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꽃이 피니 행복하다

2018.10.20 06:26

변명옥 조회 수:15

구절초 꽃이 피어 행복하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변명옥

 

 

 

 들과 산을 눈처럼 하얗게 덮고 피어난 구절초는 파란 가을 하늘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구절초가 피어난 산을 맑은 강물이 감싸고 흐르고 한 쪽에 먼저 피었던 코스모스는 바람에 살랑거린다. 해마다 열리는 구절초 축제는 전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축제가 되어 올해도 넓은 주차장이 차들로 가득했다.

 

 구절초가 피면 올해도 또 다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축제 같다. 축제가 시작되면 넓은 강가에서 이젤을 펴놓고 그림을 그리던 L원장이 떠난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화폭에 구절초와 꽃구경 하는 사람을 그리더니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구절초축제장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나? 혹시나 하고 그녀가 앉았던 자리를 내려다보니 무심한 강물만 흐른다. 은은한 구절초향기를 맡으며 노랫소리를 따라가 보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공연장에 4명의 여자관객이 앉아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네? 천안에서 오셨다구요?

 “저도 천안에서 첫 아이를 만들었어요.

 노래보다도 이야기를 늘어놓는 가수가 안쓰럽다. 젊은 사람이나 좋아할 노래니 관객이 없다. 걸음이 불편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 아들이나 딸의 모습이 눈에 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풍경이지만 몇 년 뒤의 내 모습이 될지 몰라 가만히 지켜본다. 거의 언덕 위까지 올라와 화장실에 가야한다고 조르는 어머니 때문에 딸은 오르던 길을 내려간다. 저 딸은 손잡고 내려갈 어머니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고 있으려나?

 

 하얀 몽골텐트가 늘어선 곳에는 사람들 발길로 북적거린다. 어느 축제든지 먹거리 장터가 제일 인기다. 인삼튀김, 국밥, 두부백반, 파전, 막걸리 등 음식냄새가 진동한다. 구절초 꽃의 향기도 저만큼 물러서 있고 음식을 파는 사람들의 흥에 겨운 목소리만 가득하다. 한 편에는 도라지, 무장아찌, 찐쌀을 펴놓고 손님을 부른다. 청국장 한 봉지를 사들고 나왔다.

 

 친정 큰고모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못했다. 할머니는 막내고모도 그럴까봐 구절초가 피기 시작하면 산과 들에 피는 구절초를 뜯어다 말렸다. 큰 가마솥에 말린 구절초와 명태대가리를 넣고 삶아 졸이고 조려서 걸쭉하게 만들어 막내고모에게 먹였다. 해마다 가을이면 연례행사같이 막내딸이 결혼할 때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막내고모는 결혼하자마자 아들만 내리 3명을 낳고 건강했다. 딸에게 좋은 보약을 지어 먹일 형편이 안 되었던 할머니는 산과 들에 하얗게 핀 구절초와 싸게 살 수 있는 명태대가리를 넣어 막내딸의 보약을 만들었던 것이다. 구절초가 선모초(仙母草)라는 것을 어떻게 알고 정성을 쏟았을까?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여름의 가뭄을 이기고 어느 해보다 찬란하게 꽃을 피운 구절초의 자태를 사진으로 남기느라고 바쁘다, 사진 찍기 싫어하는 남편에게 모델료 준다고 했더니 못 이기는 척 제일 예쁜 꽃 옆에 선다. 서로 찍어주는 부부가 있어서 내가 찍어 주었더니 “복 받으실 거예요.” 했다. 환한 꽃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도 꽃처럼 밝고 환하다. 구절초 꽃이 있어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도 만나고 행복하다.

                                                                             (201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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