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9 05:09
뛰어다니는
이름 풀밭이 킁킁거린다 한쪽 발을 든 채 영역을 하얗게 지린다 냄새의 반경을 따라가면 나도 바람, 너도 바람, 같은 울타리 속이 펄럭거려 한 겹 체면을 껴입으면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눈감아 주는 이름이 환한데 개, 좋아 기꺼이 야성을 찾아 신은 네 개의 발들 비루한 육체에 수없이 무릎을 꿇는 불가촉, 땀나도록 뛰어야만 밥을 찾는 계급인데 처음 눈 맞춘 항렬마저 벗어던진 개명인데 개의 심장을 달고 그늘과 바깥이 달라 뛰어다니는 개망초와 개별꽃 귀 접힌 풀밭이 뛴다 줄 풀린 동시에 묶이는 것이 불안한 공기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 최연수, 시 '뛰어다니는 이름' 야생화의 이름을 살펴보면 참 기발하게 잘 지었다 싶은 이름도 있고, 함부로 붙여준 짠한 이름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촌스러운 이름을 개명하거나 신분을 세탁하기도 하는데 '개'를 붙여준 이름은 들판을 쏘다녀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열심히 뛰어야만 밥을 얻는 신분 같습니다. 그래도 투정 없이 환한 들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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