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보내고 7월을 맞으며

2018.07.07 14:21

김학 조회 수:28

6월을 보내고 7월을 맞으며

삼계 김 학

호국보훈의 달 6월이 피서의 달 7월에게 바톤을 물려주고 우리 곁을 떠났다. 이별이 서러워서 그런지, 눈물 같은 비가 많이도 내렸다. 나무들도 풀꽃들도 샤워를 자주 하더니, 푸른빛이 더욱 짙어졌다. 어느새 2018 무술년도 절반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해마다 6월은 우리에게 슬픔과 괴로움을 안겨주었다. 현충일과 6‧25기념일이 들어있어서 그럴 것이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된 것은 1963년의 일이다. 6월 한 달 동안이라도 국가유공자에 대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자는 취지로 지정되었다.

세상도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옛날엔 현충일이나 6‧25기념일 같은 국가공식 행사가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면 재미가 없어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옛날과 달리 흥미진진하고 감동을 주는 행사로 바뀌어서 뮤지컬이나 드라마를 감상하듯 즐겨 볼 수 있게 되었다. 행사 내용이 그만큼 진화된 까닭이다.

해마다 6‧25기념일 무렵이 되면 6‧25전쟁 때 UN군으로 참전한 분들을 우리나라로 초청하여 감사를 표하는 행사를 텔레비전에서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끼곤 한다.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된 그 노병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던 싸움터를 둘러보면서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그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도 한국을 사랑하는 친한파(親韓派)로 활동하리라.

20여 년 전 뉴질랜드에 갔을 때 음식점을 경영하여 성공한 어느 교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해마다 6‧25 무렵이 되면 이웃에 사는 한국전 참전용사를 초청하여 식사를 대접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느 해 참전용사 한 분이 짝짝이양말을 신고 왔더란다. 양말 한 켤레 사서 신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서가 아니라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 때 그 이야기를 듣고 반성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양말 한 짝에 구멍이 나면 아무렇지도 않은 양말까지 한꺼번에 버리곤 했었다. 짝짝이양말을 신으면 절약이 될 텐데 말이다.

기원전 431년에 그리스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군인이었던 페리클레스는 ‘전사자추모연설’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이 전몰자들과 그 유족에게 나라가 주는 그들에 대한 승리의 관으로서 그들의 자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아테네가 국고로 지원할 것을 오늘부터 보증합니다.”

이처럼 기원전 5세기부터 나라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유족을 나라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천명했던 것이다. 이런 보장이 없다면 어느 누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 자기의 목숨을 바치려 하겠는가?

우리에게 슬픔과 괴로움을 주던 6월이 올해엔 다채로운 이벤트로 발전하여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다. 6월 12일엔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열렸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서 악수를 나누고 회담을 가진 것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는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하여 70억 세계인들을 기쁘게 했다.

또 6월 13일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리고 6월 14일부터 7월 16일까지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축구 때문에, 잠시도 텔레비전 앞을 떠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태극전사들은 비록 월드컵 16강의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세계 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물리쳐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슬픔의 달 6월이 이렇게 70억 세계인의 관심을 끈 적은 없었다.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6월을 보내고 7월을 맞는 마음은 상쾌하기 짝이 없다. 청포도가 익어간다는 7월은 더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8 무술년 6월은 한국사와 세계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되려니 싶다.

(2018.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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