슴 가득
타오르는
민족의 혼 불
우리나라꽃
무궁화.     –정용진, <무궁화> 전문

무궁화
                -續章-

올애비 보완듯이
이 낢을 훔쳐다가
제 뜰에 심어 놓고 몰래 반겨 하던 것을
고모부 야단 바람에 되 옮겨다 심었더니.....

한해를 건너서도 팔월 보름게야
활활 타는 볕을 몰라라 피는 양은
스러진 조카놈 모습을 다시 보는듯 하구나.

무엇을 못잊어서 아물지 못하느냐
이제 남은 것은 오막살이 뿐이로다
달빛에 임종을 보는듯 혼자 밤을 지킨다.     -박병순, <무궁화> 전문

  무궁화 꽃

미주로 이민 온지
어언 서른 다섯 해
떠나온 조국이 하도 그리워
문 앞 뜰에
조국의 얼
민족 혼(魂)의 상징인
나라꽃 무궁화 한그루를 심고
새 싹이 돋고
꽃이 필 때 마다
한해가 기우는 세밑
첫 서리가 내리던 날
무궁화나무 앞에 서서
경례를 붙이고
전정가위를 들고
곁가지를 치기시작 했다.

더 나은
민족의 꽃을 피우기 위하여
더 강한
민족의 힘을 키우기 위하여
더 광활한
한얼의 꿈을
이 젊은 대륙에 펼치기 위하여

나는
조국의 혼
민족의 꽃 앞에
온갖 정성을 기우려
물과 거름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국화
우리 조상의 얼
우리 민족의 영원한 혼
무궁화 꽃 만세!        -정용진, <무궁화 꽃> 전문.

무궁화  

1
태초 신의 뜻은 천지 곁의 한 알 씨앗
삼천리 고을마다 철철이 피고 지리니
내일은 신의 약속만큼 밝아오는 저 언덕

2
푸름 향해 뻗은 줄기 꺽여저도 다시 뻗고
어딜디 어디신 할버지 살아생전 말씀처럼
순박한 겨레의 뜻을 꽃잎마다 새겼다.

3
날 저문 뜨락에도 저리 밝은 모습이듯
슬픈 단 하나 원도 꽃이 피듯 잎이 피듯
무궁화 꽃 앞에 서서 두 손 가만 모은다.     -김호길, <무궁화> 전문.

무궁화 꽃 세 송이

섬진강
花開를 적시며
절망의 끝으로 흐를 때
뙤약볕과 먼지에 덮인 이모님 댁의
마당 귀에는
무궁화 세 송이 피어 있었네,
한 송이는 여윈 강을 내려다보고
또 한 잎은 버려진 곽과 같은
집안을 쳐다보고
마지막 한 송이
하늘을 바라보며
높고 뜨거운 것을 향하여 있었네.
질긴 슬픔을 치우듯 이모님은
마른 잡초를 쳐가고
등에 업힌 아이는
한 뼘 논처럼 타 들어가도
누이는 흙에 엎드려
일어설 줄 몰랐네.
눈썰미 같은 콩밭에서
지친 콩대로 주저앉은 내 조카의
눈동자는 맑았지만
섬진강 물이 마르는
유월과 칠월의 불볕이여
한 줄기 생수를 얻기 위해
심 줄을 끊어
강심에 박고
무너져 기절하는 이숙을 위해
지닌 건 아픔뿐인 나는
큰소리로 울지 못하고,
또 한 그루
우리나라 꽃으로 서서
슬퍼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한 조각 구름 밑을
오래도록 치어다보았네.   –나해철, <무궁화 꽃 세 송이> 전문.

하나됨 굿

백두산에 무궁화꽃
한라산에 진달래꽃
나란히 나란히 웃으며
피어 춤출 때
말없이 우리 잡은 손에
눈으로 통하는 더운 가슴에
넘실대는 바다.
헤어졌던 아픈 사연
묻지 말고 묻지 말고
출렁이는 저 바다처럼
백두산에 무궁화꽃
한라산에 진달래꽃
나란히 나란히 피워
노래처럼 화알짝.    –장소현, <하나됨 굿> 전문.

벗 꽃

봄이 산들 바람을 안고 오아진 것이라면
벚꽃은 바람결 위에 피는 황홀한 무데기 구름이뇨.

구름을 따라 청춘이 아롱져
구름을 따라 벌 나비 달가워

꽃구름 타고 조는 사월의 태양.....
심장을 태우며 태우며....

꽃이 바람결 위에 피는 구름이라면
구름은 젊은 숨결을 수놓은 한 폭의 그림이러뇨.     -박병순, <벗 꽃> 전문.

수은등 아래 벗 꽃

사직공원 비탈길,
벗 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 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 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 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벗 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 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서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벗 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황지우, <수은등 아래 벗 꽃> 전문.

밤에 핀 벗꽃

워싱턴DC를 밤에 운전하다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벗꽃을 만났다
반가워서 다가섰다
벛꽃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제주도 땅에서 태어나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벗꽃
일본인들이 한반도를 노략질 하면서
현해탄을 건너가 사쿠라가 되었다
사람들은 일본의 나라꽃이 된
벗꽃들을 잘라버렸다
그들은 또 색깔이 이상한 사람들을
“사쿠라” 라고 배척했다

벗꽃은 미국에서 이주하면서
Cherry Blossom이 되었다
4월 벗꽃이 만발하면
워싱턴에서는 축제가 열린다

벛꽃은 미국땅에서 한민족을 만나면
반가워하면서도 숨는다
몰래 피었다가 몰래 진다   -최복림,   <밤에 핀 벗꽃> 전문.

버들 꽃

버들 꽃  바람을 싫어하는데
바람은 한사 버들을 졸라댄다.

꾀꼬리 울음을 잊은 가지에
속 깃 가벼운 한숨을 하늘 몰래 띄우면

한 점 사푼 떠 사라질 듯 살아나
한나절 햇볕 포근히 젖어 꿈도 애리다.     -이설주, <버들 꽃> 전문.

싸리 꽃

붉은 꽃이 핀다
어떠냐
이만해도 제법 산향(山香)이 풍기지 않느냐.     -김동명, <싸리 꽃> 전문.

싸리 꽃

그 꽃은
작은 싸리 꽃
아 산들 한 가을이었다.
봄 여름
가리지않고
언제나 가을이었다.

말라서
바스라져도
향기 남은 가을이었다.   –초정. 김승옥, <싸리꽃> 전문.

싸리 꽃

1테 머리 지끈 질끈
물 밀 듯 노호하며

번개같이
너희들 뛰어넘던
이 울타리
어느덧 홍 싸리 꽃이
울미하게 피었군.

2
울분이
서린 누리
스쳐오는 가을 바람

귓전을 치는 듯
이글대는 혼의 부르짓음

가슴이 찔리는구나
뼈마디가
쩔한다.

3
백로가 어젯밤.
어젯밤에도 피는 싸리 꽃.

앞으로 며칠이면
철이 바뀌어
추분인데

피빛 채
펄럭이던 기폭
눈시울이 선하다.

4
아직도 희부덕덕
이 못난
하늘 아래

풀벌레 소리에
싸리 꽃은 피는군

이 땅이 하 그리워
정성스리
피는 영들.     –철운, 조종현 <싸리 꽃> 전문.

선인장

어느 알길 없는
험상한 뜻으로
어찌 이렇게도 상형(象形)하였느뇨.

그 무슨 원한에 골이 패어
스스로 형속(荊 東東)의 관을 쓰고도
견디어 견디어
창상(滄桑)스처간 십년
하루 같이 지켜 온
이제 섬돌위에
붉은 놀빛도 걷히고
한밤 이슬지는 이 정밀(靜謐)을 밀고
전설처럼 피어나는 황홀이여!

