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물

2018.07.25 17:58

이우철 조회 수:7

아름다운 선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수요반 이 우 철

 

 

 

 우리가 살면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무엇일까? 받으면 마음이 설레며 두고두고 기쁘게 하는 그런 선물 말이다. 진정으로 좋은 선물은 비싸고 화려한 것보다는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주는 사람의 정성이 오롯이 담겨 있어야 한다.

 

 지난 일요일 아들네 집을 다녀왔다. 셋째손자 준원이 백일이었기 때분이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6년이나 휴직하며 세 아이를 기르고 있는 며느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출산은 가문을 번성케 하는 일이니 얼마나 크나큰 축복인가? 양가 부모는 물론 형제들까지 모이기로 했다. 손자 시원이와 지원이는 마냥 설레고 즐거워서일까, 입구까지 나와서 "어서 오세요!" 하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곧이어 경주의 사돈부부도 도착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품에 안기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큰손자 시원이가 시무룩해졌다. 제 아빠 곁으로 가더니

 "아빠, 민우 진우형(고종사촌)은 왜 안 와?"

 "응, 지금 오고 있는데 1시간쯤 더 기다리면 올거야."

 시원이는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해진다. 나이가 비슷한 세 살 위 형들이니 같이 놀 수 있어 그렇게 기다렸나보다. 나는 전화를 걸어 시원이에게 바꿔주었다.

 "지금 어디야? , 빨리 와!" 하며 전화를 끊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안심이 되는가보다. 기다리던 형들이 도착하니 끌어안으며 좋아서 훌쩍 훌쩍 뛴다. 고모가 사온 선물을 뜯어보며 즐거워한다.

 

 가정에서 꽃 중의 꽃은 아이들이요, 아이들은 행복의 원천이다. 집에 아이들이 있어야 사람사는 맛이 난다. 녀석들이 집에 올 때마다 나는 늘 바빴다. 앞마당에 잔디를 깎고 채소밭을 정리해야 했다. 오이 가지는 물론 고추도 딸 수 있도록 알맞게 키워야했다. 늘 그렇듯이 풍성하게 열린 열매를 따며 상추밭에 물도 주어야 했다. 작은 텃밭이지만 아이들에겐 농촌체험현장이다. 열매를 따면 ‘이거 내가 땄어!’ 제 엄마아빠에게 자랑을 한다.

 

  잠자리를 좋아하고 나무숲에서 울어대는 매미를 잡으며 신기해한다. 철따라 변하는 자연을 이야기하며, 그들과 함께 놀아주면 즐거워했다. 이제 시원이가 일곱 살이니 내년이면 학교엘 간다. 그 밑에 네 살의 지원이도, 오늘 백일을 맞은 준원이도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갈수록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새 힘이 솟는다. 우리 모두는 주인공 준원이를 중심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음식을 먹으며 아이들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 가족은 일찍이 동서화합에 앞장선 특별한 가족이다. 딸은 부산으로 출가를 하고, 아들은 경주로 장가를 들어 인연을 맺었으니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동서를 오가며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역군이 된다. 고려시대 왕건도 호족들과의 좋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결혼정책을 폈다. 결혼만큼 지역간의 정서를 공유하며 가까이하는 일도 드물 것이다. 사돈네와 이야기하다보면 어떤 지역감정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선거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가?

 

 집을 나서려는데 아들이 ‘가시면서 보세요.’ 하며 사진첩 하나를 내밀었다. ‘시원이와 그 나이든 친구 이야기’ 란 앨범이었다. 그동안 손자 시원이와 칠순을 눈앞에 둔 나는 친구가 되어 텃밭을 가꾸고 물을 주었다. 뚝방길을 걸으며, 채소를 가꾸고 바둑(알까기)을 두며 함박웃음을 주고 받았다. 누구도 줄 수 없는 행복이요 즐거움이었다. 우리 내외는 사진첩을 보고 또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준 아들이 고마웠다.

 

  부모는 자녀가 장성할 때까지 잘 양육할 책임을 져야 한다. '내 인생 내 지게에 지고 가는 세상의 이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손자 백일에 즈음하여 아들이 준 '아름다운 선물'은 두고두고 추억으로 간직해야겠다. 사진첩 서두에 아들은 이런 글을 남겼다.

                                                                           (2018. 7. 20.)

 

 사랑하는 아빠에게!

 누워서 울기만 하던 시원이는 내년에 학교에 가고시원이의 나이 든 친구는 내년이면 일흔이 되네요. 나란히 달려가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할아버지 이야기로 가득한 시원이의 일기장이고,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시원이의 대답입니다, 할아버지에게 전하는 시원이의 감사선물이기도 해요.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지만, 우리가 나눈 시간과 감정들은 우리 몸 이곳 저곳에 남아 피를 타고 흐릅니다. 시원이의 통통한 볼살과 검은 머리칼과 따뜻한 눈동자에 뼈마디 하나하나에  시원이를 사랑한 우리의 마음이 녹아있고 기록되어 있습니다시원이가 아프면 같이 아프고, 기쁘면 같이 기쁜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원이에게도 찾아올 외롭고 힘든 순간에 시원이 몸속에 녹아있는 할아버지의 사랑이 시원이를 안아주고 위로하고 손을 잡아 주머니 속에 넣아둔 용기를 찾을 수 있게 해 줄 거예요.

 

 시원이의 특별한 친구할아버지의 예순아홉번째 생일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시원이네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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