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한국미가 살아 있는 안동

2018.07.27 05:50

최은우 조회 수:4

전통적인 한국미가 살아 있는 안동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은우

 

 

 

 

  아침 일찍 출발하여 안동으로 가는 버스 차창밖으로 보이는 산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단풍 절정기여서 높고 낮은 산들이 형형색색 깊은 가을 색을 띄고 있었다. 올해는 단풍이 이를 것이라는 예보가 무색할 정도로 11월 둘째주인데도 스쳐 지나가는 산들이 발갛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안동 도탑리에 있는 권정생 작가의 생가에 들렀다.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시골집보다도 더 작고 초라했다. 교회의 지붕으로 썼던 양철로 벽을 두르고 마당도 없었다. 울타리도 없어서 몇 발짝만 나가면 바로 길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가난한 노무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광복 직후에 외가가 있는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했으나 빈곤하여 객지로 떠돌았다. 나무장수, 담배장수, 가게 점원 등 온갖 일을 하다가 19세에 폐결핵, 늑막염 등의 병을 얻어 거지 생활로 연명하다시피 했다. 29세에 고향인 안동 조탑마을로 돌아와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24년간 교회 종지기를 하면서 ‘강아지 똥’, ‘몽실 언니’를 집필했다. 그는 가난하고 병든 몸이었지만 절망하거나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환경을 지배했다.

 

  1980년 ‘몽실 언니’의 인세 60만 원으로 교회 뒤의 하천부지에 조그마한 무허가 집을 지어 살았다. 그 뒤 인세로 상당한 돈이 들어왔지만, 남들이 보면 답답할 정도로 근검절약하며 빈곤 생활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세상을 뜨기 전,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또한, 자신의 집터를 허물어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라고 부탁했으나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그의 유언대로 유산으로 남은 12억 원 중 2억 원은 고마운 조탑마을과 교회에, 일가친척에게 주었다. 나머지 10억 원과 앞으로의 인세는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에서 아이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한다. 진정한 성자, 무소유의 권정생 선생님은 사상에 치우치지 않고 자연과 생명, 어린이, 가난하고 소외된 것들, 무고하게 고난 받는 이들에 대한 사랑을 작품에 표현했다. 대표작으로 <강아지똥>, <몽실 언니>가 우리에게 친숙하다.

 

  권정생 작가의 생가에서 그분의 온기를 느끼고 하회마을로 갔다. 국가무형문화재인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했다. 농악대가 농악을 울리면 광대들이 하회탈을 쓰고 춤을 추었다. 하회탈은 주지(2), 각시, ,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 등 1011개가 현존하고 있다고 한다. 하회탈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렇다.

 

  이 마을에 최초로 허 씨가 들어와 살 때의 일이다. 허 도령이 낮잠을 자는데 산신령이 나타나 말했다.

  “동네에 재앙이 많은 이유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화가 나서 그렇다. 그러니 탈 12개를 만들어 이 탈을 쓰고 춤을 추고, 먹고 즐겨라. 그러면 수호신이 즐거워해서 재앙이 없어질 것이다. 100일 동안 기도를 하면서 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허 도령이 움막을 만들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금줄을 쳐 놓고 그 안에서 탈을 만들었다. 그런데 허 도령을 사모한 의성김씨 처녀가 허 도령이 너무 보고 싶어 참지 못하고 99일째에 금줄을 타고 넘어가 움막을 들여다본 순간, 허 도령이 피를 토하고 죽었다. 처녀도 죄책감에 자결했다. 하회탈 12개를 만들었는데 마지막 한 개의 탈인 이매는 턱을 미처 완성하지 못한 상태인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하회마을은 물에 떠 있는 연꽃 모양이며,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고 있어서 하회마을이라 한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중심지에 있는 600여 년 된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고택들이 S자 모양의 강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정남향이나 동남향과는 다르게 좌향이 일정하지 않다. 토담 골목을 따라가면 양반가의 큰 기와집을 중심으로 매년 지붕을 다시 이어주는 서민들의 멋스러운 초가집들과 잘 어우러져 있다. 현재 초가집은 관광객을 위한 민박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하회마을에는 서민들이 놀았던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비들의 풍류놀이였던 ‘선유줄불놀이’가 현재까지도 전승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통생활문화와 고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 일행은 문화해설사를 대동하고 하회마을의 고택을 둘러보았다. 하회마을은 현재 집성촌으로 풍산류씨가 75%를 차지하고, 원래 이곳에 터를 잡았던 안 씨, 허 씨 등이 함께 살고 있다. 보물로 지정된 양진당, 충효당의 고택과 중요민속자료인 화경당, 작천고택, 염행당, 양오당, 하동고택이 있다.