또 무슨 계시(啓示)를 위하여
경건한 입술 가으로
은은한 훈향(薰香)을 사리느뇨.     -서정봉, <선인장> 전문.

선인장

바람이 좋아서
알몸으로
전신에 멍이 들도록
바람을 맞으며
선인장이 서있다.

오뉴월 땡볕에도
지칠 줄 모르고
달아오르는 모래밭에
발을 묻고 선 너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

몰려오는 바람 소리에
신명이 나서
가시 돋친 손을 휘저으며
광야를 사랑하는
방랑의 혼.

바람이 좋아서
알몸으로
전신에 멍이 들도록
바람을 맞으며
선인장이 서 있다.     -정용진, <선인장> 전문.

선인장

도사려
온 몸을
가시로 동인
천년의
발돋움

고달픈
사막의 여정
혼자 앓던 가슴
꽃봉오리를
물었다

아!
이 어인 만남인가
상흔(傷痕)을 딛고 선
내 육순의
뜨락에

우뚝 솟은
초록 가시 기둥.     –김모수 <선인장> 전문.

오동 꽃

조찰히 맑은 아침
먼 천상에 선 듯
소리 없이 땅에 지누나.

오직 높으고 으젓하기
당신 같은 꽃!
하늘만한 애모(哀慕)의 애달픔에도
끝내 도리(桃李)처럼
스스로 낮추지는 않았거니.

목숨이란 본시
한갓 죄욕일진대
입어야 하던 청춘도
이제사 남길 회한 하나도 없이
회한과 함께 하나 둘
부끄러운 의상(衣裳)인양
밤 아래 던저 벗는 당신이야!
끝내 닿을 수 없던 사랑이매
오동꽃 소리 없이 지는 아침은
신신산골 알리는
간장 속 저물은 뻐꾸기 울음소리-     -유치환, <오동 꽃> 전문.

가을 오동

외진 골목
돌우물 가득
차가운 달이 고인다.

풍우잔설(風雨殘雪)에
온 몸이 주름진
오동 한그루.

전신에
바람을
두루마리로 감고

끝 끝이 매어 달린 하늘
마지막 잎새마저 떨구며
마음을 비우고
가슴을 비운다.

한이 쌓이면
소리가 되는가
소리가 잦으면
가락이 되는가

오동의
텅 빈 가슴 속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혼이 살아
춤을 춘다.

그 슬픈 가락이
달빛 같이 푸르다.     -정용진, <가을 오동> 전문.

   생명의 특징은 희망을 품고 산다는 것이다. 꽃은 열매를 바라며 스스로 발하는 향기로 벌과 나비를 부르고, 새들은 간절한 노래를 통하여 짝을 만나고, 인간들은 그리워하는 마음과 깊은 사랑으로 가정을 이루고, 자손들을 낳아 인격체로 성장 시킨다. 이 모두가 희망의 아름다운 결실이다. 모든 생명들이 저마다 저다운 노래와 몸짓으로 반려를 부르는 것은 음양의 조화를 이뤄 자신의 희망을 고귀한 열매로 완성 시키려는 욕망 때문이다. 이것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무미건조 하겠는가?
무궁화는 우리나라 국화다. 꽃말 “일편단심”이 의미하듯 태국기와 함께 한(韓) 민족의 절대적인 존재 의미 이기도하다.
  김호길 시인은 미주에 시조를 보급하며 농장을 경영하는 시조 시인이다.
애국가와 태국기 이를 위하여 우리의 조상들은 목숨을 걸었다. 이는 우리의 조국과 민족의 고귀한 상징이요 민족혼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싸리 꽃을 쓴 조종현 시조 시인은 미당 서정주 시인과 함께 중앙불교 전문학교(현 동국대) 출신으로 소설가 조정래씨의 엄친이다. 나와는 우석상고에 몸담고 있을 때 교장선생님으로 모신 인연이 있는 분이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다. 그들은 사구라고 하면서 일시에 몰려 핀다고 자기들의 국민성답다고 자랑한다. 이들은 자기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요. 민족의 뿌리가 되는 우리나라를 병탄(倂呑)하고서 우리 민족의 정궁(正宮)인 광화문과 경복궁의 일부를 헐고 북악산 밑에는 경무대를 큰 대자 모양으로, 경복궁 정면에는 중앙청(조선총독부)은 날일자로, 시청은 밑본 자형상으로 지어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대일본(大日本)을 나타내었다니 치밀하고 집요하고 악랄한 민족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창덕궁을 비원(秘苑)으로 강등하여 관람객들의 놀이터로,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개조하여 자기나라의 국화인 벚꽃을 가득 심고 민족의 심지를 잃은 채 동물들의 재주부림에 한눈을 팔고 벚꽃 놀이에 혼을 빼앗기었으니 너무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근래에 각성 된 지성들이 해군의 중심지인 진해 벚꽃놀이를 규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기야 민족의 성(姓)씨를 없애고 언어를 말살하여 내선일체를 주장한 저들이 이제는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돌발적 행위를 일삼고 있으니 저들은 국제적 몰염치 범이다. 우리 국민들은  각성해야 할 일이다. 벚꽃의 꽃말은 “뛰어난 미인(絶世美人)”이다.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이다. 우리나라의 진품종인 제주 왕  벚나무로 하루 속히 바꿔 심어야 할 일이다.
오동나무는 육질이 연하고 결이 고와 악기의 재료로 쓰이는 나무로 관(棺)으로도 귀하게 쓰인다. 선인들은 “오동 한 잎이 땅에 떨어지니 천하에 가을이 온  을 알겠구나(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라 하였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고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닌다.“(梅一生寒不賣香 桐千年恒藏曲)이라고 시를 읊고 매화의 지조와 오동의 숨은 가락을 칭송하였다. 꽃말은”상서(祥瑞)“ 다.

  앉은뱅이 꽃은 오랑캐꽃과 종류가 같은 꽃이다. 노산은 어릴 적자라던 노비산의 노산을 따서 아호를 정하고 사향가(思鄕歌)를 부른 것 같다. 가곡으로 널리 부르는 노산의“가고파”와“성불사의 밤”도 하나같이 고향을 그리워한 작품들이다.
한적한 길녘 들풀 속에 진하지도 않고 엷지도 않은 노을 빛의 가련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꽃이 패랭이 꽃이다.
장미나 백합이 귀족적이라면 패랭이꽃은 단연 민초를 상징하는 가엾고, 가냘프고, 쓸쓸해 보이는 서민적 꽃이다.
오늘의 아픈 현실을 딛고 맑고 밝은 내일을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들은 지루하고 고달 퍼도 미래의 꿈과 희망이 있기 때문에 보람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늘 꽃이 자리하고 시가 함께한다면 능히 슬픔을 딛고 일어설 용기를 지닐 수가 있을 것이다. 꽃과 시는 모두의 힘이요, 향기며, 숨결이고 혼이기 때문이다.
오랑캐꽃은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민족에겐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불편한 꽃이다. 그러나 시인은 누구보다도 꽃을 대변하고, 사랑하고, 그의 편에 서서 옹호해 주어야 한다. 초라한 모습으로 들녘에 피어 외로운 오랑캐꽃, 그 마음의 쓸쓸함을 알듯하다. 고려시대 수시로 처 들어온 오랑캐들의 침공을 이용악은 뼈아프게 되새겨 주고 있다. 이 시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우리의 고향 야산에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들 이는 우리들의 삶에 아름다운 향기요, 삶 속에 체취로 배어 흐르는 고유의 냄새 이기도하다.
복엽 채송화의 이세방 시인은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심혈을 기울인 분이요 사진의 조예가 깊은 예술가다.

해바라기

방카로풍의 발코니-
거기 장미꽃 피부를 가진 소녀는
암, 체아에 누운 채
잠이 들었다.

창 너머로
노오란 해바라기란 놈이
고개를 끼웃거려
들여다보고..... .          -장만영, <해바라기> 전문.

