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

2018.07.29 06:06

김세명 조회 수:9

연리지 (連理枝)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해괴하다. 약 5미터 떨어진 두 소나무 가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모악산 금산사에서 정상을 오르다 보면 연리지 안내문이 있어 가까이 가 보았다. 연리지는 사랑나무라고 부른다. 50년 생쯤 된 소나무가 마치 다정한 연인이 손을 잡은 것 같다. 연리목은 두 나무가 연결된 상태로 폭풍우를 견디며 긴 세월 수 백 년을 서 왔으리라. 한참 보고 있으니 식물도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되었다. 무슨 연유인지 서로 다른 나무가 이어져 한 몸이 되어, 살아서나 죽어서도 서로 영양을 공급해 주면서 의지하고 살아온 것이다.

 

 연리목을 보노라니 서로 갈등하고 사는 것이 부끄럽다. 사람이 성장하여 남남이 만나 가정을 이룬 뒤 많은 역경을 겪는다. 물론 함께 힘을 합쳐 잘 살아가기도 한다. 묵묵히 한 자리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견디는 이 나무야말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축복 속에 결혼하여 살다 보면 경제적인 문제나 성격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산다. 한 번 이어진 인연을 영원토록 함께하는 연리목이야말로 진정한 백년해로의 교훈이다. 즉 두 몸이 한 몸 된다는 부부간의 영원한 사랑을 말해준다. 부자간의 효성, 친구 간의 우정 등 서로 도와 가면서 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이 연리지 나무는 흔하지 않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 국립공원 내 수정봉 자락에 수령이 3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소나무와 200여 년 된 참나무가 서로 뿌리와 가지를 독특한 모양으로 맞대고 있는 연리목이 있다. 이 연리목은 마치 남녀가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일명키스하는 사랑나무로 불린다. 또한 수령이 60년 정도로 보이는 벚나무와 느티나무가 같은 높이로 자라면서 서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마치 한 뿌리에서 종()이 다른 두 개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형태다.

 

 식물과 동물이 크게 다른 점은 동물은 끝없이 움직이는 반면에 식물은 한 자리에서 생을 다할 때까지 꽃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한 자리를 지킨다. 한 번 연리목이 되면 한 나무가 죽어도 서로 영양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두 나무가 한 몸처럼 가뭄과 폭풍우와 자연재해를 극복한다. 마치 사람이 성장통을 겪는 것과 같다. 산에 숲이 우거지고 많은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건 축복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긴요하다. 자연재해를 예방해 주고, 공기를 정화하여 산소를 공급하며, 피톤치드를 생산하여 살균 효과까지 있어 산림욕을 한다.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도 묵묵히 서있는 나무들과의 인연 때문이다. 말없이 서 있는 나무들은 기기묘묘한 위치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등산을 하다 보면 누구나 극기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른다. 힘들어도 참고 그 고비를 넘기고 정상에 오르면 성취감에 희열을 맛본다. 이런 고비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작은 역경들을 이겨나가는 것과 같다. 힘들어도 참고 정상에 오르는 것처럼 살아가면서도 어려움을 참는 것이다. 참다보면 자연히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긴다. 내가 담배를 끊은 것도 산이 준 선물이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혼자 산을 묵묵히 걷다보면 지혜가 생긴다. 이고득락(離苦得樂)이나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얻는다.

 

 경인년 정월 대보름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31년을 키워 자식을 결혼시켜서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벗는다는 홀가분함도 있다. 그리고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어린 나이에 만고풍상을 겪었을 아들에 대하여 노심초사했던 지난날들의 애틋한 마음도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제짝을 만나니 대견하다. 결혼식을 마치면 새 출발하여 둘이 한 가정을 이룰 것이다. 연리목처럼 서로 손잡고 의지하며 오손도손 잘 살아가기를 기원하는 게 내 마음이다.


                                                                 (2018.7.30.)

 

 

*전미개오(轉迷開悟): 어지러운 번뇌에서 벗어나서 열반의 깨달음에 이르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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