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다듬는 자화상

2018.07.04 09:44

전용창 조회 수:81

글로 다듬는 자화상(自畵像)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전 용 창

 

 

 

 

  누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하물며 글로서만 대화를 나눈 작가를 직접 만난다는 것은 무척이나 기분 좋은 설렘이다. 오늘 그동안의 설렘이 현실로 찾아왔다. 신아문예대학 수요반, 목요반, 금요반에서 활동하신 작가님들이 여름방학 수요특강에서는 다 같이 만나는데 내가 그곳을 찾아간 것이다.

 글에서 만난 작가의 이미지와 실제 인물이 같은지 다른지 궁금했지만, 어떻게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는지도 궁금했다. 물론 수업 을시작하기 전 모두가 발언하는 '칭찬의 시간'도 기대가 되었다. 조그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으니 환경이 같고 나이도 10년 안팎의 차이라 세대도 비슷한데 뭐 그리 다르겠냐는 싶었다.

 

  칭찬시간에 작가님들을 모두 다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름과 칭찬대상을 기록했다. 그런데 K 교수님의 부드러운 호명으로 간간이 놓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누름돌」작품으로 신춘문예 당선하신 J 작가님의 수업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았고, 반짝이며 빛나는 눈동자도 보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입후보한 사람들이 지인이고,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서 누구를 투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는 작가의 마음이 친정어머니가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가지고 계셨던 ‘누름돌’ 마음을 작가 자신도 이어받았다는 이미지 그대로였다. H 목사님은 개척교회를 설립하여 아름다운 성전을 봉헌하고 이제 비로소 교회가 부흥 일로에 있음에도 정년을 몇 년이나 남기고 인근 교회 후배 목사에게 자리를 넘겨주며 두 교회가 하나로 되게 하신 아름다운 모습을 글 속에서 보았는데, 함께 앉아계신 여성 동창생을 통해 실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분은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분이었는데 바로 내 앞에 앉아 계셨고, 그 옆에는 여성 한 분이 앉아 계셨다. 그런데 그분을 오늘 처음 수필의 길로 모셔왔다고 하셨다. 여성분은 일어서서 자기소개를 했다. H 작가와는 50여 년 지기 초등학교 동창으로 그동안에는 까마득히 모르고 지내다가 최근에야 근황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한 반이었고 작가는 반장이었는데 누구에게나 어찌나 다정다감한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며, 본인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오고 보니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역시 H 작가님은 글에서 만난 다정다감한 이미지 그대로였다. 앞으로 글속에서 초등학교 시절의 짝사랑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C 회장님은 내가 수필공부를 했던 ‘꽃밭정이노인복지관’에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시며 봉사를 하셨고, 또한 겸손하셨는데 이곳에서는 회장의 중책을 맡아 회원들을 일일이 챙기고 계셨다. ‘꽃밭정이’에서 특강에 참여한 나와 몇몇 회원에게 이곳에 나와도 절대 ‘꽃밭정이’를 떠나면 안 된다고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C 회장님의 「추억의 보트타기」 글 중에 학창 시절에 노를 저으며 즐거운 추억이 깃들었다는 ‘덕진 연못’ 이 나오는데 마음은 그보다 훨씬 더 넓은 것 같았다. 또 한 분의 여성작가인 C는 나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는데 그때의 친절한 모습을 지금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참 반가웠다.

 

 오늘 발표한 작품은 H 작가님의 「자장면을 만드는 천사들」, K 작가님의 「꽃대궐」, 친정에서 함께 온 ‘꽃밭정이’ J 문우님의 「죽음이 찾아오거든」, 또 다른 K 작가님의 「아름다운 자화상 그리기」, L 작가님의 「밥은 먹었느냐」 등 5편이었는데 말미 부분에 나의 글 「아름다운 손」이 들어 있어 깜짝 놀랐다. 오늘이 첫날인데 큰일이구나 싶었다. 아마도 내 이름에 ‘창’이라는 글자가 들어서인지 교수님은 ‘들이당창’ 나의 글을 넣은 것 같다. 다행히 소재를 잘 선택한 탓인지 오디션은 무사히 넘겼으나 이곳 이 ‘문예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기라도 하듯 모두들 수준이 높아서 앞으로가 걱정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초등학교 교정에서 본 채송화 꽃을 보았고, 백일홍 꽃도 보았다. 문득 ‘꽃밭정이’ 문우님들의 모습이 한 분 한 분 떠올랐다. 3년 동안 정들었던 문우들! 그곳은 타원형의 자리배치로 서로의 모습을 보며 편안하게 공부를 했는데 이곳은 대학이라는 명칭이 들어서인지 강의실 같았다. 모두들 정면을 향한 의자에 앉아 있었고, 교수님은 교단 위에 의자를 두고 앉아 계시니 더욱 높게만 느껴졌다. 미국의 며느님이 사주었다는 노란색 신발은 유난히도 더욱 빛나고 있었다. 마지막 수업의 「사공의 그리움」 글에서 교수님이 무뚝뚝하다고는데 ‘꽃밭정이’에서는 그래도 양반이었다. 그럼에도 친정에서 온 우리에게는 고향의 동생처럼 편안히 대해주셨다.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라고 했던가? 오늘도 중수필과 경수필에 대한 교수님의 강의는 전에도 한 번 들었는데 어느새 다 까먹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왜 그리 빨리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K 작가님의 「아름다운 자화상(自畵像) 그리기」 글은 제목부터가 신선했고 누구나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하기에 가깝게 와 닿았다. 조금만 다듬으면 정말 훌륭한 글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수필을 배우는 것도 이미 부모님께 물려받은 면상(面像)인 얼굴 모습은 바꿀 수는 없지만 그동안 살아오며 모가 난 심상(心像)은 글로 다듬으며 바꿀 수 있지 않을까?가는 심상(心像)을 아름답게 다듬은 사람의 예화로 고인이 되신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을 들었고, 귀감이 되는 원불교 경전의 “악한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겨야 하느니라.”는 글귀도 인용했다. 나도 구본무 회장이 말단 직원에게도 반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갑질이 만연한 세상에 참으로 귀감이 된 삶을 사셨구나 싶었다. 작가님은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양의 자료를 검토하셨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다. J 작가님의 「죽음이 찾아오거든」 글에서는 무의식 상태에서 생명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가 나오는데 여기에 서명을 하고 나오는 작가님의 모습과 「아름다운 자화상 그리기」는 나의 남아있는 생애도 그리 길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진정으로 아끼며 소중하게 살라는 경각심도 안겨 주었다.

                                                      (2018.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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