해바라기

자꾸만 설움은 안으로 파고드는데
머리가 무거워 고개를 못 든다

푸른 요정(妖精)이 사푼 옷자락을 필 무렵
생각은 달빛을 먹고 꽃가루처럼 흩어진다

하나하나 야무저 가는 씨알을 이고
이 밤도 다른 하늘의 태양을 돌고 있다.     -박로춘, <해바라기> 전문.

해바라기

바람결보다 더 부드러운 은빛 날리는
가을 하는 현란한 광채가 흘러
양양한 대기의 바다의 무늬가 인다

한 마음에 담을 수 없는 천지의 감동 속에
찬연히 피어난 백일의 환상을 따라
달음치는 하루의 분방한 정념에 헌신된 모습

생의 근원을 향한 아폴로의 호탕한 눈동자와 같이
황색 꽃잎 금빛 가루로 겹겹이 단장한
아 의욕의 씨 圓光에 묻히듯 향기에 익어가니

한 줄기로 지향한 높다란 꼭대기의 환희에서
순간마다 이룩하는 태양의 축복을 받는 자
늠늠한 잎사귀들 경이를 담아들고 찬양한다    -김광섭, <해바라기> 전문.

해바라기

꽃이라 부르기엔
너무 자라버린 키

담장 너머로
발돋움하며

향일(向日)하는 마음
검은 눈으로 살아

거울 같은 얼굴에
그리움만 담았다

긴 밤이 지루해
달빛을 밟으며

밤새워 익혀가는
숙연한 아픔

여명 기슭에
성큼 한발 내디디며

야무진 씨알 하나 던지고
바스러지는 옷깃에 고개를 묻는다,   -김후란, <해바라기> 전문.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어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았습니다

당신이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된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어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이해인, <해바라기 연가> 전문.

해바라기

언제부터인가
서울에서 자취 없이 사라진 해바라기들
모두다 어디로 갔는가 궁금했더니
연변 조선족 자치주 가는 길
비암산 일송정 바라보니
쇠락한 한 비암촌 비포장도로에
떼를 지어 몰려 살고 있었다.      -문정희, <해바라기> 일부.

해바라기

흙 속에 참흙 찾아 뿌리 뻗고
빛 속에 날 빛 찾아 키 자라는
해님 향한 외줄기 곧은 마음

밤이면 고개 숙여 꿈꾸다가
지나던 바람 멈춰 흔들면
님 오셨을 까 놀라서 깬다

푸른 비단 하늘 밟고
자국 없이 지나는 해
고개 숙여 한평생 바라보다

해바라기 그대 얼굴에
둥글게 돌아가는 세상
아낌없이 찾아오는 세월을
동그란 해는 아침마다 비추어주고

찬바람에 첫 씨앗 떨구려는 무렵
해바라기 그 뜻 알아 차렸다

오늘은 해님 빛 흠뻑 보듬고
기다란 목 세워 동그라니 웃는다    -최용완, <해바라기> 전문.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집 애완용 쥐, 햄스터는 죽어서 해바라기 꽃으로 피었습
나다. 꼬리를 잘라내어 비로서 인간과 공생할 수 있었던 햄스터
는 꼬리를 인간에게 바친 대신 한평생 사람이 갖다 바치는 먹이
를 먹으며 살았습니다. 오물오물 해바라기 씨앗을 까먹으며 가
끔 입맛 따라 붉은 당근까지 챙겨먹던 햄스터가 불의의 설사로
죽었을 때, 조금은 허전한 마음으로 그가 먹다 남긴 해바라기
씨앗, 혹시나 해서 뜰 앞에 심었습니다. 땅 속에는 그가 뚫어
놓은 동굴 아직 메꿔지지 않고 있었는지… 어느새 검푸른 대
궁들 불끈 솟아 제 키를 재고 있습니다.
죽어서도 그냥 죽지 않고 꽃으로 남아 영혼을 불태우는 작은
짐승의 꼬리가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게 허공 속에 물결칩
니다.
아침을 안 먹는 식구들이 늘어가는 요즘….
나도 내가 먹다 남긴 밥그릇 털어 뜰 앞에 심으면 한떨기 꽃
으로 필 수 있을지… 슬그머니 들었다 놓는 숟가락, 밥그릇에
구덩이를 파다가 맙니다.   –장용철,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전문.

은방울꽃

나는
그때 외롭게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나뭇가지를 옮아 앉으며
‘동박새’가 울고 있었다.

어쩜
혼자 우는‘동박새’는
나도 곤 더 외로웠는지 모른다.

숲길에선
은방울꽃 내음이 솔 곳이
바람결에 풍겨오고 있었다.

너희들의
그 맑은 눈망울을
은방울꽃 속에서 난 역력히 보았다.

그것은
나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너희 가슴속에 핀 꽃이었는지도 모른다.     -신석정, <은방울꽃> 전문.

초롱꽃

끝까지 무섭게도 흩으러 져 피었구나!
숲이 마치 흰 바다이다.
따뜻한 바람
온화 히 흔들어
젊디 젊은 미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 미도
이동해 가고
눈처럼 희던 화관(花冠)도 꺼매졌다.
모든 이 세상 일이 시들어지듯.....
관 머리에 내 쓸쓸히 홀로 서다.

“그대 생각는 흰 꽃은 우리
남모르는 가슴 길섶에 피는도다.
어둠침침한 길을 그대 묵묵히 헤매다닐 때
우리고요 속에 까달 않고 빛난다.

우리를 지킨 것은 변하기 쉬운 바람이 아니로다.
우리는 그대를 눈바람으로부터 지켜 왔다.
비 사나운 서쪽을 건너 어서 오라.....
우리야말로 그대를 위해서는 맑게 퍼진 남쪽이로다.
설사 안개가 눈을 가리고
불길한 천둥 번개질 치더라도-
우리 가슴은 꽃이 피고 탄식한다.....     -쏘로보오프, <초롱꽃> 전문.

그라디오라스의 유혹

밑에서부터 오르며
차례로 피어 무는데
한 꽃은 시를 읊고
한 꽃은 노래를 부르고
한 꽃은 그림을 그리자고
사뭇 눈짓을 해대는데

이제 저 꼭대기 끄트머리까지
얼마를 더 피어 물며
사연, 사연들을 엮어 갈는지

사람들은 항아리에 담자하고 나서지만
벌써 내 가슴 깊으막에
확 피어버린
저녀러 꽃들.     -문인귀, <그라디오라스의 유혹> 전문.

다리아

봄바람에 꽃송이 저버리어도
나무 잎새 가지마다 푸르르 듯이
삼십 나이 순아의 정은 짙을 대로 짙어
여름철 뜨거운 햇볕 아래 다리아로 피었어라.     -장만영, <다리아> 전문.

따알리아

가을볕 째앵하게
내려 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따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따알리아

시앗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젖가슴과 부끄럼성이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악시야, 순하디순하여다오.
암사슴처럼 뛰여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 돌아다니는
흰 못물 같은 하늘 밑에,

함빡 피어 나온 따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 나오는 따알리아.   –정지용, <따알리아> 전문.

