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4 04:08
가을이 오는 소리
김수영
푹푹 찌는 늦더위 속에서도
풀 섶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적막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고추잠자리
분홍빛 코스모스 꽃에 사뿐히 내려
날개에 묻은 가을 소식을 뿌립니다
억새가 사각거리는 산들바람에
나비가 춤을 추며 몸을 사립니다
옥빛 하늘은 더욱 높이 나래를 펴고
햇살을 가슴에 품어 가을을 익혀 갑니다
빨간 고추가 멍석에 널려있고
타작 마당엔 도리깨질 소리가 한창인데
풍년에 흥겨운 농부의 흥을 돋우는 풍년가
저녁밥 짓는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고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햅쌀로 지은
맛있는 고봉밥으로 행복을 먹습니다
땀으로 얼룩진 눈썹 위로
가을이 밀물처럼 쏴 밀려와 온몸을
가을 바닷속에 풍덩 담금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고 찾아오는 나그네
행여 임이신가 싸리문 열고 내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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