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나비효과

2018.08.30 06:35

전용창 조회 수:7

수필의 나비 효과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Lorenz, E.)는 아주 작은 변화가 결과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나비 효과'라는 이론을  창안했다. 한마디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너무도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지만 날갯짓을 빠르게 하니 헬리콥터가 뜨고 비행기도 날아간다. 그런데 나비효과는 비단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고 수필에서도 나타난다. 엊그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어느 날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한 편의 수필을 썼다.

 

  글 속에는 그날 새벽같이 출발하여 부모님 묘역에 가서 벌초를 하고, 어머니 산소에서 하나 둘 잡초를 뽑으며 어머니와 안부를 주고받은 이야기, 점심 식사 때 만난 50년 지기 대학 동기생들과 착한 일 많이 해서 장수하자는 이야기, 돌아오는 길에 허리디스크와 무릎관절통으로 고생하는 팔순의 둘째누나 병문안 이야기 등이 담겨 있었다. 친구들에게는 변치 않는 우정을 위하여 단체 카톡방에 올렸고, 벌초한 이야기는 동생들과 조카들에게, 깨끗이 마무리된 사진과 함께 보냈고, 누나 병문안 이야기는 누나의 외아들에게 보냈다.

 

 수필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답신이 왔다. 친구들은 식사 중에 교회 예배에 대하여 서로가 보는 시각이 달라서 논쟁이 있었는데 나의 하루 삶을 보고서는 다 녹아내렸다며 미안함을 전해왔고, 동생들은 함께 벌초를 가지 못해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해 왔다. 형님의 큰아들인 장조카는 “작은 아버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금년에도 하셨어요?”라며 고마움을 전해왔다. 나의 피곤함은 어느새 가시고 글 한 편이 가족을 단합시켰다는 점이 나를 기쁘게 했다. 마지막으로 문병을 다녀온 둘째누나의 병문안 이야기는 우리 형제와 조카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했다. 내가 누나의 아픈 다리를 어루만지며 찬송가를 불러주고 아픈 부위에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는 글을 보고는 누나가 젖도 잘 먹지 못한 갓난아기를 살렸다며 감격했고, 글의 장본인인 여동생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시간을 내어 언니를 찾아뵙겠고 했다.

 

 누나의 외아들이며 집안의 기둥인 인홍이는 본인은 외삼촌께 문안인사도 못 드렸는데 외삼촌은 어머니를 찾아뵙고 예배까지 드리고 가셨다며 자기도 앞으로 삼촌처럼 살겠다고 했다. “아니야, 너도 지금까지 어머니한테 잘 하고 있어. 시내에 살면서도 엄마가 사는 원거리의 이곳 시골교회까지 와서 매주 예배를 드리고 부모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가니 얼마나 효자냐? 더구나 조카며느리는 한 번도 새벽 예배를 빠지지 않고 시골 창조교회에 온다 하니 엄마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고 하더라. 물론 교회에서도 칭찬이 자자하고.” 조카는 내가 보내준 글을 추석에 형제들과 조카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조카도 올여름에 시골에 다녀온 일과를 글로 써보았다며 처음으로 쓴 글인데 시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라고 했다.

 

  어머니와 고구마 순

 

한여름 무더위 바깥 날씨 섭씨 38/ 잠시 쉬러간 시골 어머니 댁 /

난 편안한 어머니 품에서 / 단잠을 잔다 /

 

옆에서 함께 누워 계시던 어머니 / 제일 뜨거운 오후 2시에도 /

아들 먹거리 고구마 새순을 뜯으러 / 뒤란 밭으로 간다 /

 

 잠을 깬 아들에게 깨우면 곧 갈 것 같아 / 혼자서 뜯었다며 땀방울이 주렁주렁 맺힌 / 얼굴 모습으로 수건을 달라신다 / 어머니 품으로 간 아들은 / 해마다 연로해가는 어머니 모습에 염려가 되고 / 한낮에 흐르는 어머니의 땀은 아들의 건강만을 기원하는 땀방울이었다 / 엄마와 내가 뜨거운 사랑을 확인한 기쁜 날이었다.

 

 나는 조카에게 답신을 보냈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자식이 어머니를 향한 효심이 가득한 글이라고 했다. 외아들이 주말에 나들이를 가지 않고 어머니 곁에 와서 단잠을 자고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냐? 어머니는 세상 것을 다 주어도 부족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바라보는 아들의 애잔한 마음은 효심으로 가득해 보였다. 나는 누나의 가족이 고구마 넝쿨과 뿌리처럼 번성하고 창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수필이 각박한 이 시대에 가정과 사회에 행복바이러스가 되어서, 모든 병폐를 쓸어버리는 강력한 토네이도를 만들 수 있는 나비효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2018.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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