   해바라기는 해 같은 황금 얼굴로 해를 향해 또 해를 따라 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훌쩍 큰 키에 강인하고 서구적인 풍모가 인상적이다. 이해인 시인은 수녀로서 주님을 향하여 늘 아름다운 시를 쓰고 있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숭배“다. 반 고호의 해바라기 그림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명화인가? 해바라기는 그의 희망인 태양을 따라 스스로 돌기 때문이다.
은방울꽃은 한랭 지방의 꽃으로 남국적인 낭만과 열기는 없어 보이지만 북극인의 귀족적인 기품이 풍겨 나는 꽃이다. 그 꽃말 “행복이 온다. 사랑의 꽃”이 의미하듯 고국에도 중부 이북 고산지대에 자생하며 꽃 모양이 은방울 같고 한랭한 기후를 좋아한다.
글라디올러스는 창포 잎을 연상하는 날렵한 몸매에 줄 이은 꽃들이 아래로부터 위로 향하며 피어 오르는 기품이 우아하고 요염한 아가씨의 눈웃음 같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꽃이다. 문인귀 시인은 시. 그림, 음악에 다재 다능하여 꽃을 보는 모습이 남다르게, 시 속에 자신의 모습이 잘 투영 되었다. 꽃말은 “주의. 견고”다
달리아는 꽃 모양이 요염하고 꽃의 빛깔과 형태가 다양하며 여름부터 가을 까지 계속하여 핀다. 향기가 없는 것이 큰 흠이고 꽃말은 “감사“다.

자카렌다 (Jacaranda)

자카렌다
신비의 여인이
오월의 문을 연다.

누님의
소매 자락 같이
치렁치렁 늘어진
보랏빛 옷자락

가슴 속엔
청자 항아리의
천년 얼이
출렁이고

사랑을 갈구하던
연인들이
자카렌다 그늘
그윽한
호심(湖心)에 안겨
석류꽃 같은
입을 맞춘다.     -정용진, <자카렌다> 전문.

자카란다, 꽃잎 떨구며

자카란다 꽃잎
허공을 흔든다

비둘기 한 마리 날라와
보랏빛 조명등이 달린 전봇대에
날개를 접을 듯 하다가
날아가 버린다

사위어 가는 그 빛 아래
상자 안에 진열된 장난감 차들이
줄지어 있다

하루를 접는 시각
이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질주해 나가려는 욕망들

그 어깨위로
바람에 손 놓아버린
자카란다 꽃잎
뚝 떨어지고   -오연희, <자카란다 꽃잎> 전문.

자카란다

유월의 회색 하늘을
만들고선
자카렌다 나무

연보라색
슬픔의 너울
구름처럼 드리워
스쳐가는 미풍에도
하늘하늘
꽃잎이 진다
보라빛으로
땅을 물들인다

하늘만큼의 사연으로
잎사귀도 나기 전
꽃나팔을
송이마다 무수히
내어걸었건만
너무 부끄러워
털어내지 못하고

종일토록
눈물 머금은
보라빛만 토한다

산채로 떨어져
잠못드는
꽃        -이초혜, <자카렌다> 전문

부겐빌레아

한창일 때 그 정열
요염하기 불꽃 같던
부겐빌레아 꽃들이
꼭지에 힘을 잃고
다투어 나도 질세라
하나 둘씩 떨어진다

부겐빌레아는 애당초
꽃이 아닌 사람이름
그런 건 아무려나
관심도 없다는 듯
절정에 다투어 필 땐
세상 모두 덮을 듯

색종이처럼 떨어진
붉은 꽃잎들이
마당에서
이 구석 저 구석
몰려다닌다   -이성열, <부겐빌리아> 전문.

부겐베리아, 갈릴리의

건기의 끝
이른 비가 오시네
꿈결인 듯 설렘인 듯
비가 오시네
그 빗방울 부겐베리아 적시네
때를 맞춰 호수를 건너오는 바람
달고 시원하네
덧없는 시름
적막조차 겨운 날
돌집 사이
인간의 마을마다
깊은 사연 잠들고
깃발이나 외침 아닌
그윽한 힘이
빈 들을 적시네
그 아득함 가운데 한 존재가
다른 한 존재에게 건너가
다가가서 따뜻하게 감싸네
깊디깊은 눈길이
부겐베리아 향기 새로 피워내네
그 꽃잎 흔들리는 소리
가득한 저녁에         -박재화, <부겐베리아, 갈릴리의> 전문.

부겐벨리아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꽃집
조막손들이 어두움을 받아 올리며
명도를 높인다
청춘, 하얀대리석 기둥에걸쳐
에게해와 마주 섰을 때
활짝 한번 웃는 것으로
바닥까지 와르르 쏟아낸다고
큰 바다가 가르친 것이리
하하 입벌린 이웃들 사이에서
말은 차곡차곡 종이 접어
울타리를 세운다
삶은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대리석 기둥을 내려올 때
바람의 귀엣말인가
지상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서
지금 미봉(未捧)의 손이
명암(明暗)을 뒤척거리고 있다   -김현숙, <부겐벨리아> 전문.

등꽃

촘촘히 엮은 보라빛 구슬등
하늘에 걸어두는 날은
잊지도 않고 그대가 온다
실바람 흔들리는 주렴 사이로
아른거리는 얼굴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의 땅에
잊지도 않고 그대가 온다   -김현숙, <등꽃> 전문

5.6월 미 서부대륙을 수놓는 능소화과 보라색 꽃 자카렌다는 한국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낭만적이고 귀족적인 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붓꽃의 그윽한 빛깔, 조국의 야산에 새벽이슬을 함초롬히 머금고 야산 계곡에 애잔하게 돋아나는 도라지 꽃, 라반다 장미꽃의 빨아들일 듯 유혹적인 빛깔과 진한 향기에 비하면 초여름 열기가 달아오르는 거리에 줄지어 서서 졸업시즌을 축하라도 하듯 장식하는 자카렌다는 거리의 왕자답다. 그래서 동부에서 온 여행객들도 찬사를 보내며 그 정취에 흠뻑 취하고 만다.
가난한 거리를 티 없이 수놓으면서도 당당한 모습, 처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떠도는 구름과 벗하는 의연한 풍모, 고풍스러운 위엄에 압도 당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모두의 가슴을 담는 청자 항아리의 아늑함에 빠지게 된다.
등꽃도 보라색으로 몸을 서로 비벼대면서 고목나무 들걸에 의지해 오르며 피는 꽃 모습이 일품이다.

연(蓮)

수천만 마리
떼를 지어 날으는 잠자리들은
  한 뼘 가웃 남짓한 날빛을 앞에 두고 마지막 타는 안스러이 부서
지는 저녁 햇살을…..
얊은 나래야 바스러지건 말건
불타는 눈동자를 어지러이 구을리며
바람에 흐르다가 한동안은 제대로 발을 떨고 곤두서서
어제 밤 자고 온 풀시 밭을 다시는 내려가지 않으리라고
갓난애기의 새끼손가락보다도 짧은 키를 가지고
허공을 주름잡아 가로세로 자질하며 가물가물 높이 떠 돌아다
니고 있었다.

연못가에서는
인제 마악 자라 오르는 어리디 어린 아그배 나무같이
물 오른 아희들이 윗도리를 벗고 서서
물 가운데 어떤 놈은 물속의 하늘만을 들여다보고 제가끔 골똘한
생각에 잠겼다.

  허전히 무너져 내린 내 마음 한구석 그 어느 그늘진 개흙 밭에선
감돌아 흐르는 향기들을 마련하며
연꽃이 그 큰 봉오리를 열었다.      –김관식, <연(蓮)> 전문.  



꽃아
정화수(井華水)에 씻은 몸
새벽마다
참선(參禪)하는

미끈대는 검은 욕정(欲情)
그 어두움을 찢는
처절한
미소로다
꽃아
연꽃아     -허영자, <연> 전문.

연꽃

하광(霞光) 어리어
드맑은 눈썹
곧게 정좌하여
구천세계 지탱하고

세정(世情)을 누르는
정길 한 묵도

닫힌 듯 열려있는
침묵의 말씀 들린다.   –김후란, <연꽃> 전문.

연꽃

하나의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집단(集團)에서처럼
그것은 어쩌면
뜨거운 신음 같은 것
차라리 입상(立像)같이
차며
향기 없는 미련한 몸짓.

잔잔한 물결로 하여금
이끼가 뜨는
거기 보람은 두고
속으로 거두우기에 충실하여
무거히 가라 않은
꽃이여.                   -박창균, <연꽃> 전문.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엇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미당.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전문.

