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오고 싶어하는 곳이 되게 하려면

2018.10.01 07:19

김창임 조회 수:6

며느리가 오고 싶어하는 곳이 되게 하려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 창 임

 

 

 

 

  내게도 예쁜 며느리가 생겼다. 키가 크고 애교가 많은 며느리다. 그래서 많은 식구들도 다들 좋아한다. 경제력이며 음식 솜씨까지 좋다. 시어머니인 나는 어떻게 하면 며느리가 시댁에 자주 오고 싶게 할까 궁리하던 끝에 ‘일에 대한 부담을 주지 말고 칭찬을 아끼지 말자.’고 생각했다.

 

  얼마 뒤 설 명절이 돌아왔다. 나는 도우미 아줌마를 부르기로 했다. 먼저 시장에 가서 제사상에 올릴 음식 재료들을 넉넉히 사왔다. 도우미 아줌마를 불러 음식이며 청소까지 다 했다. 오후 세시 무렵 며느리가 왔다.  나는 며느리에게

 “너는 할 일이 없으니 과일만 씻으면 된다.

고 했다. 그랬더니 며느리가 환한 얼굴로

 “할 일이 없으면 영화나 한 편 보면 어떨까요?

라고 말해 남편과 아들 내외 넷이서 영화관으로 갔다.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나는 추위를 견디지 못해 약간의 고통이 있었지만, 며느리와 영화에 대한 대화도 나누고 싶어서 꾹 참고 영화를 끝까지 감상했다. 영화를 보았으니 이야기거리가 생겨서 고부간 사이가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 전에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까 우리 모두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시간에 대부분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텐데,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하니 이렇게도 한가한 명절이 되니 얼마나 좋은가!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며느리가 직장동료들한테 우리 집 자랑을 많이 했다고 한다. 며느리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 나도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며느리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 추석명절이 돌아왔다. 추석맞이 준비를 거의 끝낸 다음 내장산으로 가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산 정상에 오르니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이 우리 가족을 반겼다. 나는 그곳에서 말간 바람을 마시고 싶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며느리는 단풍으로 이름난 내장산에 와 이렇게 쉴 수 있어서 참 좋다고 했다. 며느리는 사진도 찍어주며 내 꽃무늬 원피스가 멋지다고 덕담도 해주었다. 남편은 찻집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차를 사주는데 다기에 꽃들의 향기와 새들의 노랫소리를 담아 마시는 다향은 너무도 좋았다. 그곳에서 여유롭게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두 즐거워하니 나도 참으로 보람차고 흐뭇했다.

 

  명절 때마다 그렇게 수월하게 지내게 했더니 며느리가 고마움을 아는지, 내 생일날 정성을 다해 음식이며 선물과, 손 편지를 건네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듬뿍 담긴 편지글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행복한 마음이 가득했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귀여운 손녀가 태어났다. 어린 아기가 생기면서부터는 우리 집에 오면 밖에는 나가지 않고 집에서 놀고 싶다고 했다. 아기를 기르니 얼마나 피곤할까! 아기가 순하지도 않은데…. 그래서 나는 우리가 아기는 보살필 테니 네 방에서 푹 쉬라고 했다. 그랬더니 쉬고 나서 오히려 제집에서보다 더 편하게 잘 쉬었다며 고마워했다.  

 

  몇 년을 그렇게 지내다가 올해 설 명절이 되었다. 평소와는 달리 하룻밤만 자고 제주도 친정으로 가겠다고 했다. 나는 물론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아침 설거지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서 떠났다. 나는 시간이 그렇게 되는가 보구나 하고서 비행기 안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한 개라도 더 싸주려고 정신이 없었다. 제주도에 가서 잘 지내다가 일요일쯤 자기 집으로 가겠지 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집에서는 1박을 하고 제주도에서는 3박을 했단다. 나는 일정이 그렇게 되어서 그랬구나 생각했는데, 남편은 몹시도 서운한 모양이었다. 남편이 며느리 입장에서 조금만 더 생각하고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시댁 위주로 명절을 지냈으나 이번만큼은 처음으로 친정 위주로 지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이해를 해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했다.

           

  며느리가 건강하고 즐거워야 아들이 행복하고, 아들이 건강하고 즐거워야 내가 행복하다. 그래야만이 우리 식구 모두가 행복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며느리에게 『시댁은 어서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며느리가 시댁에 오고 싶게 하려면 더 편하고 더 인정해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6.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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