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백인백색

2018.08.02 17:52

전용창 조회 수:71

수필은 백인백색(百人百色)

- 여름방학 수필특강을 보내면서 -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전 용 창

 

 

 

  이런 게 천재지변이란 말인가? 어제 강원도 횡성이 41.3, 서울 기온이 39.6℃로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최고 기온이었다고 한다.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파괴로 고기압 권역이 지구 전반에 펼처져 있다니 앞으로도 더위가 얼마나 이어질지 걱정이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1회 용품 사용도 금해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다.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게 책만 한 게 어디 또 있으랴? 다행히 금년 여름에는 시간이 나서 신아문예대학에서 수필 여름특강을 받으며 글 속에서 더위를 모르고 지냈다.

 

 7월 초에 시작한 특강도 어느덧 다음 주면 끝난다. 그동안에 정신적으로 많은 양식을 얻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꽃밭정이수필문학회’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이틀이 멀다고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하시는 작가님들의 열정도 배우고 싶었다. 먼저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훌륭했다. 지각생이 없었다. 그리고 칭찬의 시간 발표를 위하여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간혹 준비를 못한 회원도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은 이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작품을 발표하고 평가하는 시간에는 모두 다 칭찬일색이었다. “어떻게 이런 훌륭한 작품을 썼는지 모르겠다., “작가가 나목처럼 꾸밈없이 모두 다 진솔하게 드러냈다.” 며 칭찬을 해주니 발표자는 누구나 가슴속 깊이 차오르는 벅찬 감정을 느끼고 있었을 게다. 내가 발표를 했을 때도 글을 자상하게 쓴다며 평소에 어떤 분인지 알고 싶었다며 칭찬을 하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였고, 머릿속은 ‘엔도르핀’으로 가득찼다. 모두가 칭찬을 하니 K 교수님도 “참 잘 썼지요?” 하시면서 작가에게 용기를 주었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여건 조성은 독자의 칭찬이구나.’ 칭찬은 수업 시작 전에만 하는 게 아니고 정작 작품 발표시간에도 하는구나. 그러니 글을 쓸 자신이 생기고 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가 보다. 그러기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은 지도교수님의 몫이 아니고 회원들 모두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한 얼굴 모습이 있듯이 개성도 다르다. 그 사람만의 삶이 있고 색깔이 있다.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니 그 사람의 작품 세게도 보이는 것만 가지고 평을 할 수가 없다. 상대방이 살아온 삶이나 살아가고 있는 가치를 다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어느 땐 소재가 풍부하여 좋은 작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실타래처럼 얽힌 심사를 드러내는 글이 나올 수도 있기에 감히 ‘수필은 백인백색이다’라고 정의해 보아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본인만의 글이 세상에 나오기 때문이다. 독자는 잘 짜여진 글을 좋아하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자신의 심사처럼 정제되지 않은 토속적인 글이 더 가슴에 와 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신아문예대학’에서는 모두가 다 칭찬만하니 사기가 충천되어 계속 좋은 글이 나오고, 우리 ‘꽃밭정이’에서는 오랜만에 발표를 해도 제목에서 단락 나누기는 물론이려니와 맞춤법까지 원칙에 입각한 평가를 받으니 한 달에 한 편 내기도 힘들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문우님들의 종합적인 평가를 듣고 지도 교수님도 상반되는 결론을 내놓을 수가 없기에 질책을 안 하실 수 없었을 게다. 나도 작품 발표가 있는 날에는 긴장을 했고, 끝나고 나서는 곧장 집에 가지 못하고 운동장을 두어 바뀌 돌며 혈압을 가라앉히고 들어간 적이 몇 차례 있었다. 매도 여러 번 맞아봐야 면역이 생긴다고 이제는 맷집이 제법 강해져서 주어 담는 내용도 있지만 한쪽 귀로는 흘려보내기도 했다.