양수리(兩水里) 연(蓮) 밭

加平 淸平 푸른 산 빛이
떠내려와 연 잎 되고

驪州 陽平 맑은 물빛이
실려와서 연꽃 됐네

남한강 북한강 둥둥
팔월 한철 뜨는 연 밭

이 저승 보는 법을
연 밭 보듯 바라보자.

슬픈 일 기쁜 일들
짝을 지오 고운 세상

천지도 등불 나들이
연꽃 들고 왔잖은가.

우리도 강물처럼을
흐르다가 서로 만나

산과 물 서로 비추면
연분하여 꽃밭 될까.

한 만평 세월을 펼치면
흔들리는 연밭될까.      –백수. 정완영 <양수리 연 밭> 전문.

수련화(水蓮花)

수록색(水綠色) 깊은 고궁(古宮)
묵은 연못에
수련화 피었네 활짝 솟았네.

백(白).
황(黃).
홍(紅).

이렇게 잎사귀들이 첩첩히 엉킨 검은 물위에
목욕 단장을 한 시인의 애인들이
여름의 수레를 몰고
일년 한번 외떠러진 고궁을 찾아 왔네.

변함이 없이 변하는 나의 가슴
물기는 가시고 남은 한자리

여름이 쏟아지는 대낮
그늘이 없는 수심(水深)에
물자마리처럼 나는 떠 있네.

백.
황.
홍.      -조병화, <수련화> 전문.

수련(垂蓮)

수려(秀麗)하구나
추(醜)는
옥빛 물결에 감추고

미(美)만 드러낸 채
영롱여옥(玲瓏如玉)
이슬 머금은 입술.

감히
하늘을 향해
추파를 던지며
웃고 있다니
오만(傲慢)하구나.     –정용진, <수련> 전문.

수련

꿈을 긷는 당신의 못(池) 속에
수줍은 듯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아침 이슬 속에 피어나서
오후 햇볕 속에 잠드는 당신
다소곳한 한 송이 수련이 되어
당신의 꽃으로 살게 하소서

겹겹이 쌓인 평생의 그리움
푸른 물 위에 풀어놓고
밤마다 별을 안고 합창하는
어두움의 심연에서 건져내게 하소서   -임충빈, <수련> 전문.

백합이 기독교의 상징적 꽃이라면, 연꽃은 불교의 상징적 꽃이다. 불교에서 극락세계(極樂世界) 연화대(蓮花臺)란 의미도 큰 뜻을 내포하고 있는듯하다. 잎과 고귀하고 자애로운 꽃은 진흙을 뚫고 물을 솟구치고 올라와 고결한 모습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그런지 꽃말도 “순결”이다.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에 가 있을 때 객고에 시달리던 중 한 미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는데 충선왕이 연경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어 연인에게 사랑의 표시로 붉은 연꽃을 선물하였는데 그 미희(美姬)는 연꽃을 남기고 간 충선왕을 오매불망(寤寐不忘) 생각하며 정절을 지키고 먼 후일 이익제(李益齊)가 돌아오는 편에 시한 수를 적어 보내니 “ 떠나실 때 주신 연꽃이 처음에는 붉더니 얼마 안가 떨어지고, 이제는 시드는 빛이 사람과도 같도다. ( 贈送蓮花片 初來灼灼紅 辭枝今幾日 憔倅與人同) 이라 읊었다는데 이는 마치 함경도사로 있을 때 사랑에 빠진 연인 홍랑을 두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최경창에게 홍랑(洪浪)이 건네준 시 한편 ” 묏버들 가려 꺾어 님에게 드리노라 자시는 창밖에 심궈 두고 비온 후 잎 피거든 날인 듯 보옵소서“ 요지 음은 이런 기생들의 낭만과 시정이 없이 악어 핸드백에 몸을 마구 벗어 던지다니, 고결한 선비와 시심을 곁들인 옛 기생들의 모습이 애틋하다.
수련은 연꽃의 동생같이 보이는 애교스러운 꽃이다. 그의 꽃말 “신비”가 의미하듯 빨강, 노랑, 분홍, 흰 꽃이 연못 위에 떠서 연 초록 잎들과 함께 실바람에 춤을 출 때는 넋 나간 사람처럼 멀거니 바라볼 뿐 할 말이 없다.
달밤에 물위에 떠있는 애잔한 모습, 과연 신비에 가깝다. 수련이 달빛을 받으며 아련히 떠오르면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동화 속에 젖게 되는데, 물방울을 구슬처럼 굴리며 물위에 떠있는  연꽃은 싱그러운 처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선인들이 그 이름을 부용(芙蓉)이라 부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홍 춘(紅椿)

춘(椿) 나무 꽃 피 뱉은 듯 붉게 타고
더딘 봄날 반은 기울어
물방아 시름없이 돌아간다.

어린 아이들 제 춤에 뜻 없는 노래 부르고
솜병아리 양지쪽에 모이를 가리고 있다.

아지랑이 조름조는 마을 길에 고달 퍼
아름아름 알어질 일도 몰라서
여윈 볼만 만지고 돌아오노니     -정지용, <홍춘> 전문.

돔 백 (椿 )

시들 줄 몰라
열정만 같이, 정이
애정만 같이, 정이
도타운 이파리.

해에 쪼여.
진 푸른 사랑 결로 애타는 광채
흰 눈에 덮인 채
등(燈)에 쪼여도 타는 돔백.

애정에 쪼여도
숨결에 쬐도
잎과 같이 타는 꽃송이.
짓밟힐 줄 모르는 타는 고백.

떨어져도 뚝 떨어 저서
사랑 깊던 발길에사 뚝, 떨어 저도
시들 줄 모르던
짓밟힐 줄 모르던

사모만은
끝 다할 줄 몰라라 몰라.     -김영삼, <돔 백> 전문.

동백(冬柏)

1) 흰 동백

너의 순수는
순결의 상징.

푸른 물결이
몰려 와 둘러섰다
버리고 떠나면
홀로 남는
섬의 외로움.

너는
태초 이브의 고독
숫처녀의 아픔이다.

2) 분홍 동백

너는
수줍은 영혼.

내 누님의 실눈 뜨는 첫사랑
동백기름의 윤기다.

가슴 뛰던
첫정이 부끄러워
서산마루에 걸린
저녁노을
연지 빛 사연
내 누님의
속 가슴은.

3) 붉은 동백

타는 정열은
사랑의 혼 불.

눈꽃이
하늘 가득 덮이는 날
비로서 신비의 문을 여는
황홀한
그 아픔.

이제 너는
여인으로
성숙하는 구나
붉은
동백아!     -정용진, <동백> 전문.

동백꽃

뒤 울안에
동백꽃이 피어
푸른 나무 잎새 사이사이로
피같이 새빨간 것이
햇볕에 고웁다.

이 꽃은 지난날
이제는 없는
누나가 심은 것.

나는 눈물 속에 그려본다.
꽃 잎새 뚝뚝 떨어지는 소리
머리맡까지 들리던
봄날의 그 밤을.....

아 아 누나는 그 이튿날
아주 이세상을 떠나갔었지
......................................

땅에 떨어져 있는
동백꽃 속에
그리운 누나 넋이
아직도 숨 쉬고 있는 것 같어..... .     -장만영, <동백꽃> 전문

동백

만약
내가 네게로 가서
문 두드리면.

내 몸에 숨은
봉오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 날
꿈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이 살을
비추고
활활 우리 피어나면.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강은교, <동백> 전문.

동백꽃

섬에는 어딜 가나 동백이 있다
동백이 없는 섬은
동백을 심어야지

동백은 섬을 지키기에
땀을 흘렸다

동백은 바위에 뿌리 박기에
못이 박혔다

동백은 고독이 몰려와도
울지 않았다             -이생진, <동백꽃> 전문.

