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4 15:02
젓가락
김수영
버드나무 가지 잘라 만든
젓가락으로 도시락 먹었지
껍질을 벗기면 초록 속살 향기에
반찬이 없어도 맛있게 먹던 어린 시절
나무젓가락, 놋젓가락, 스테인리스 젓가락
시골 봄에 모 심기를 끝내고
논두렁에 앉아 막걸리 마시며
젓가락으로 술 주전자를 두드리며
노랫가락을 뽑아 올렸지
멱 따는 소리지만
어찌 그리 구성지게 들리는지
젓가락에 장단 맞추어 흥이 나면
어깨를 들썩이며 춤도 추었지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사치스러운 은유 빗대는 세상
역겹다
반찬 집어 서로의 입에 넣어 주시던
부모님의 대나무 젓가락 사랑
고향산소에 엄마 아빠 정답게
나란히 젓가락 되어 누워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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