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스릴의 출렁다리

2018.11.04 05:44

양희선 조회 수:63

낭만과 스릴의 출렁다리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양희선

 

 

 

 

 가을 하늘이 맑고 푸르다. 여행한다는 즐거움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지독하게 무덥던 여름 내내, 가을이 어서 오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계절은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되면 제자리를 지킨다. 더울까 추울까 호시절, 안골은빛수필문학회는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와 청양군 정산면 출렁다리를 찾아 문학기행을 나섰다.

 

 여행을 할 때는 행선지에 대해 어떠한 곳인지를 사전에 알고 가야 그곳을 쉽게 이해 할 수가 있다. 흔히 사찰에 가면 수박겉핥기로 절 모양새만 훑어보고 아무런 느낌도 없이 돌아오지 않았던가? 이번 문학기행은 전 회장님께서 꼼꼼하게 사전 답사하여 견학해야 할 곳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공주시 사곡면에 도착하니 하늘은 맑고 상쾌했다. 기품을 풍기는 싱그러운 소나무가 산마다 그득했다. 오색으로 물든 단풍이 울긋불긋 수를 놓은 것 같았다.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아침에는 쌀쌀하더니만 입은 옷이 무겁고 덥게 느껴졌다. 양 무릎이 부실하여 오래 걷는 게 부담이 되었다. 아직은 참을 만하여 내색 없이 따라갔다. 가쁜 숨을 고르며 산등성이를 올라서니 백련암이었다. 일행들은 마애불을 보려고 뒷산마루로 올라갔다. 나는 산비탈을 올라갈 엄두를 못 내고 그냥 앉아서 쉬고 있었다. 이곳은 우리민족 독립운동의 지도자이신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명성황후시해에 가담했던 일본인 장교를 살해하고 수감되었다가 1898년에 탈옥하여 은신했던 곳이다. 마곡사에서 멀지않은 깊은 산중 백련암에 은거하면서 수행하시던 곳이다.

 

 백련암에서 한참을 쉬다가 큰길로 내려오는 지름길이 험난하여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를 눈치 챈 은** 선생님께서 손을 내밀어 부축해 주었다. 가슴 떨리는 젊은 나이도 아니고, 도움을 주려는 친절한 인정이 고마웠다. 남을 부축한다는 것은 무거운 짐을 끌고 가는 것 마냥 힘든 일이란 걸 잘 알기에 미안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선생님 덕분에 큰길까지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부질없는 넋두리를 하지만, 나이 이기는 장사는 없는가 보다.

 

 청양군정산면 천장호 출렁다리로 갔다. 출렁다리 입구에 세계에서 제일 큰 높이16m 고추와 구기자를 형상화한 탑이 빨간색 고추모양으로 세워져있었다. 청양군이 고추의 산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작아도 매운맛이 일품인 청양고추가 아니던가? 김치를 즐겨먹는 우리 한식밥상에 때려야 뗄 수 없는 게 고추다. 청양군민은 긍지를 가지고 고추를 만방에 내세울 만도할 것 같았다.

 

 천장호 출렁다리를 직접 걸어보니 어지럽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로프로 연결된 다리를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출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몰려와 함께 걸으니 더욱 더 흔들흔들 출렁거렸다. 길이가 207m나 되는 긴 출렁다리를 흔들거리면서 건너보는 낭만도 즐기고, 짜릿한 스릴(thrill)을 자아내게 한다. 호기심에 끌려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억나게 하는 출렁다리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출렁다리를 건너자 이빨을 들어낸 용과 호랑이의 모형이 천장호를 노려보며 위엄을 떨치고 있었다. ? 용과 호랑이 형상이 이곳에 있는 걸까? 의아했다. 표지판에 쓰여진 “용과 호랑이의 전설”을 읽어봤다.

이곳 칠갑산은 만물생성의 7대 근원인 ‘칠()’자와 육십갑자의 첫 번째이고 싹이 난다는 뜻의 갑()자를 써 생명의 발원지로 전해져왔다. 금강 상류의 지천을 굽어보는 산세에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어 칠갑산이라 전해져오고 있다.

칠갑산 아래 천장호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 승천하려던 황룡이 자신의 몸을 바쳐 다리를 만들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이를 본 호랑이가 영물이 되어서 칠갑산을 수호하고 있어 이곳을 건너 칠갑산에 오르면 악을 다스리고 복을 준다는 황룡의 기운과 영험한 기운을 지닌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복을 받고 잉태하여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이야기가 입으로 전해져 사실인 것처럼 꾸며진 전설이 그럴듯한 야사로 이어져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깊은 뜻을 품은 전설이어서 재미도 있었다. 칠갑산과 천장호 출렁다리의 전설을 되새기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일행들은 칠갑산 쪽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많이 걸어가면 다리가 아플 것 같아 쉬었다가 출렁다리를 건넜다가 되돌아갔다.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불어 흔들리게 하듯, 출렁다리도 사람들이 출렁이지 않으면 흔들거리지 않는다. 출렁다리를 사뿐사뿐 걸었더니 흔들리지 않았다. 나 홀로 천장호를 건너면서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봤다.  물은 환하게 속살을 내보이며 거침없이 낮은 곳으로만 흘러간다. 멀리 보이는 산풍경도 여유롭게 쳐다봤다. 찬바람에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이 울긋불긋 고운 빛깔로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붉은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비추이듯, 나무도 갈무리를 할 때는 최상의 찬란한 빛을 발하는가보다.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여 산이 있으면 물이 따르고, 양과 음으로 어우러진 대자연의 오묘한 신비가 경이로웠다. 사색(思索)하면서 홀로 걸어보는 여유도 괜찮은 것 같았다.

 

                                                       (2018.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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