동백꽃
-오동도에서

한 덩이 각혈을 쏟아놓고
둘러보는 뒷자리야
신성 불가침의 비밀.

지난 밤에도 바람이 와서
파도를 깨우더니만 끝내,
그 사내는 떠나가고 말았구나.

속 가슴 헤쳐 내놓고
뱉어내는 가슴앓이
깜박이는 별빛 절망이나 될까.

부질없는 약속이 와서
칭얼대다 떠난 자리에 입술로 흩어져
목마름의 먼 파도소리.   –윤동주, < 동백꽃> 전문. * 서시를 쓴 윤동주와 동명이인.

동백꽃

수정같이 맑은
아침 이슬을 먹고
겹겹이 포개 앉아 피는 꽃봉오리

봄 향기 맡고 싶거들랑
창문 활짝 열어다오
어디 선가 불어오는
훈풍의 감미로움.

붉고 향긋한
순결의 꽃 동백은
수줍은 소녀처럼 조심스레 다가서며
봄을 부르고 나를 부르고….        –백지영, <동백꽃> 전문.

붉은 동백

신라의 여승 설요는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 환속 했
다는데
나도 봄날에는 작은 절 풍경에 갇혀 우는 눈먼 물고기
이고 싶더라
쩌렁쩌렁 해빙하는 저수지처럼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
어도
봄밤에는 숨죽이듯 갇혀 울고 싶더라
먼발치서 한 사람을 공양하는 무정한 불목하나로 살
아도
봄날에는 사람이 살짝 들키기도 해서
절 마당에 핀 동백처럼 붉은 뺨이고 싶더라     -문태준, <붉은 동백> 전문.

지는 동백꽃을 보며

내가 다만 인정하기 주저하고 있을 뿐
내 인생도 꽃잎은 지고 열매 역시
시원치 않음을 나는 안다
담 밑에 개나리 환장하게 피는데
내 인생의 봄날은 이미 가고 있음을 안다
몸은 바쁘지만 걸쳐놓은 가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거두어들인 것 없고
마음 먹은 만큼 이땅을
아름답게 하지도 못하였다
겨울바람 속에서 먼저 피었다는 걸
기억해 주는 것 만으로도 고맙고
나를 앞질러 가는 시간과 강물
뒤쫓아 오는 온갖 꽃의 새순들과
나뭇가지마다 용솟음치는 많은 꽃의 봉우리들로
오래오래 이 세상이 환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선연하게도 붉던 꽃잎 툭툭 지는 봄날에  -도종환, <지는 동백꽃을 바라보며> 전문.

동백의 꽃말은 “자랑”이다. 미인은 자신의 미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이는 본능적 생득지심(生得之心)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태어난다는 말이다.
강단에 서보면 너는 인물이 그리 빼어난데 왜 공부를 못하니? 하면 공부를 못한다는 책망은 아득히 잊어버리고 인물이 빼어나다는 말에만 온 신경을 쏟는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동백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참빗으로 빗으며 사셨다. 하얀 이가 머리에 기어 다니는 일이 더러 있기는 하였어도 그들은 그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셨다. 목포 사람들은 유달산을 내세우고 여수 사람들은 오동도를 자랑한다. 오동도의 동백은 일품이기 때문이다.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너를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김동명, <파초> 전문.


파초우(芭蕉雨)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라던고.

성긴 비 ㅅ 방울
파초  ㅅ 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조 앉어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츰 나의 꿈을 스처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 조지훈, <파초우> 전문.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사고와 감정을 인간적 대상에 전이(轉移) 시키는 의인법의 양식으로 화자는 파초를 인격화 시키고 있다.
작자 김동명은 가곡으로 작곡되어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내 마음”의 시인이다.
우리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 조국을 떠나온 이민자들에게는 추억과 깊은 감회를 일깨워주는 정감의 시다. 나도 이민자의 삶을 감지라도 한 듯 이 시를 퍽 좋아 하였다. 꽃말은 “미인”이다.
조지훈은 파초에 내리는 빗소리를 통하여 인간 존재의 실존을 잔잔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묻고 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진솔한 시심으로 내면의 세계를 조명하는 명 편 이다.

붓꽃

이른 아침
창을 여니
뒤뜰에 붓꽃이
푸른 잉크 듬뿍 찍어
하늘 자락에 시를 쓰고 있다.

참으로 생명은
오묘하고 심오하다

오늘 너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지
기쁘게 맞이하고
그를 사랑하라

그는 너의 삶을
윤택한 길로 인도해주는
귀한 스승이 될 것이다.

비록 네 생이
오늘 끝날지라도
주님께 감사하고 송축하라

이아침
너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진실하다고
후원의 붓꽃이
시를 쓰고 있다.     -정용진, <붓꽃> 전문.

붓꽃

하늘을 펼쳐놓고
햇살 머금어
겹겹이 꿈을 찍어내네

머리로는 태양 속을 달빛 속을
달려 가는데
언제나
보랏빛 넥타이 차림으로
꼿꼿이 제 뿌리 지키는
그대

붓처럼 다소곳한 그대여
내가 바람이 되어 줄까
그대 열정 훅훅 뿌려
펄럭이는 깃발이 되게   -김호순, <붓꽃> 전문.

칸나(紅蕉)

가을 햇살이
유난히 따가운 오후
고목 가지 끝을
솔개가 찾아와
한가히 돌고 있는데

연못가에서
한여름 물만 퍼 마시던
싱그러운 칸나가

푸른 하늘에
붉은 잉크 듬뿍 찍어
추상열일(秋霜烈日)이라 써놓고
빙그레 웃는다.

밤에는 넓은 자락으로
한기(寒氣)를 가리우고

낯에는 가슴깊이
하늘과 땅
과원(果園)의 향을 담다가

저문 하늘에
추야장장(秋夜長長)이라 써놓고
호젓이 웃는다.                          -정용진, <칸나> 전문.

해당화(海棠花)

바닷가에 해당 꽃
홀로 피어서
하소연한 심사에
고개 숙였소.

소군 소군 바람이
수작을 하면
수집은 어린 맘에
얼굴 붉히오.          -김억 <해당꽃> 전문.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
은 벌서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
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척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
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이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
도 됩니다.              -만해. 한용운, <해당화> 전문.

해당화(海棠花)

수려한 미모를 탐하는
속한(俗漢)들의
눈길이 두려워
은모래 벌
외줄기 기인


국 이 그리운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
오늘도
차가운 해풍에
홍조 띈 얼굴로
쪽빛 바다를 우러러
짙은 향을 토하며
옛 임을 애타게 부르네.
서산마루에는
정념(情炎)에 불타는
애달픈 사랑
외로운 넋
붉은 해당화.   –정용진, <해당화> 전문.

해당화

저 바다
거센 파도 내 남편 잃고
덕장에서 손 찔리며 고기를 말린다

내 남편 고향은
명사 십릿 벌
해당화도 피어나는 영흥 땅이라네

62.5 적 월남해와
눌러앉은 이곳
배고파 막막해 다시 탔던 배
명태잡이 영랑호는 해일을 만나
깊고 깊은 바다 속에 휩쓸려갔네

해당화야, 해당화야
질긴 뿌리야
남편 없는 살림살이 자식은 다섯
바닷바람 견딘
네 뿌리는
내 허리 신경통에 약이 될 건가

배를 타면 고향도 바라보인다고
웃으면서 떠나던
남편의 모습

저 바다
거센 파도 내 남편 잃고
부두에 나가서 그물 깁는데

파도야 파도야
높은 파도야
봄이 되면 속초바다 모랫벌에도
폭풍에 안 꺾이는 해당화 피랴     -김명수, <해당화> 전문.

