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심리

2018.08.16 07:03

한성덕 조회 수:5

공짜와 간사한 인생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사람은 누구든지 ‘공짜심리’를 갖고있기 마련이다. 어떤 행사든지 추첨이 맨 마지막에 있는 것을 보면 안다. 무작정 가려고 서두는 사람들에게 ‘추첨’의 심리를 이용해서 끝까지 참석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지루한 행사로 지쳐있다가도 ‘추첨한다.’는 말에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해서 우르르 몰려든다.

  ‘추첨’이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자리를 정돈하라고 소리칠 것도 없다. 주변이 착착 정리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공짜심리가 작용한 까닭이다. 누구를 빗댈 게 아니라 내 자신이 그렇다.

  부자라고 공짜를 외면하거나, 가난하다고 공짜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인가 없어 보이는 듯해서 나누고자 했더니 ‘내가 거지인 줄 아느냐?’며 실눈을 뜨고 처다 보는 바람에 무안을 당한 경험에서 하는 말이다.

  1953313() 생이니 만 65세가 되었다. 올해는 무술년의 ‘황금개띠’ 해라고 어지간히도 야단들이더니 결국은 1953년생들, 아니 나를 위한 것이었나? 65세가 받는 혜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지가지 품목을 열거하기보다 실제로 있었던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에 혼자 서울에 가게 되었다. 다른 때와 달리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 게 아닌가? 일반, 또는 고속열차와 고속버스, 그리고 직행버스 요금표를 확인해 보았다. 열차는 동일하게 30%의 할인혜택이 있어도, 요금 면에서는 직행버스를 따르지 못했다. 직행버스를 이용했더니 2시간 40여분 만에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지하로 내려가 전철을 타고 창신역까지 가야하는 일정이었다.

  1985214, 총신대학교에서 7년 과정의 신학수업을 마치기까지 서울에서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무주촌놈을 품지 못하는 냉정한 도시’라고 투덜거리며 지방으로 내려왔다. 사랑이 결핍된 ‘모성의 도시’라고 생각했다.

  3년 뒤에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지방은 지방이요, 서울은 역시 서울’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새롭게 맘먹고 올라갔으나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재차 시골로 내려왔다. ‘송충이는 역시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나름의 합리적인 사고로 얼버무렸다. 그 무렵 뼛속 깊이 담아두었던 게 ‘인간은 변덕쟁이요, 간사한 존재’였다.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하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변덕스럽고 간사한 자’로 살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1989년 서울에서 내려온 이래 지방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29년 만에 타보는 지하철이었다. 그 많던 직원들은 어디로 갔는지 눈에 띄지 않았다. 자판기에서 ‘교통카드’를 받으려고 서너 번을 시도했으나 진땀만 났다. 두리번거리자 저 멀리 안내소가 보였다. 65세가 돼 처음으로 지하철을 탄다.’며 신분증을 내밀자 아주 친절하게 안내했다. 단돈 500원에 교통카드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 카드로 ‘전철을 탄다.’니 가슴이 일렁거렸다. 출구 시는 500원마저 반환이 된다지만 ‘이 정도는 내야한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일을 다 보았다. 스스로 지하철 교통카드를 손에 넣었다. 출구하고 나니까 ‘공짜심리’와, ‘돈이 나올까?’하는 궁금증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환불’ 투입구에 교통카드를 넣는 순간 500원짜리 동전이 ‘뗑그렁’ 소리치며 나왔다. 이번에는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시간이 지났는데 ‘오전 것은?’ 하고, 환불 투입구에 넣었더니 ‘네~ 드려야죠.’하는 듯 500원을 쏟아냈다. 연거푸 돈을 주머니에 넣었다. 신기함과 미안한 마음이 겹치면서 돈을 훔치는 느낌마저 들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가 뒷덜미를 낚아채며 ‘여보시오!’ 할 것만 같았다. 괜스레 쭈뼛쭈뼛해졌지만 ‘뭐 어때?’ 하면서 내려왔다.

  전주로 내려오는 직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에서 1,000원을 도로 찾은 것이 몹시 거슬렸다. ‘반환이라니, 공짜로 타는 것도 감사한데!’ 하는 마음이 변덕을 부렸으니 간사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디 그것뿐일까 마는 ‘변덕스럽고 간사한 자’로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무너진 게 아닌가?

  인간은 역시 연약한 존재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간사한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이나 내일도 다짐하고 또 다짐할 것이다. ‘변덕스럽고 간사한 자로 살지는 말자!’고 말이다.

                                                  (2018.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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