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경신에 나선 더위

2018.08.25 07:02

윤재석 조회 수:1

기록 경신에 나선 더위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수필창작반 윤재석   

 

 

 

 

         

여름은 더운 계절이라 여기며 살았다. 땡볕더위도 가마솥더위도 여름을 지나고 나면 잊혀지곤 했다. 올해 여름 찜통더위는 쉬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기상청 발표로 100년 만의 더위라 하니 기록을 경신할 것 같다. 아무리 여름 더위라도 어느 정도(程道)지 너무 덥다

2018년 여름은 너무 덥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100년 만의 더위란다. 섭씨 40도가 넘나드는 전국 각지의 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무더운 여름 날씨와 가뭄으로 우리의 생활이 고통으로 느껴진다. 하루하루가 더위와의 전쟁이다. 이 더위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모두가 같은 생각이리라. 여름이니 더운 게 당연하지 하면서도 찌는 더위에는 은근히 짜증이 난다. 그렇다고 더위가 물러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라 전체가 연일 찜통더위로 계속되니 고통스럽다.

더위는 아침부터 시작이다. 뜨락의 나무에도 햇볕이 너무 뜨겁게 느껴진다. 바람도 없이 나뭇잎은 꼿꼿이 서 있다. 하늘은 맑게 갰고 어쩌다 구름 한 점씩 떠다닐 뿐이다. 더위를 식히는데는 소나기가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인데도 비가 올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침에 시작되는 더위가 오늘 하루 내내 계속될 듯하다. 하늘에는 삼복더위의 열기가 넘친다.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던 호박잎이 벌써 녹초가 되어 축 늘어져 버렸다. 이른 아침에는 제법 생기가 있어 보였는데 하루해가 점점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니 감당하기 힘든 모양이다. 삼복더위의 열기에 시달려서인지 호박꽃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 꽃 저 꽃으로 다니면서 매파 역할을 할 일이 없어서인지 나비나 벌들도 찾아오지 않는다. 꽃이 없으니 이들도 올해 기록적 더위에 개점휴업상태인가 보다.

더위에도 즐기는 녀석이 있다. 매미들이다. 매미는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내어 기세를 뽐내고 있다. 단발성으로 찌~하며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날씨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여름날 한 세상을 만나기 위해 7년 세월을 기다렸으니 한껏 즐기고 싶으리라. 아침 매미 소리는 세상을 만난 흥겨운 노래이겠지만, 저녁 매미 소리는 이별을 알리는 서러움의 통곡일지 모른다. 2주간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에 빨리 구애해서, 후세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큰소리로 외쳐대는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매미 소리에 햇볕이 더욱 강렬하고 뜨겁게 느껴진다.

더운 날씨에 안과를 찾아 나섰다. 다래끼가 나서 안과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며칠 전부터 눈 부위가 가렵고 침침한 느낌이었다. 예방한다는 생각에 약을 먹었지만, 다래끼가 났다. 의사는 다시 약으로 처방을 권한다. 나는 이번에 아주 뿌리를 뽑겠다는 생각으로 수술을 하자고 했다. 자주 병원에 다니느니 확실히 고치고 싶었다. 다래끼 주위에 마취 주사를 맞는데 약간 따끔했다. 안쪽이 뭉쳐서 굳어 있으니 한참 동안 참아 달라고 했다. 다래끼를 수술하는 동안 몸에 힘을 주어 고통을 참아냈다. 수술을 다 마치고 일어나니 수술을 한 왼쪽눈을 붕대로 가려준다. 수술이 끝났다.

한쪽 눈으로 보는 발밑이 울퉁불퉁 느껴져 가늠하기 어려웠다. 수술을 마치고 병원 문을 나서니 길이 가물거린다. 건물 밖으로 나와 약국에 들렀다 나오니 살을 파고드는 듯 햇볕이 너무 뜨겁다. 양산으로 햇볕을 피하며 걸으려니 힘들었다. 양산은 받았지만, 등으로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며 걸어야 했다. 더위가 심하다 보니 남녀 구분 없이 양산으로 햇볕을 가리고 있다. 방송에서도 강렬한 햇볕을 피하는 방법으로 양산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두 눈으로 보다가 한쪽으로만 보는 불편을 몸소 겪어야 했다.

더위를 무릅쓰고 한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나무들이 시들해 보였다. 동물은 환경에 적응하려고 옮겨 다닌다. 나무들은 스스로 자리를 옮겨 다닐 수 없으니 오롯이 온몸으로 더위나 추위를 견뎌야 한다어떤 기후의 변화에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대견해 보인다. 그들의 인내력에 찬사를 보낸다. 자신의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위를 피하러 찾아오는 사람에게 오히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며 쉬어 가도록 한다. 환경 따라 옮겨 다니는 사람은 행복한 존재다.

 

올해의 더위는 연일 계속되고 있다. 방송 매체들이 알리는 날씨 정보를 보면 어느 날 비가 내리거나 해서 불볕더위로 달궈진 땅덩어리를 식혀 주겠다는 예보는 없다. 내일도 전국이 몇 도의 더위로 몸살을 앓겠다는 소식뿐이다. 내일도 덥겠다는 날씨 정보는 있어도 더위를 피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자연환경에 인간은 하찮은 존재인가 보다. 달나라에 다녀오고, 외계 탐사를 한다 하면서도, 사람이 고통으로 여기는 더위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고 있다.

자연환경이 변하고 있다. 여름이라지만 올해처럼 찌는 더위로 고통에 가까우리만큼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생활의 편리만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환경이 훼손되어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하늘에는 비행기, 땅에는 자동차, 아스팔트도로, 에어컨 등에서 내뿜는 열기가 지구를 달궈 오늘의 기후 변화가 온 게 아닐까? 환경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서로 아끼고 훼손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훼손의 결과는 우리의 몫이 되고 말 것이다.

찜통더위도 때가 되면 물러가려나?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을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시원한 계절이 오려니 싶은 마음으로 참는다. 재촉한다 해도, 서둘러도 때가 되어야 한다. 자연에 맡기려니 너무 덥다. 올해 여름철 더위가 100년 만의 더위라니, 기록 경신이 아닌가 싶다.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사는 지혜를 터득하는 것만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일이려니 싶다.

                                                                   (2018.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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