감 꽃

쑤꾸기 소리 따라 감 꽃은 하나 둘 피어났는가?
다시는 오지 못할 푸르름 밑에
하마트면 뜨지 못할 나의 눈빛이
진정 새로운 뜻으로만 피어났는가?

의좋은 어느 집 어린 형제와 같이
돌담 위에 서로의 손짓이 보일 듯
어제 밤 너와 나와의 아쉽던 가슴 위엔
저기 저 감꽃이 쑤꾸기 소리 따라 피어났는가?      -이철균, <감 꽃> 전문.

감 꽃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 꽃을 썻지
전쟁 통엔 죽은 사병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었을 셀까 몰라.     ㅡ김준태, <감 꽃> 전문.


밤꽃

생 내 난 바람이 나뭇가지에 몸 비비며 지나가고
양수 하얗게 피어올린 밤꽃도
햇살이 뜨겁다며 잎사귀 밑으로 길을 내 준다
날아다니는 멧새도 길 옆 개망초도 땅속에 사시는
우리 어머니도
초여름에는 밤꽃 내음 만으로도 허기 한 끼 때운다.     -이한종, <밤꽃> 전문

배롱나무 꽃그늘 아래

생이 아름다운 때가 있다면
필시 이런 모습일께다
귄있는 여자의 눈썰미 같은 꽃
잘디잔 꽃술로 낭랑하게
예 예 대답하는
그러다 속상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혼자서 짜글짜글 애를 태우다
말간 눈물 뚝뚝 떨구는

화엄이나 천국도 그러고 보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환한 손뼉 소리 끝에
온몸으로 내 사랑 밀물져 오는 여름 한낮
장엄이라든가 경건이라든가
그런 사뭇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도
흩지 마라 내 슬픔 흩지 마라 얼굴 검게 탄 바람이
여린 가지의 맨살 나붓이 쓰다듬고 가는
그 잠시에 있는 것
그러면 거기 수만 송이의 꽃들이
죄다 부르르 떨면서 수만 갈래의 길을
우듬지로 위로 바쳐 올리고
나무들은 혼신으로 몸 바깥에 길을 내면서
여름 한낮 짱짱해져서는
이윽고 보여지는 한 틈으로
시원하게 소나기 한 줄금 뿌리기도
하는 것이니

완전한 사랑이란 이를 테면 그
소나기 같은 것일 게야
목마름의 절벽에서 飛流直下하며
산산이 깨어지는 물방울
몸과 마음의 경계를 깨끗이 지우는 일
몸도 잊어버리고 몸이 돌아갈 집도 다 잊어버리고
그게 우수수 목숨 지는 것인 줄 다 알면서도

여름 내내 명옥헌 꽃 지는 배롱나무 아래
여자의 환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이지엽, <배롱나무 꽃그늘 아래> 전문.

탱자나무 꽃

하아얀 꽃 위로
비 솔솔 날리네요.

꽃잎에 향내 젖은
물 뚜욱 뚝 지네요.

누나가 퍽은
보고 싶네요.       -최승열, <탱자나무 꽃> 전문 .  

모과꽃

사이사이로 모과꽃 피어납니다
연 초록 잎새 곁
연분홍 꽃잎들이 눈을 뜹니다    

내려다보면 물감을 점점이 찍은 듯  
올려다보면 촛불을 달아놓은 듯
그늘 속에서도 모과꽃 피어납니다
알르레기로 발그레해진 딸아이의 볼처럼
물 따라 흐르다 하나 둘 꺼지는 불배들 처럼
모과꽃 피었다 집니다

뒷산 앞산 보이지 않는 황사 자욱한 봄날
연지 같기도 하고 곤지 같기도 한 꽃잎들이
관음처럼 살풋 웃음 지으며                -서정학, <모과꽃> 전문.

붓꽃은 마치 붓 모양으로 솟아올라 자색 잉크를 찍어 시를 쓰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한다. 칸나도 붓 모양으로 솟아나지만 붓꽃이 여성적인데 비하여 칸나는 남성적이고 붉은 잉크를 듬뿍 찍은 형상을 하고 있다. 붓꽃은 선비들의 사랑을 받기에 그 자태가 단아하고 빛깔이 우아하다. 꽃말은 꽃의 모양에 어울리지 않게 “분노”다. 달빛에 비친 모습이나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모습이 청순하다. 붓꽃은 빈센트 반 고호가 그린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칸나는 초여름에 피어나서 늦가을 까지 계속되는 시원하고 활달해 보이는 꽃 중에 하나다. 연못가에 자색으로 피어 오른 붓꽃이 소녀 적이라면, 울 가에 남성적으로 핀 꽃이 칸나다. 인도가 원산으로 꽃창포 모양의  칸나의 꽃말은 “존경”이다.  대만에서는 약혼할 때 남자 집에서 여자 집에 사주를 보내면 그 답례로 여자 집에서는 남자 집에 토란과 칸나를 보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해당화는 원산 명사십리가 유명하여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2005년 5월 원산을 간다 기에 방북 여행에 신경을 곤두 세웠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온 몸에 무슨 죄라도 진 듯 가시를 두루마리로 감고 흰색과 분홍색을 겹 하여 피어 오르는 해당화 가새당꽃, 때찔레꽃 이라고도 부른다. 곧은 몸매에 청초한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이다.
해당화는 무슨 애틋한 연심(戀心)이 있어 전신에 가시를 두르고 해풍에 손짓을 보내는 것일까?
감 꽃은 어릴 적에 이웃 소년 소녀들이 소꿉장난을 하면서 그릇으로 쓰던 꽃이다. 푸른 감 잎에 쌓여 푸르게 피는 감 꽃, 향기는 없어도 시골 풍경을 잘 대변해 주는 꽃이다.
밤꽃은 구린내 비슷한 냄새를 향기처럼 피워 올리며 그 꽃 모양은 국수 같다. 가을에는 밤송이가 입을 열고 윤기 흐르는 밤알들을 쏟아낸다. 겨울 밤 눈길에 군밤사려군밤사려 군밤장수의 메아리가 숙제를 하던 밤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탱자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남쪽 지방에 많이 자란다.
봄이면 흰 꽃이 피고 노란 열매를 맺으며 전신에 가시가 돋아 울타리로 많이 쓰인다.

목화

누님
눈물겨웁습니다.

이, 우물물같이 고이는 푸름 속에
다수굿이 젖어있는 붉고 흰 목화 꽃은
누님
누님이 피우셨지요?

퉁기면 울릴듯한 가을의 푸루름엔
바윗돌도 모다 바스러져 네리는데.....

저, 마약(痲藥)과 같은 봄을 지내여서
저, 무지한 여름을 지내여서
질갱이풀 지름길을 오르내리며
허리 굽흐리고 피우셨지요?       -미당 서정주, <목화> 전문.

호박꽃

나무 울타리를 무성히 뒤덮는 파-란 잎 사이로
노랗게 들어 난 네 얼굴에는 드메서 왔다는
순이의 순직한 얼굴이 또한 그 속에 있어 좋구나.

날개 달린 놈이면 잉잉거리며 진득한 향을 듣고 누구나 오라
내 입술 그리 고울 건 없어도 어서들 오라
이 가슴 속에다 묻어 문질러 주마

마음은 수줍어도 젊음은 푸르러
이들이들 타는 해는 오오 나의 숨결 숨죽어
아물기 전에 어서 들 빨리 오라

장미처럼 눈부시진 못하여도 사나움 없고
백합처럼 말쑥하진 못하여도 가냘픔 없고
부득진 삶은 하늘을 우르러 구김 없이 피었노라

순아 호박꽃 피는 마을로 돌아가자 울 밑에
호박씨 묻고 뒤곁에 채전을 가꾸어
오매는 없어도 아들을 낳아
먼 후일 마련하자             -박병순, <호박꽃> 전문.

