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일

2018.08.26 09:54

이준구 조회 수:895

새로운 생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이준구

 

                                                 

  111년 만에 최고라는 더위가 연이어 갱신되고 있다. 강원도 횡성이 41.3, 서울과 전주 기온도 39℃를 오르내린다. 일상화된 열대야때문에 베란다에 놓아둔 계란이 자연 부화되었다는 뉴스도 있다. 인류가 파괴한 화석연료의 공습이 시작되는가 보다. 지속되는 찜통더위 때문에, 수 천 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하는 염천지옥 같은 한 여름이다.

 

 욕조 안 목욕물과 같은 요즘 날씨에는 그냥 있어도 땀이 흐른다. 응급 환자를 구해주는 ‘119전화에 허위 신고가 많다.’는 방송이 나왔다. 허위 신고에 시달리는 119 구급대를 방문하기로 했다. 가족과 어머니를 모시고 오찬을 마친 뒤 간단한 여름과일을 준비했다.

 

 두 달 전, 나는 급성 심근경색환자로 구급대의 구조를 받은 적이 있다. 저녁 늦은 시간에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진 남편을 본, 아내의 신고로 구급대가 3분 만에 도착했었다. 환자상태를 보자마자 심근경색 응급환자라며, 엠블런스는 응급실로 직행했다. 무전을 통한 신속한 대응으로 수술을 받고 나는 살아났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다음 가장 뜨겁다는 올여름에 구급차량 달리는 소리가 예전보다 더 자주 들려온다. 앰뷸런스 경광등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조이는 환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까지 느껴진다. 나는 도로에서 앰뷸런스를  만나면 차선을 양보한다.  홍해의 기적처럼 고속도로에서도 앰뷸런스 차량에게는 길을 열어주는 국민도 많다.

   

 ‘외출복차림의 멀쩡한 사람을 원거리 병원까지 태워다 주었다.’는 구급대의 출동 사례가 있었다 한다. 응급 환자가 부쩍 늘어난 요즘에는 누구라도 환자가족이 될 수 있다. 앰뷸런스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은 생명을 구하는 선행이다.  119 허위신고로 앰뷸런스가 출동하면, 응급환자에게는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  

 

 나를 구해준 완산소방서를 찾아갔다. 출동 준비를 하고 대기하는 소방서 앞마당 아스팔트 온도가 40℃가 되던 오후였다. 냉동수박을 건네준 다음, 5월 28일 응급환자로서 도움을 받았노라고 방문경위를 소개했다. 당시 출동하신 분들은 다른 소방서로 발령이 났거나 비번으로 뵐 수는 없었다. 출동하신 은인들은 응급 구조사 1급 자격자임을 당직관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다.

 

  쉬는 분들에게 사전에 전화를 드리지 않고 불쑥 찾아가서 미안했다. 은혜를 입고도, 바로 찾아뵙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당직관은 허위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허탈하기도 한데, 찾아 주신셔서 도리어 감사하다고 했다. 야간에 나온다는 출동하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하고 나오니 마음의 빚을 갚은 것 같았다.

 

 신속한 출동으로, 건강을 되찾게 된 그날을, 아내는 새로운 생일로 정하자고 했다.  더위 속에서 나를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와 살려주신 구급대원들 모두의 희생에 감사드리고 싶다. 그분들이 바로 내 생명의 은인이 아닌가?                                         

                                          (2018.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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