 

  우뚝 솟은 솟을대문과 장엄한 분위기가 감도는 양진당은 풍산류()씨의 대종가다. 하회마을에서는 드물게 정남향의 집이며 99칸으로 전해오지만, 지금은 53칸이 남아 있다. 충효당은 문충공 서애 류성룡의 종택이다. 대문간채, 사랑채, 안채, 사당으로 52칸이 남아있다. 충효당 내에는 영모각이 별도로 건립되어 서애 선생의 귀중한 저서와 유품 등이 전시되고 있으며, 바깥마당에 엘리자베스 2세의 방문 때 심은 기념식수가 있다.

 

  화경당은 안채, 사랑채, 큰 사랑채, 대문간채, 사당 등을 두루 갖춘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하회에서 가장 큰 규모로 마을 북쪽 99칸 집으로 불렸다. 작천고택은 앞마당에 작은 토담을 두어 사랑손님과 안채의 부녀자가 마주치지 않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염행당의 특징은 문간채는 솟을대문을 두었으며, 안채와 사랑채의 구들 연기를 하나의 큰 굴뚝으로 뽑아낼 정도로 사대부집 가운데서도 훌륭한 건축물이었다. 양오당은 안채로 통하는 문 앞에 내외담을 쌓아둠으로써 문을 열어도 안채가 바로 보이지 않았다. 하동고택의 특이한 점은 대문채는 초가집이지만 사랑채와 안채 등은 기와집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건축적 특징은 창건자가 후손들에게 ‘세상의 모든 것은 한 차례 융성하면 한 차례는 쇠락하므로 욕심을 내어 전부를 채우려 하지 말고, 부족한 가운데 노력하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라 한다.

 

  마을을 돌아 부용대가 보이는 낙동강변으로 나왔다. 하회마을 북서쪽 강변을 따라 펼쳐진 넓은 모래 퇴적층에 소나무숲이 보였다. 조선 선조 때 류성룡의 형인 류운용이 강 건너편 바위절벽 부용대의 거친 기운을 완화하고, 북서쪽의 허한 기운을 메우기 위하여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고 하여 만송정이라 부른다고 한다.

 

  만송정에서 올려다보이는 부용대는 위용이 있어 보였다. 부용대는 하회마을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태백산맥의 맨 끝부분에 해당하며 정상에서 안동 하회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높이 64m의 절벽이다. 부용대 아래로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옥연정사, 겸암정사, 화천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거의 4시간을 차를 타고 안동까지 갔는데 시간이 부족해 부용대를 올라가 보지 못해서 매우 아쉬웠다.

 

  이번 안동문학기행은 전주시독서동아리연합회에서 주최하고 전주시립도서관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전주에서 안동까지 왕복 7~8시간이나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고, 버스에 편안하게 앉아 친구와 다정하게 속삭이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산하와 단풍을 마음껏 즐겼다. 점심으로 맛있는 안동찜닭과 안동간고등어를 대접받고, 가슴 충만한 문학기행을 즐기며 진한 가을나들이의 행복을 누렸다.

                                                                  (2017.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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