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통보

2018.07.09 06:38

김현준 조회 수:98

이별통보
전민일보  |  webmaster@jeon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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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9  09: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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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 사귀기는 쉬워도 헤어지기는 어렵다. 동성끼리도 절교를 통보하면 배신의 낙인이 찍힐 수 있으며, 간혹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이성 간의 헤어짐은 동성보다 더 힘들다. 이별 준비가 안 된 연인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는 청천벽력이 될 수 있다. 자칫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어 사회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 2014년 말 포항에 사는 최 모 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여자 친구 김 모 씨를 네 차례나 들이받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되었다. 최 씨는 동거하던 김씨가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별 통보를 받고 상대에게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어 종종 뉴스의 주인공으로 떠오른다.

왜 남자들은 여자 친구의 이별 요구에 격한 반응을 보일까? 서양 영화에서처럼 이별을 쿨cool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일까?

‘첫 눈에 반했다.’, ‘그(녀)를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고 믿는 젊은이들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과 멋진 미래를 설계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았다면 얌전히 갈라설 수 있겠는가. ‘왜 그러냐?’, ‘마음을 돌릴 수는 없느냐?’,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며 애걸복걸할 것이다.

개중에는 ‘오냐, 두고 보자. 네가 얼마나 잘 사는지 지켜보겠다.’며 이를 가는 사람도 있다.

바로 이런 자들이 문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복수의 칼을 휘두른다면 엄청난 비국이 발생한다. 공갈, 협박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폭력을 행사하고 방화를 하거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눈이 삔’상태요. ‘뚜껑이 열렸다’고 하겠다.

아름답고 행복해야 할 남녀의 사랑이 불행한 결말을 초래하는 이유는 뭘까? ‘인연이 아닌가 보다.’체념하고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주면 안될까.

사람은 단 한 번의 사랑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찾아올 새로운 인연을 기다려야 한다. 알콩달콩 잘 살던 부부도 헤어지는 일이 부지기수고, 노년의 황혼이혼도 늘어가는 추세다.

이 여(남)자가 아니면 내 인생은 끝이라는 막다른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지난 2014년 4월 대구에 사는 A 씨는 헤어져 달라고 요구한다는 이유 때문에 애인을 흉기로 살해하고 그녀의 애완견까지 죽였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교제한 지 한 달 만에 문자 메시지로 이별통보를 받은 B 씨는 여자 친구를 찾아갔다.

다른 남성과 사귄다는 얘기에 격분하여 불을 지르고 그녀를 살해했다. 최근 이별 통보에 따른 보복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매년 1만 건 이상의 이별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경찰 측의 발표가 있었다.

어느 고교생은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며 만나주지 않자 홧김에 아파트 11층에서 투신했다. 나무에 부딪히고 잔디밭에 떨어져 목숨은 구했지만, 평생 후회할 과거를 짊어졌다.

오래전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 젊은 여교사가 부임했다. 얼굴이 예쁘고 마음씨가 고와 인기가 높았다. 어느 봄날 군복을 입은 휴가병이 그녀의 애인이라고 찾아왔다.

여선생은 잊었다며 그를 만나지 않았다. 군인은 우물가에서 동네 아낙네들에게 여교사의 이런저런 과거 이야기를 까발리고 떠났다. 루머에 시달린 여교사는 얼마 뒤 타교로 전근을 갔다.

나는 이성을 사귀어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남자 반으로만 돌았고, 고등학교는 남학교에 다녔다.

대학의 학과에는 나이가 위인 여자 재수생이 한 명 있었을 뿐이다. 그래선지 사귐도 없었지만, 이별통보를 받은 아픈 기억이 없다. 여구 펜팔 몇 번에 미팅을 두 번 하고 이별 백신을 맞아 면역이 생겼다.

사람은 이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젊어서 헤어지는 연습을 통해 자신을 단련시켜야 한다. 사랑은 소유나 집착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연인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자기 성장과 인격수양이 따라야 할 것이다.

사랑은 왜 변할까? 서로에게 익숙해진다는 것은 오래 사귄 연인들의 특권이자 슬픈 일이기도 하다. 익숙함을 막을 길은 없다.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변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질 때 왕성하게 분비되던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 화학물질이 2∼3년이 지나면 줄어들고, 그 효과도 떨어진다. 친밀감과 결속력을 유지해주는 옥시토민은 남아 유대감을 강화시켜 준다는데, 그것만이라도 다행 아닌가.

연인이 헤어지자고 할 때 ‘좋은 친구로 지내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자.’며 상대의 마음을 잘 다독여 주고 행복을 빌어주는 아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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