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네비게이션만 믿다가

2018.07.05 14:11

박제철 조회 수:52

자동차의 네비게이션만 믿다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40여 년을이나 같이해온 부부모임이 있는 날이다. 승용차에 올라 네비게이션을 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네비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아니면 내가 네비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는 것인가목적지로 안내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안내를 한다. 네비를 꺼버리고 기억을 더듬어 찾으면 되겠지, 하고 찾아 나섰다. 개미 쳇바퀴 돌듯 그 주변을 맴돌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주변은 비슷한 빌딩숲이고, 약속시간이 지나다 보니 당황하기까지 했다. 총무에게 전화를 했다. 부근 큰 건물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다. 그리곤 자동차를 정차시키고 네비를 다시 조작했다. 다행히 안내를 시작했다. 도착하고 보니 조금 전에 지나쳤던 곳이다.

 

 네비는 사람을 길치로 만들고, 핸드폰은 사람의 머리를 멍청이로 만든다는 말을 한두 번쯤 들어본 일이 있다. 자동차 길은 네비에게 맡기고, 전화번호는 핸드폰에 저장하면 된다. 한 권쯤 갖고 싶어 했던 백과사전도 필요 없다. 컴퓨터에게 물어보면 모르는 것이 없다. 인간의 지식으로 만든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이겨 먹는 세상이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의 로버트가 사람을 마음대로 부려먹는 끔찍한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물질문명의 발전이 어디까지 가야 멈출 것인가?

 

 네비가 없던 시절, 서울에 있는 아들집이라도 한 번 찾아가려면 지도를 그려가며 설명을 듣고 머릿속에 저장하고 찾아가기도 했다. 또 가다가 잘 모르면 정차시켜 놓고 전화로 물어가면서 찾아 가기도 했었다. 그래서 한 번 가본 곳이면 머릿속에 입력되어 그 기억으로 찾아 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사실 오늘 모임 장소도 불과 얼마 전에 다녀 온 일이 있다. 그때도 네비의 안내를 받으며 다녀왔다. 네비의 안내를 받으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지만 이렇게까지 기억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전화기도 마찬가지다. 전화기에 저장기능이 없던 시절에는 가족이나 형제 등의 전화번호쯤은 아예 머릿속에 입력시켜 사용했다. 필요하지만 다 외우지 못한 전화번호는 다이어리라는 노트에 써서 전화기 옆에 놓고 사용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울 필요가 없다. 필요하면 전화기에 입력하고 끄집어내어 쓰면 된다. 많이 사용하는 전화번호는 단축번호에 입력시켜 한 번의 터치로 사용하니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밥짓고 세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작 스위치만 누르면 그 뒤는 기계의 몫이다.

 

 그러다보니 편리한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이야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머리 쓸 일도, 몸으로 노동을 할 일도 없다. 그런 시간에 자기 발전을 위하거나, 건강을 위한 여가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한다. 그러나 어찌 보면 물질문명이 건강을 앗아가버렸는지도 모른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다들 좋아할지 모른다. 오래 살다 보면 육신은 멀쩡한데도 치매가 오기도 하고, 정신은 멀쩡한데 육신이 말을 듣지 않은 사람도 많다.  

 

 사람 편하자고 만든 물질문명이 한편으로는 육신과 정신건강을 멍들게 하고 있다. 육신과 정신건강법이 넘쳐나기도 한다.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책을 많이 읽고 고스톱을 치라고 하는가 하면, 육신은 운동을 많이 하여 건강을 챙기라고 한다. 하지만 나부터 편한 것을 추구한다. 정신이나 육신이 힘든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편리한 물질문명에 이미 예속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것이 원불교의 이념이다. 물질을 사용해야 할 사람이 물질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배우며 노력하고 있는데, 오늘 물질에 끌려 다니는 일을 당했다. 오늘은 귀가하면서 네비를 끄고 주변 건물들을 머릿속에 입력시키며 귀가했다. 이제는 네비의 안내 없이도 찾아갈 자신이 생겼다. 자동차의 필수품은 네비가 아닌 내 머리 속의 무한한 컴퓨터일지도 모른다. 그 컴퓨터를 적극 이용하는 것이 또한 진정한 정신건강법일 같다.

                                                           (20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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