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축구선수, 손홍민

2018.09.15 04:54

한성덕 조회 수:4

내가 본 축구선수, 손홍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나는 축구라면 환장할 만큼 열정적인 사람이다잘하기도 하지만 시방은 나이 탓으로 텔레비전 시청으로 위안을 받는다. 그 때문에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축구를 놓치지 않았다. 축구 일정표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텔레비전 앞에 앉곤 했었다.

  매료된 선수는 국보급의 공격수 손홍민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의 황의조, 월드컵에서 존재감을 한껏 뽐냈던 골키퍼 조현우와 또 다른 공격수 이승우였다. 잘 아는 선수가 네 명뿐이요, 좋아하는 자는 단연코 홍민이었다.

  ‘한’씨라면 알든 모르든 이유 없이 좋다. 한 ‘본’이라 일가이기 때문이다. ‘백’씨 성을 가진 아내도, ‘손’씨 성을 가지신 우리 어머니도 역시 한 본이다. ‘한’씨가 한 본이어서 일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백’씨나 ‘손’씨도 늘 그런 마음이다. 세 성씨가 그저 좋은 것을 어찌하랴? 축구에서 월드스타로 명성을 날리는 홍민 선수도 ‘손’씨가 아닌가? 그것이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서 월등하게 나아진 실력과 남을 배려하는 심성 때문에 몹시 좋아하게 되었다.

  실은, 축구로는 손 선수를 원래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골 욕심이 많아 보여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상대방의 볼을 가로채는 것, 발 빠른 동작으로 볼을 달고 가는 것, 좋은 발재간으로 상대를 따돌리는 것, 때로는 멋진 슈팅도 한다. 이런 동작 하나하나가 일품이어서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90분 경기에서 그 같은 상황을 만드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바로 여기에서 아쉬움이 따른다. 축구경기는 혼자가 아니라 11명이 한다. ‘너 아니면 내가 한다거나, 네가 못하면 내가 다 하는 식’의 경기가 아니다. 한두 명의 유능한 선수로 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축구에서 설치는 한두 명 때문에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도 축구선수로 뛴 경험이 있지만, 차라리 그런 사람은 없는 편이 훨씬 낫다. 11명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고, 일사분란하게 볼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경기를 스스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축구경기다. 순간순간의 몸놀림에서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착착 엮어져 나갈 때 좋은 성적도 따라붙는다.

  축구선수는 ‘책임감’을 뛰어넘어, 국가적인 ‘사명감’도 있어야 한다. 물론 축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축구경기에서 프랑스와 결승전을 치렀던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참으로 위대했다. ‘축구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진리(?)를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지 않았던가? 걸출한 선수 하나 없이, 아니 있었지만 없는 것처럼 모두가 하나같이 뛰었다. 나는, 손홍민 선수가 그 결승전을 유심히 보면서 대단한 결심을 했다고 본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아니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몸놀림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시안 게임 축구의 전 경기와 두 번의 친선경기에서 보았던 대로, 손홍민 선수는 거듭났다.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슈팅에 대한 지나친 욕심, ‘나 아니면 누구냐?’는 자만심, 혼자 하려는 고집, ‘나를 몰라보느냐?’며 거들먹거리던가?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모습들이었다. 철저하게 낮아져서 남을 배려하는 게 돋보였다. 상대팀의 철벽 방어를 능란하게 요리하고, 극한 몸싸움을 웃음으로 화답했다. 자신보다 남이 넣도록 만들어 주는 게 일품이요, 정말로 훌륭하게 보였다. 때로는, ‘차라리 네가 차 넣지 그랬냐?’ 소리칠 정도였으니 기분 좋은 경기였다.

  손 선수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열 번째 안에 드는 공격수다. 얼마나 공을 넣고 싶었을까? 볼을 넣은 뒤의 세리머니는 경기 이외의 또 다른 볼거리다. 손 선수가 그걸 몰라서 남에게 공을 밀어주었을까? 어떤 선수는 자기가 얻어낸 페널티 킥도 아니면서 골을 넣었다고 옷을 벗어들고 난리였다.

  주장이라는 완장이 그렇게 만들었나? 본래의 착한 마음밭에 성숙함이 더했나? 나이 26, 물이 바짝 오른 연령에서 나올 수 있는 행동이 아니기에 그의 ‘배려’하는 마음이 더더욱 빛났다. 품위까지 느꼈던 멋스러움에서, 함께한 대한의 아들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 고마움에 뿌듯함이 미소를 지었다.

  저 먼 세상까지 갈 것 없다.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선수 손홍민이처럼,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며 낮은 자세로 산다면, 부강하게 된 우리나라에서 건강한 자로 행복을 만끽하며 살지 않겠나 싶어서 홍민이를 생각했다.

                                                               (2018.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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