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딸이마을은 참 시원했네

2018.08.18 06:48

김삼남 조회 수:23

딸딸이마을은 참 시원했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 삼 남

 

 

 

 

 

 111년만의 폭염이라 한다. 아스팔트가 녹아내리고 도심은 펄펄 끓는 용광로를 연상시킨다. 가뭄까지 겹치니 모든 생물이 삶의 한계를 느끼는 듯하다 . 이런 날씨에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반 하계특강을 무사히 마쳤다. 김학 교수님의 열강은 더위를 식혀주고 문우들의 수강열도 더위를 이겨냈다. 화기애애한 종강오찬을 마치자마자 딸딸이마을로 직행했다.

 

 딸딸이마을에서 귀가하여 며칠간 가사를 정리할 계획이었지만 단 하루의 폭염을 못견디고 또 짐을 챙겼다. 옛 어른들의 말은 추위와 더위는 없는 곳이 없으니 자신이 변화하는 절기의 주인공이 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한계상황일 뿐이다.

 

 안골버스정류장에서 진안행 직행을 탔다. 딸딸이마을로 더위를 피해 여행가는 편이다. 딸딸이마을이란 나와 가족이 만든 마을이름으로 행정상 주천면 운봉리 양명마을이다. 우리가 이 마을에 거처하면서 이른 아침부터 석양에 울리는 경운기 모타 소리가 “딸딸띨” 하며 집앞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일터로 갈 때와 석양녘 귀가때 이 마을에 있는 4대의 경운기들의 합창소리다.

 딸이의 소리에 따라 나도 규칙적인 일상이 진행된다 딸딸이는 옛날 소달구지가 기계화된 대용물로 농촌의 필수 농기계다. 사람과 화물의 운반뿐 아니라 농약과 물뿌리기,전답정리 등 만능기계로 농촌개발의 주역이다.

 

 버스를 타고 민박집까지 한 시간 거리로 피서여행을 가는 것 같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나 티벹고원 설산을 달리는 기분으로 도심의 폭염을 잊어버린다. 계속 이어지는 터널 차창밖 청녹색 푸른 숲을 구불구불 지나면 맑고 시원한 내음이 물씬 풍기고, 용담댐 수물지역인 정천 소재지가 물에 잠겨 넘실거리는걸 보면 실향민의 애환과 고향 그리워 하는 모습에서 더위를 잊어버린다.

 

 딸딸이마을은 200여 년 전에 이루어져 40여 세대 80여 명이 산다. 거의 70대 노인층이다. 마을 입구에 회관과 정자가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에 있어 하루종일 부락민의 쉼터가 된다. 선풍기가 있어도 아예 하늘하늘 부채에 의지하여 해충을 날리며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이 마을은 오래된 농촌마을로 작은것도 나누어 먹고 서로 돕는 후덕한 마을이다. 마을뒤 구봉산이 등산 마니아들에게 알려진 뒤 경향각지의 인심을 알게되고, 구봉산에 구름다리가 가설된 뒤 전국적인 등산가들이 대형주차장 두 곳을 메우니 조용한 산골에도 레저와 도시의 바람이 일고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텃밭은 약초와 채소들이 중환자가 수혈을 기다리듯 구세주처럼 반긴다. 짐을 풀고 구봉산 골짜기 자연수에 호수를 연결하여 흠뻑 물을 적셔주면 수혈로 소생하는 생명처럼 서서히 시든 잎새가 힘을 찾는다. 딸딸이 소리에 맞추어 과채류에 수혈(살수)하는 것이 일과가 되고 더위를 물리는 행사가 된다. 아침이면 한 시간 동안 거리의 천황사나 운봉리 쉼터를 다녀온다. 천황사 입구 1키로미터의 전나무 숲길을 거닐고 마을뒤 양면제를 다녀온다. 양면제 깊고 파란물에 밤새운 낚시꾼들을 보면 폭염을 잊고 시베리아 바이칼호를 연상케한다. 석양 무렵이면 마을입구 첫집 민박집에도 그늘이 지고 이국땅인듯 고요와 만감이 교차한다. 냉장고 간식거리 옥수수와 고구마 마이산 생막걸리를 꺼내어 풋고추 된장에 혼술을 즐기면 덧없는 세월과 엊그제 떠난 죽마고우 생시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시골 5일 장날엔 대문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30분거리 읍내로 간다. 꼬부랑 노인들의 덕담도 듣고 쉼터와 관공서 편의시설을 찾는다. 의료원에 가면 건강검진, 행정관서에서는 새로운 정보, 공립도서관은 시원하고 아늑한 분위기, 작은 마이골영화관에서는 최신 필름이 반긴다. 이렇듯 곰티재를 경계로 열섬도심과 고원지대를 갈라놓은것도 자연의 섭리요 고마움이다. 금년 폭염과 가뭄은 세계적 재앙이다. 티벹고원  설산이 녹아 낮아지고, 살기좋다는 서부유럽과 캐나다 남미까지 폭염으로 인간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오늘날의 기상이변은 지구상 모든 인류의 편의주의적인 과학문명의 소산이며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인류의 무분별한 소행 탓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인과응보의 철칙이 오늘날 폭염과 연결된 듯하다.

 

 도심과 5도 차이가 나는 시원했던 딸딸이마을 민박을 마치고 열섬도시 전주시내로 귀가해야 한다. 맹위를 떨친 마녀 북태평양 고기압도 물러서야 할 때다. 계절의 순환은 변치 않았다. 말복과 처서가 다가온다. 서늘한 가을도 문턱을 넘었다. 배짱이의 노래와 풍성한 오곡의 결실을 기다리며 역사에 기록할 금년 폭염도 지구 온난화 때문임을  오래오래 기억하며 살아갈 일이다.  

                                               (2018.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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