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전9기 인생, 송철호 울산시장

2018.06.29 05:40

한성덕 조회 수:61

 89기 인생, 송철호 울산시장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78(七顚八起)란 말이 있다. 일곱 번 넘어지고도 여덟 번째 일어난다는 뜻이다. 여러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고 일어나서 꾸준히 분투하는 인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단어에는 복싱선수 홍수환 씨와도 관계가 있다. 78기’를 말하다보면 ‘45기’는 저절로 연상된다. 78기는 고사하고, 12기도 해보거나 본 바 없는 나로서는 처음으로 홍수환 씨의 권투에서 45기를 보았다.

  19771126일이니까, 벌써 41년 전의 일이다. 세계 복싱협회(WBA) 주니어 페더급(55. 34kg) 초대 타이틀전에서 홍수환 선수는 지구 저편 낮선 땅 파나마로 갔다. 상대는 ‘지옥에서 온 악마’ 라는 17살의 강타자 ‘엑트로 카라스키야’였다. 그는 111111KO라는 경이적인 전적을 가진 파나마의 영웅이었다.

  1라운드는 서로의 탐색전이었다. 2라운드에서는 홍 선수가 무참하게 얻어터진다 싶었는데, 무려 4번이나 다운을 당했다. 한 번도 아니고 4번이나 강펀치를 맞았으니 KO 일보직전이었다. 그쯤되면 해보나마나한 경기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우리도 틀렸다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혀를 찼다. 그 위기에서 홍 선수를 살린 것은 종료를 알리는 공이었다.

  3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짧은 휴식임에도 ‘몸을 회복했으니 덤비라’는 듯 사뿐사뿐 가볍게 나왔다. 당장이라도 요절을 낼 태세였다. 아니나 다를까. 인삼의 저력인지 고추의 매운 맛 때문인지, 아니면 방바닥을 내치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렸는지, 왼손을 두어 번 휘두르더니 레프트 훅을 날리자 안면에 적중했다. 상대는 놀라 “오매야!” 할 시간도 없이 비틀비틀하더니 뒤로 물러섰다. 그 찰나를 놓칠세라 카라스키야를 링으로 몰아넣고 주먹세례를 퍼부었다. 주먹의 무게가 1톤쯤 됐나? 역전 KO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이런 것을 기적이라지 않는가?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대한민국 전체가 난리였다. 형편없이 일그러진 얼굴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할 때는 또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웃었다. 지금도 그 한마디는 회자(膾炙)되고 있으며, 군사정권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눈물을 닦아준 복서로 기억되고 있다.

  실은, 이번 선거에서 89기로 울산시장이 된 송철호 씨의 얘기를 하고 싶다. 홍수환 씨의 45기는 자연스럽게 끼어들었을 뿐이다. 송 시장은 홍 선수처럼 극적 짜릿함은 없다. 횟수가 많아도 기적이라고 할 것도 못된다. 하지만 잘 사는 이 시대에도, 인내와 끈기의 사람이 있다는 것에 고무돼 펜을 들었다. 그와는 일면식도 없다. 호들갑을 떠는 매스컴을 통해서 알았을 정도다. 그래도 수필로 남기고 싶은 것을 어찌하랴? 글을 쓰는 이가 어느 한 곳에 꽂히면, 기어이 써야되는 마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는 노동민주화의 도시 울산에서 노동자의 대부로 불리는 인권변호사로 유명세를 탔다. 노무현, 문재인, 송철호 이 세 변호사는, 민주화를 추구하며 군부 정권시절에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두 대통령과 함께 인권운동에 온 열정을 쏟았던 절친한 삼총사였다.

  3인은, 3(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에 필적할만한 인물들이다. 3김 중 두 분은 대통령이 되고, 한 분은 2인자로 남아 있다가 지난 6월 23, 그 분들 곁으로 갔다. 이들 세 명의 인권변호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분은 대통령이 되고, 한 사람은 울산의 지킴이로 있다가 이제야 지방장관이 되었다. 3김과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자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8번이나 쓴 잔을 마셨다. 그 누구도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도전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6, 지방선거에서 2번이었다. 1997년 말 울산광역시 승격이후 20년간을 자유한국당 계열에서 줄곧 시장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기의 할 일을 다 하며 자리를 지켰다. 시민들의 희로애락이 무엇인지를 알고 챙겼다. 일관된 말과 행동을 소신으로 삼았다. 억울한 일을 당한 서민들의 손과 발이 되었다변함없이 늘 울산 시민들 곁에 있었다. 그러는 중에 두 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공직에서도 일하는 경험을 쌓았다. 어디 그뿐인가? 과욕을 부리지 않는 마음, 제 위치를 지키는 과묵함,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미덕, 그리고 성실한 모습이 아름다웠다. 시민들은 예리한 눈으로 그를 지켜보았던 게 아닌가? 그 보답으로 시민들은 많은 표를 주었.

 일상의 삶 특히 정치세계에는,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팔색조가 많다. 꼴불견을 넘어 역겨움을 자아내게 한다. 바라기는, 89기의 송철호 울산시장의 그 좋은 선례가 사회 전반에서 회자되길 바란다.

                                                                 (2018.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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