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생각

2018.07.11 09:43

한성덕 조회 수:22

아빠생각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울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지난 518일에 불렀던 노래 ‘오빠 생각’이다. 얼마 만에 불러 보는 동요인가? 다섯 형제 중에 장남이니 오빠일 수 없고, 오빠가 아닌 이상 오빠가 생각날 리 만무하다. 하지만 뜸부기 노래의 ‘오빠’가 ‘아빠’로 바뀌어 아버지생각이 났다. 코흘리개 시절이 엊그제만 같은데,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진다는 슬픔보다, 천국에 계시는 아빠의 그리움이 더 컸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오’를 ‘아’로 바뀐 글자 하나 때문에, 이토록 잔잔하게 심금을 울린다는 게 참 놀라웠다.         .

  풀꽃문학관으로 갔다. 칠십대의 점잖은 분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생김새가 점잖다는 것이지 양복에 중절모를 쓴 채 바삐 움직였다. 모자 밑으로 번뜩이는 눈과 입가의 엷은 미소가 퍽 인상적이었다. 모자만 썼을 뿐 포근한 모습에서 인도의 시성 간디가 떠올랐다. 자그마한 키에 발 빠른 동작은 무척 바지런해 보였다. 그 분이 바로 우리가 뵙고자하던 시인 나태주 선생님이었더란 말인가? 그 고명하신 분을 ‘풀꽃문학관’ 지킴이 정도로 생각했으니 큰 실수였다. 수수한 모습의 시골스러움이 우리의 생각을 틀어지게 했던 것이다.

  그 날(5. 18.), ‘신아문예대학’ 수강생들 전체가 공주로 문학기행을 떠난 날이었다. 김학 교수님께서 지도하시는 ‘수필창작반’만 해도, 수요반을 비롯해서 목요반, 금요반까지 50명은 훨씬 넘지 않나싶다. 거기에 시창작, 문예 창작반이 있으니, 전체인원을 가늠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날의 성적을 따질 때, 참석은 F학점이요, 준비는 A플러스를 넘어 만점이었다.

  문학기행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이었다. 그곳에서 <풀꽃과 놀다>라는 시의 매력에 빠졌다.

 

  * 그대 만약 스스로/ 조그만 사람 가난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풀밭에 나아가 풀꽃을 만져보시라.

  그대 만약 스스로/ 인생의 실패자, 낙오자라 여겨진다면/ 풀꽃과 눈을 포개보시라/ 풀꽃이 그대를 향해 웃어줄 것이다/ 조금씩 풀잎의 웃음과/ 풀꽃의 생각이 그대 것으로 바뀔 것이다.

  그대 부디 지금, 인생한테/ 휴가를 얻어 들판에서 풀꽃과/ 즐겁게 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 보시라. 그대의 인생도 천천히/ 아름다운 인생 향기로운 인생으로/ 바뀌게 됨을 알게 될 것이다. (2017. 6. 15. )

 

  세상에서 덩그마니 나 혼자라고 생각할 때, 끊임없이 짓밟혀도 살아남는 들녘의 풀꽃을 보고 힘을 내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 ‘풀꽃’ 시리즈 가운데 더 재미있는 시가 있었다. 그 흔하디흔한 들녘의 꽃을 누가 알아주겠는가? 그래도 자세히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사람이야 말할 수 있겠나.’하는 뜻으로 마음에 새겨진 함축적인 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를 배우려던 참인데, 이 한 편의 시가 마음을 사로잡아 결정하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의 여느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것이 ‘풀꽃문학관’이었다.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오빠생각’의 동요가 흘러나왔다. 페달에 양 발을 올려놓고, 번갈아 가며 밟아야 소리가 나는 풍금이 아닌가? 그 순간 우리는 초등학생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1960년대 무주군의 적상초등학교 생각이 났다. 학년마다 두 반씩 있었지만 풍금은 한두 대에 불과했다. 음악시간이 되면 다른 반으로 가서 여럿이 풍금을 들고 와야 수업이 진행되었다.  

  방안으로 다 들어 온 것을 확인하신 선생님은, 동심의 세계에서 ‘오빠생각’을 다 같이 부르자고 하셨다. 우리 세대의 국민가요와도 같은 이 노래를 모르는 이가 있던가? 선생님은 풍금을 치고, 우리는 노래를 부르니 영락없는 꼬맹이들이었다. 2절까지 두 번을 불렀으나 붕~뜬 가슴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고향생각’을 하나 더 부르자고 제안했다. 박수가 터진다 싶었는데 풍금소리는 이미 선율을 타고 방안의 공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나 홀로 4성부 가운데 ‘베이스’를 넣었더니 노래는 한결 더 부드러웠다.

 

  인생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오빠’에서 ‘아빠’를 생각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일상의 삶에서 나를 좋아하고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이것은 그냥 되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 게 또한 인생이 아니던가?

                                                             (2018.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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