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기

2018.06.22 09:01

조경환 조회 수:31

텃밭 가꾸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조경환

 

 

 


 내 마음을 돌리니 좋은 일이 생겼다. 퇴직하고 난 뒤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집 안에 있는 화단을 없애고 텃밭을 만들어 조석으로 채소를 가꾸어 먹으면 좋겠다 싶었다. 내집 주위에는 모두 단독주택들이다. 이웃끼리 흐뭇하고 아름다운 정을 나누며 산다. 집집마다 텃밭에 채소를 가꾸어 식사 때 무공해 채소를 먹고 산다고 자랑들이다. 나만 정원수와 일년초들을 심어놓고 관상하며 지내고 있었다. 옆집들과 비교할 때 왜 나만 화단을 가꾸고 있을까? 화단은 아침저녁으로 향나무나 꽃들을 계절따라 보고 있으니 눈과 마음이 즐겁다. 그러나 옆집 텃밭에는 상추, 부추, 고추, 아욱 등을 심어 이웃집에도 나누어 주고 식사때마다 맛있게 버무려 먹는다고 야단들이다. 시장에 가서 반찬거리 사 올 것 없고 무공해 식품이니 일거양득이다. 그래서 나도 생각을 바꿔보고 싶었다.
화 단에 있는 나무들은 언덕으로 옮기고 일 년초만 바깥쪽으로 옮겨 심으면 텃밭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도 물어보니  좋아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힘을 얻어 정원수를 옮기고 필요 없는 것들은 캐내어 다른 사람에게 인심도 쓰고 버리기도 했다. 버린 것이 많았으나 한 번 결단한 것이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웃집은 텃밭농사가 한창이다. 나도 텃밭을 만들었으니 상추, 고추, 부추, 아욱 등을 심어 자랑스럽게 농사를 지어 보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농사짓는 일이 처음이라 다른 집의 비법을 알고  난 뒤 제일 나중에 심게 된다. 아내는 시장에 갈 것 없고 무공해 상추를 먹으니 그렇게 좋다고 자랑이다. 일과 중 한 가지 일이 늘어났다. 조석으로 잡초를 뽑는데도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일하니 그것도 좋단다.
 아욱은 멀건 국에 넣어도 제격이고 그 꽃도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보기 좋다. 나비들이 이 꽃 저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풍경은 더욱 아름답다. 상추는 여름 식탁의 보약이요, 아욱은 사람의 눈과 마음을 위한 것이 아닌가? 텃밭은 고추나 상추를 여름철에 먹을 수 있게 하는 보고다. 부추는 겨울만 빼고 언제나 가위로 싹둑싹둑 베어다 씻어 양념간장에 버무려 먹으면 식욕과 기력을 돋구어 준다. 그중에 부추전 맛을 빼놓을 수 없다. 남자들에게는 정력을 넘치게 한다고 하여 '월담초'(越譚草) 라고 한다지 않던가?
 좋은 흙이 있는 곳이라면 뿌리를 잘 내릴 고랑을 잘 내고 씨앗을 알맞게 잘 묻은 채소는 훨씬 잘 자라는 것을 첫 경험으로 알았다. 특히나 사람과 같이 수분이 필요할 떄는 물 조르기를 잘 들고 물을 내리 주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텃밭은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야 좋다. 햇빛을 잘 받은 채소는 이파리도 다르며 자라는 성장이 빠르다. 지렁이, 달팽이, 땅벌레들은 부지런이 땅을 파엎고 기어가고, 훨훨 날아다니는 벌나비들의 모습도 볼만하다.
 더 힘든 일도 많다. 여름 장마가 지거나 소나기가 온 뒤 다시 볕이 들 때면 풀들은 한층 더 자란다. 풀은 텃밭에 번져 꽉 찬다. 채소밭인지 풀밭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그런 날에는 손과 발을 텃밭고랑에 묶어 놓은 듯 진전이 없다. 땀 흘린 뒤 바람은 얼마나 시원한지, 체험하여 보아야 안다.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날리며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덕분에 좋다. 친구들과 같이 놀다가 우연히 텃밭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마침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다 멈췄다. 농장을 둘러봐야 한다기에 내 귀가 의심스러워 무슨 농장이야 하고 물으니, 아파트에 사는 친구는 땅을 빌려 짓는 텃밭이 5평 정도 있다고 했다. 이 텃밭에 심은 채소를 가꾸어 이웃까지 나누어 주면서 먹는다고 자랑이었다.

 빌려 짓는 텃밭농사도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 여러 날 텃밭에 가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 이때 비가 오지 않아 채소가 시들어갈 때 이웃집 텃밭 주인이 우리  텃밭까지 물을 주어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잡초를 뽑아주었다. 두 집은 내외간에 서로 정다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말했다. 친구는 소나기가 왔으니 텃밭 농장에 가보겠다며 나가 버렸다. 텃밭 농장일로 나간다니 뒷모습이 예쁘게 보였다. 새로 만든 텃밭은 내 마음을 기쁘게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좋다. 내 마음을 바꾸었더니 삶이 이렇게 행복으로 이어질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2018.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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