 

  수요 수필반 리더 격인 ‘C’ 회장님은 항상 인()과 덕()으로 베풀어 주셨고, 특히나 매주 전해 준 ‘크로켓’ 빵의 감미로움은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젊은 총무님은 글 솜씨도 훌륭하지만 희생 봉사정신이 몸에 배어서 수업교재 준비는 물론이려니와 식사자리에서까지 상차림을 도와준다. 다작(多作)을 하시며 수필 반을 이끌어가는 ‘K’ 문우님은 고향인 덕유산 자락과 적상산 자락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15년을 하루같이 새벽마다 만 보 이상을 걸어왔다는 내용이 「걸으면 행복하다」라는 작품 속에 나오는데, 이름도 새벽을 밝게 여는 ‘세명’이었다. 왕성한 체력은 필력(筆力)이 되어 이틀이 멀다 하고 신작이 나왔다.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고 수필 소재가 떠오르면 메모를 한다 하니 모두에게 귀감이 되었다.

 

 또 다른 ‘K' 문우님은 말이 없으신데 한 번 말문이 열리면 위트가 많으셨다. 얼마나 성실하고 책임감이 투철했으면 명령계통이 엄격한 직장인데도 기관장이 보라색 ‘남방셔츠’를 선물로 줄 정도로 인품이 있었고, 이를 받은 문우님은 40년 이상 간직하며 지금도 입고 다니신다 니, 훗날 기관장이 되신 ’K' 문우님도 그리하셨으리라 생각되었다. 더구나 그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박사학위까지 받으셨다니 존경스럽다. 「인연」이란 작품 속에 40여 년 전 세 사람과 선을 본 러브스토리를 나목이 되어 어제 일처럼 소상하게 묘사한 ‘C' 문우님의 문장력도 대단하지만, 여성으로서 매주 글을 발표하는 열정도 존경스럽다.

 

  지난 5, 전날까지만 해도 찬송을 부르며 성경말씀을 읽어드리면 ‘아멘’ 하셨던 어머니께서 하룻밤 사이에 소천하시어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허전한 마음으로 화단에서 풀을 뽑으며 부부간에 복받치는 눈물을 흘렸다는 'L' 문우님의「밥은 먹었느냐」는 글은 가슴을 메게 했고, 뙤약볕 아래서 잠들어 계시는 나의 어머니를 생각나게 했다. 사랑하는 막내딸 결혼식 주례사를 ‘만남’이라는 주제로 손수 작성하여 낭독했다는 ’H' 문우님의 「어느 주례사」는 아직 결혼을 못한 막내를 둔 나에게 좋은 교훈이 되었다. ‘꽃밭정이’에서 함께 온 'J' 문우님의 「죽음이 찾아오거든」은 우리 모두가 준비해야 할 숙명의 과제이기에 많은 공감을 주었고, 여행작가이신 ‘S' 문우님의 「그리운 친구」는 나이팅게일을 꿈꾸며 양호교사로 간호사로 해외와 국내에서 봉사한 세 사람의 친구를 잘 그려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 천사처럼 보였다.

 

  수필 공부의 꽃은 회원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시간인데 나는 이 시간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대하여 너무나 칭찬만 하는 것도 발전이 없고 그렇다고 너무 세밀하게 지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작품 내용이 작가와 반하거나 좋은 생각이 있을 시에는 메모지에 남겨서 작가에게 전하여 주고 발표시간에는 칭찬과 더불어 작가의 작품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면 분위기가 좋을 듯싶다. 이번 여름방학을 통하여 이십여 명 가까운 중견작가님들을 만났으니 수십 권의 책을 읽은 것처럼 유익하고 소중했다. 그리고 칭찬시간에 애석하게도 고인이 되신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빌며 ‘청실홍실’을 하모니카로 연주했는데 너무도 인상 깊게 들었다며 어느 문우님이 한국화와 더불어 “고향 산천 바라보니 내가 그곳에 있네.”라는 글이 담긴 ‘합죽선’을 선물로 주셔서 고마웠다. 그리고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수필 특강으로 수고해주신 ‘K'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2018.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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