호박꽃

호박꽃 속에 있는
조그만 마을.
마을 앞으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흐르는 물에 물방아 시름없이 돌아가는데
아낙네들의 방추 소리 꼴작에 울린다.
뒷산 숲에서는 한 종일 뻐꾹새가 울고..... .     -장만영, <호박꽃> 전문.

호박꽃들을 보며

지난 여름엔
산너머 산너머에서만
천둥이 울어쌓더니만
호박꽃들은 산꼭대기로만
누우렇게 누우렇게 줄지어 오르더니만

요즘은 비록 꿈속이긴 하지만
두 날개쭉지로는 힘겨워서인지 날짐승들은
둥둥 부르튼 입 주둥이와 두 발 목까지 휘저어
산너머 산너머로만 빨려드는가 하면

요즘은 비록 꿈속이긴 하지만
팔팔 살아서 푸른 하늘의 바람 속을
울부짖으며 뛰어다니는 것도 서러울진대
거의 반죽음으로 바람 속을
바람에 끌려다니는 이웃들을 본다.

그래서 그런줄은 모르지만
요즘은 새벽같이 깨어나서
맨손체조를 하고 찬물을 마셔도
왼통 숨통은 갑갑하고 뒤숭숭하고

색맹인가 근시안인가
산천초목도 철천지원수로만 보이고
모든 빛깔도 단일색으로만 보인다.   –조태일, <호박꽃들을 보며> 전문.

수박꽃

세살박이
손녀의
노란 귀걸이

종종 걸음으로
풀섶을 기어가다가
마침내 하나의
지구로 맺혔구나.

웅장하다.   –정용진, <수박꽃> 전문.

하얀 고추 꽃

사랑한다는 말보다
좋아한다는 말이 좋은

좋아한다는 말보다
맵싸한 말이 좋은

그마저
머금고 살아
제 속이 매워서 핀다     ㅡ김영수, <하얀 고추 꽃> 전문.

부추꽃

봄비 따라 이사 왔네
수지네 집에서

가뭄이 내리는 팔월의 아픔에도
내일의 소망으로 일어서는
억센 푸르름
그 안에서
하늘의 가르침 피어 오른다

누나가 시집가면
신부의 꽃다발로 피려는 듯
동그마니 꽃 꽂았네
하늘 안고서,
누가 이를 빚으리
하늘만이 꽂으시는
이 꽃다발

노을 낀 하늘가,
부추꽃 동그란 이야기 핀다   -이은일, <부추꽃> 전문.

파 꽃

머리에는
백설을 이고
창연(蒼然)히 서서
민중을 굽어보는
녹두장군(綠豆將軍)
전봉준(全琫準).

죽창을 들고
고부(古阜)고을
뒤흔드는 함성이
정말, 엄청 나구나

길이길이 푸르거라
헐벗은 농민들의
자존심답게

하늘 우러르며
우람히 솟은
초록기둥
민중의 혼(魂)
파 꽃아!            -정용진, <파 꽃> 전문.

파꽃

햇살 끝 먼 눈으로 보아 서리꽃 같다

밀가루 부대 속살 위에서 정성으로 말려진 씨앗
차가운 땅 밑에서 머리를 올려
툭, 터져버리면 그 많은 기억들
사람 모이는 큰 시장 가장 작은 자리에
어머니는 늘 팟단 처럼 앉아 계셨다
어린 눈은 그 앞을 피해 먼 길로 다녔다
잘 묶여진 팟단을 풀면
하얘진 모모가 매콤히 눈을 찔러
손끝이 눈 주위를 떠나지 못한다
노모의 병든 뼈마디처럼
속이 텅 빈 채로 몸을 꼿꼿이 세워
유년시절 부끄러운 고집을 쏟아 놓는다
여리고 푸른 속살을 위해
지금은
파이면서도 파가 될 수 없는 너
매콤한 바람을 잃어 눈길을 잡는다   -박혜정, <파꽃> 전문

감자 꽃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감자 꽃> 전문.

메밀꽃

메밀꽃 한 다발
가슴에 안고
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걷노라.

사람들은
창문 고리를 깊게 걸어놓고
눈망울 껌뻑 거리며
바깥을 기웃거리고,

지금은
거리를 한차례
물청소 차라도 지나가야
할 때
아메리카.
무엇을 기다리는가.
아메리카
그대 성조기도.
아메리카의 영광을
기다리는가.       -곽상희, <메밀꽃> 전문.

담쟁이

올라라 올라라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랴.
머리 위는 구만리 장천
발아래는 천만 길 벼랑
이 모두가 내 하늘이요, 내 땅이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비고
사람도 의지처가 있어야 기대는데
돌담장을 손톱으로 후벼 파며
끝없이 기어오르는 억척쟁이.

고목 등걸을 휘휘 감으며
철따라, 빨. 파. 노. 초. 파. 남. 보.
무지개 빛으로 변신하는 담쟁이

담쟁이는
실어증(失語症)의 고목(古木)과
고착증(固着症)의 석벽을 기어오르는
줄타기의 명수다.

담쟁이야, 너는 기는 주제에
초록 미니 스커트 자락으로
죽은 고목과 굳은 석벽에
푸른 열기를 불어넣는
생명의 혼 불.   –정용진, <담쟁이> 전문.

담쟁이넝쿨

나를
꽃이라 하신 아버지
나는 무성한 닢, 뿐
꽃이 아닙니다
꽃이 아닙니다

오로지
꽃이라 하신 말씀에
매달려 세상을 헤어도
나는 꽃이 아닙니다
나는 꽃이 나닙니다

꽃이라
믿기만 하면 꽃이라니
때론 꿈에 분노하여도
꽃이 아닙니다
나는 꽃이 아닙니다

벽인들
담인들 길인들 틈, 틈새
찔리고 데이고 쓸리다
잎새마저도 떨굴 시간
아-아 꿈일까

“저-기 저 높은 담벼락
꽃보다 예쁜 담쟁이 좀 봐요!”
세상이 내 피멍든 등판을
꽃보다 아름답다 합니다

아-아,
이제야 압니다, 꽃이란
아름다운 상처라는 것을
나는 꽃보다
더 붉은 꽃이라는 것을.   –강학희, <담쟁이 넝쿨> 전문.

목화는 인도가 원산으로 중국을 거쳐 문익점에 붓 뚜껑 속에 숨겨져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꽃도 나팔꽃 모양으로 귀족적이고 목화는 솜으로 틀어 무명으로 직조 되어 옷감으로 쓰이는 유용한 꽃이다. 호박꽃은 박꽃과의 인도 산 덩굴성 식물로 시골 울타리를 타고 오르며 주렁주렁 가을을 장식하는 유용 식물로 꿀이 많아 벌들이 좋아한다.
나는 파 꽃을 보면 초록 기둥에 백설을 이고 섰는 모습이 마치 민중의 영웅 전봉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담쟁이는 항상 죽은 고목등걸이나 굳은 석벽을 기어 오르면서 서리가 오기전 꽃보다 붉게 물들어 담벽을 장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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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한국의 슈바이쳐 선우경식 원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존경 2008.04.19 17520
1940 꽃의 시(詩)학(4) 꽃은 아픔아다./秀峯 鄭用眞/ 증보편 정용진 2012.09.23 8248
1939 동요와 민요/샌디에고 문장교실 송년 강론 자료/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2.12.04 2882
1938 자유게시판 관리 규정 미문이 2004.08.22 2185
1937 대화 없는 대화 석류나무 2007.03.22 1816
1936 재산 양도 에 대하여 석류나무 2007.04.02 1628
1935 최락완 시인 동씨침법 특별강의 한길수 2010.11.10 1541
1934 秀峯 明心寶鑑/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3.04.22 1532
1933 秀峯 明心寶鑑/증보편/秀峯 鄭用眞/(2) 정용진 2012.06.21 1517
1932 사랑의 시학(詩學) 정용진 2008.07.20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