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과 부산을 둘러보고

2018.08.14 09:42

백남인 조회 수:5

양산과 부산을 둘러보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백남인

 

 

 

 

 기록적인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719일부터 이틀간 정읍문화유적답사회는 경남 양산시와 부산광역시 일원의 문화유적을 돌아보았다. 피서를 겸한 모처럼의 부부동반 여행이어서 더욱 의미 깊고 색다른 추억을 남기는 기회가 되었다.

 

 오전 내내 5시간을 달려 경남 양산에 이르자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대부분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끼리의 회식인데도 쉽게 친해져서 서로 음식을 권하고 담화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오후 첫 코스로 영축산 통도사를 찾았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불보사찰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이다. 특히 통도사는 불사리와 가사, 최초로 대장경을 봉안한 사찰이라고 전해진다. 646(신라 선덕여왕 15)에 자장율사가 창건했으며, 전국의 모든 승려는 이곳의 금강계단에서 득도하여 만법을 통달한 뒤,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에서 절 이름을 통도사라고 한 것이다. 자장율사는 계단을 쌓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불자들을 득도시키는 등 신라 불교의 근본도량이 되도록 힘썼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낡은 사찰이지만 80여 개나 되는 건물들의 구석구석에 정성스레 첩시해 놓은 진리의 말씀들을 놓치지 않고 그것을 눈으로 담아가려고 야단들이었다. 또한 고색창연한 절의 곳곳을 스마트폰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더 머무르고 싶어 하지만 다음 여정 때문에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나왔다.

 

 다음으로 간 곳은 양산시립박물관이었다. 2013년에 개관했는데, 양산시의 역사와 문화를 관람하기 좋게 꾸며져 있었다. 역사적 흐름에 따라 이해하기 쉽도록 전시해 놓았다. 1종 종합박물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해설사의 해박한 지식과 친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산 송정해변으로 오니 저녁이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니 시원한 해풍이 온몸을 감쌌다. 무더위는 어디론가 꼬리를 감추었다. 정담을 나누며 좀 걷노라니 예약된 횟집에 모일 시간이란다.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을 때 푸짐한 음식들이 들어왔다. 광어회를 비롯한 생선 메뉴가 주로 상에 가득했다. 이곳이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해산물이 풍부한 항구도시 부산임을 실감케 했다. 못 마시는 술도 여기선 사양할 수가 없었다. 밥그릇에는 손이 갈 시간을 주지 않았다. 모두가 조금씩은 취했고, 흥이 한창 돋아 오를 때 자기소개 시간이 주어지자, 갖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흥에 겨운 채 차를 타고 한참 달려온 곳은 광안리였다.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했다. 101층이나 되는 빌딩을 바라보자니 고개가 아팠다. 이윽고 유람선에 올라 배가 앞바다로 미끄러질 때, 광안리의 멋진 야경이 휘황찬란하게 전개되는데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황홀하다고 해야 할까, 은하수 속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 알맞은 표현을 찾기가 어려웠다. 스마트폰에 아무리 담아보아도 바다에서 바라보는 그 야경, 그 감동은 제대로 담아올 수 없었다. 과연 광안리해수욕장 야경은 일품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꿈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을 안고 호텔로 와서 여장을 풀었다. 21실인데 부부는 한 침실을 배정했다. 호텔 내부 시설 하나하나가 최신 첨단기기였다. 오감만족 그것이었다. 짧은 열 시간 동안이지만 아주 안락한 잠자리에서 고운 꿈을 꿀 수 있었다.

   

 다음날은 첫 코스로 해운대의 동백섬을 찾았다. 고운 최치원 선생의 유적지에서 그 분의 훌륭한 치적과 고고한 인품을 되새겨 보는 기회였다. 해운대의 '해운'도 최치원 선생의 호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되었다. 통일신라시대 우리 고장에서 목민관으로 재직 중 선정을 베풀어 칭송이 자자했던 그 분의 동상 앞에서 그 분의 시를 읊어보는 뜻깊은 기회를 가졌다. 우리나라에서 G-20 회의를 주관했을 때, 세계 20개 강국 원수들의 회의 장소였던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둘러보면서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떠올려 보았다.

 

  625 한국전쟁 때 위기에 빠진 한국을 도와준 21개국의 전몰영령들이 잠든 UN기념공원을 찾아갔다. 이역만리 타국에 와서 소중한 생명을 바친 고귀한 희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깊이 새기며 묵념을 하였다.

 

 웅장한 부산타워와 충무공 동상이 있는 용두산공원을 찾아갔는데 너무나 더워 그늘에 앉아서 좀 쉬다가 다음 코스로 가게 되었다. 부산타워의 저 높은 전망대에서 부산 시내를 굽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을 찾아갔다. 이틀 동안 함께 다니면서 지쳤을 만도 한 아내가 자갈치시장을 간다는 말에 기운이 솟은 모양이다. 국제시장은 ‘개 바위 넘듯’ 지나쳐서 자갈치시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사고 싶은 것이 많았는지 갈치를 비롯한 생선 몇 가지를 샀다. 짐이 엄청나게 무거워 힘들었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보낸 시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영도다리 개도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개도 시각이 다가오자 차량을 통제한 뒤 천천히 다리가 올라가는데 어마어마한 위력을 실감했다. 웬만한 운동장만큼이나 널따란 사각형의 다리가 교각에서 분리되어 한쪽이 하늘로 치솟는 광경을 지켜보려고 인산인해였다.

 

 90도 가까이 올라가던 다리는 다시 천천히 내려갔다. 그 육중한 영도다리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멈춰섰던 차들이 쏜살 같이 내달렸다긴장했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우리 유적답사회가 특별 이벤트로 계획했던 이번 여행은 무더위 속에서도 피서를 하며 새로운 견문을 넓히고 추억을 쌓는 기회였다. 비용이 좀 들기는 했지만 그 몇 배의 활력을 얻고 돌아올 수 있었다                    

                                      (2018. 8. 10.)

⁜삼보사찰 : 불보사찰(양산통도사), 법보사찰(합천해인사), 승보사찰(순천송광사)

⁜영도다리 개도 : 다리 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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