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시

2018.07.12 06:01

윤근택 조회 수:65

                                나는 집시( Gypsy)

          

윤근택(수필작가/ 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설치미술가)

 

   우선, 내 신실한 애독자들과 함께 집시의 역사에 관해 살펴보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나의 수필,‘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50)에서 일부 베껴다 붙이겠다.

 

 

  <(상략)집시는 15세기경 몽고 대제국 건설 때에 인도 북쪽 펀잡 지방에 살던 이들이 몽고의 위협에 이집트 등으로 피신하여 이집트를 비롯한 전 세계로 흩어져 유랑민으로 살게 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게 거의 정설로 되어 있다. 그 많은 갈래 가운데 이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50)’과 관련된 집시에 관해서만 간략간략 소개코자 한다.

   일군(一群)의 집시들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에 이주하여 정착하게 된다. 그들은 15세기 스페인인들이 국토회복운동으로 이슬람교도를 몰아내고 스페인 통일을 하는 데 큰 이바지를 하였다고 한다. 그들 집시들은 이사벨여왕과 페르난도 군대가 무어인들과 전쟁을 하는 동안 큰 공을 세웠다는 거 아닌가. 군대가 알함브라성(-)을 도저히 접근을 못하는 데 비해 그들은 성에 쉽게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지냈고, 그걸 비밀지도로 작성하여 군대에 전해줌으로써 전쟁에 승리토록 하였단다. 그러자 그 대가로 사크로 몬테(Sacro Monte;'성스런 언덕이란 뜻을 지님.)’를 비롯한 여러 산에 동굴을 만들어 지낼 수 있는, 이른바 동굴 허가권을 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 스페인에는 안달루시아를 중심으로 약 1백만 명의 집시들이 산다고 한다.(이하 생략)>

 

 

   집시들은, 위 단락에서도 보여주었듯, 속된 말로 집도 절도 없이동굴 따위에서 생활을 한다. 잠옷으로든 제대로 갈아입고 잠을 자겠는가. 잠을 청하되, 잠옷으로 갈아입지도 않고 양말도 벗지 않으며 세수도 않는 나. 나야말로 집시다.

  내가 집시가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나는 최근 5년여 동안 아파트 경비원으로, 또는 아파트 전기주임으로 지내오기 때문이다. 시급제(時給制)이며 야간 휴게시간이 네 시간 혹은 두 시간 허락되는 이 직업. 사실 이 바닥에서는(?) 그 짧은 시간을취침시간이라고 부르지 않고 휴게시간이라고 부른다. 잠을 자되, 잠옷으로 갈아입지 않고, 용역회사에서 지급하는 제복을 그대로입은 채 자는 진짜 이유는, 출동 대비를 하기 위함이다. 아파트 주민들의 야간 안녕을 위해, 여차하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사실 신발도 신은 채 자는 게 올바른 근무자세이겠지만... . 내 살붙이들과 내 신실한 애독자들이 이 이야기 들으면 안쓰러워 할 테지만, 아파트 경비원들과 아파트 전기주임들의 숙소 환경은 대체로 열악하다. 온방장치(溫房裝置)도 손수 알아서 해야 하며, 선풍기 따위도 주민들이 내다버린 걸 주워다 쓰는... . 심지어 내가 그 동안 여덟 차례 옮겨온 아파트 가운데에는 숙소가 따로 마련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특히, 아파트 전기주임들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전기실 자체가 숙소인 경우도 있으며... . 어쨌든, 잠옷으로 갈아입거나, 제복을 벗고 내의바람으로 잠을 청한 지가 꽤나 오래 된다. 다시금 말하지만, 나야말로 집시다.

   곰곰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만이 집시가 아니다. 군대생활 36개월 동안도 그러하였다. 특히 작전 때에 ‘5분 대기조를 하는 동안에는 이른바,‘단독군장을 하고 가면(假眠)’이었다. 가면이란, 자는 둥 마는 둥 하는 상태를 이르는 말. 소방공무원들도 야간근무를 하는 동안 가면상태를 유지할 터. 아파트 경비원이든 군인이든 소방공무원이든 경찰이든 집시처럼 잠옷으로 갈아입지도 않고 불침번(不寢番)을 서기에 그 많은 이들이 편히 잠들 수 있다는 거.

    또 다시 이야기하지만, 나는 집시다. 야간에도 옷을 그대로 입고 잠을 청한다. 네 시간 잠을 자되, 교대 근무자의 시간을 해칠세라, 휴대전화기에 알람을 설정하여 여축없이 정해진 시간에 벌떡 일어난다. 나는 흐트러짐 없는, 이 규칙적인 생활을 무척 사랑한다. 나는 집시인데, 복장만이 집시꼴이 아니다. 내 의식도 마찬가지다. 언제고라도 머릿속에 글감이 떠오르면, 곧바로 컴퓨터의 키보드를 토닥이니... . 수필작가로서 나는, 5분 대기조이기도 하고 불침번이기도 한 셈이다. 앞으로도 주욱 가면상태를 유지하련다.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집시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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