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아들 내외를 만나다

2018.11.09 16:19

이진숙 조회 수:6

프라하에서 아들내외를 만나다

-프라하여행 89일-

 신아문예대학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프라하에는 콘서트가 열린다는 포스터가 여기저기 많이 붙어있다. 작은 갤러리나 박물관도 많았다. 특히 성당 문 앞에는 어김없이 콘서트 포스터가 있는 것을 보고 문화예술을 접힐 수 있는 기화가 많아 부러웠다. 우리도 구 시청 광장에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에서 ‘프라하 브라스 앙상블’의 연주를 들었다. 콘서트라고 하여 거창하게 생각하지만 작은 성당 내부에 약 40여 명의 청중 앞에서 혼신의 힘으로 연주하는 그들의 열정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특히 손쉽게 접하기 어려운 파이프 오르간 연주의 웅장함은 가슴 떨리도록 감명을 받았다.

 

 드디어 아들내외가 영국 에딘버러에서 두 시간 만에 체코의 프라하로 날아와 합류하게 되었다. 작년 여름 태국에서 보름간 같이 휴가를 보내고 근 1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동유럽 프라하에서.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창작활동에 열심인 아들 부부의 모습이 이젠 제법 멋지고 여유 있게 보여 엄마인 내 마음도 뿌듯했다. 모처럼 딸과 아들 내외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짧지만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식사는 아들내외가 에딘버러에서부터 예약을 해 놓은 멋진 식당에서 아주 고급스런 음식을 먹었다. 먹기에도 아까운 예쁜 디저트까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 예술가들의 생활이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모처럼 만난 엄마와 동생에게 이렇게 좋은 음식을 대접해주니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 저녁식사가 끝난 다음에 ‘몰타바 강’을 유유히 떠다니는 ‘재즈보트’에 올라 술도 한 잔씩 하고 흥겨운 뱃놀이를 했다.

 늦은 시각, 딸 지은이는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회사 근무 때문에 회사 근처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이제부터는 아들 내외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버스를 타고 프라하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체스키 크룸로프 역사지구’에 갔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도시는 인구가 체 2만 명이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곳이다. 반나절이면 둘러 볼 수 있는 동화 속에나 나옴직한 도시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비가 억수로 내려 은근히 걱정되었다. 가는 동안 빗줄기가 가늘어 지기도 굵어지기도 했다. 하늘이 맑아 졌다 새카맣게 변하기를 반복했다 기대를 잔뜩 했는데…. 다행히 버스가 도착했을 때는 빗줄기가 멈추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그림 동화 속 마을로 빠져들어 가는 듯했다. 먼저 출출한 뱃속을 채우기 위해 양조장에서 맥주도 마시고 음식도 먹는 곳에 들어가 맛있는 맥주에 취하고 맛있는 음식에 웃었다.  ‘체스키 크롬로프’에 있는 성에 먼저 올라걌다. ‘프라하 성’ 다음으로 큰 성이라고 한다. 돌산 위에 세워진 이 성에 올라가면 ‘몰타바 강’이 마을을 둘러싸고 흐르는 모습과 서로 지붕을 마주 대고 있는 마을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마침 비가 내리는 가을날에 촉촉하게 물든 단풍처럼 알록달록 붉은 기가 도는 지붕들이 마치 키 재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붙어 있어서 그 모습을 모두들 스마트 폰에 담아 두기에 여념이 없었다. 성에서 내려와 느긋한 마음으로 동네 골목에 있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의 모습 또 그곳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을 구경하며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아름다움에 취했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참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때 마침 오스트리아 출신의 표현주의 작가인 ‘에곤 실레’의 전시가 있어 그곳 전시장에 들렀다. 오스트리아 작가인 ‘크림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로 생전에 크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죽은 뒤에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작가다. 여행지에 와서 이러한 전시회를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이 마을에 오래 머물 수 없어 느긋하게 전시장을 둘러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늦은 시각에 ‘프라하’에 도착했다. 숙소로 오는 길에 와인과 여러 가지 먹을 것들을 샀다. 모처럼 술잔을 기울이며 아들 내외와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행복했다.

 

 ‘프라하’와 ‘체스키 크롬로프’의 아름다움에 취해 날짜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어 곰곰 생각하니 오늘이 남편과 만나 결혼한 지 4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렇게 무심할 수가….

 여행을 떠나 올 때 서로에게 미리 축하인사를 하긴 했지만 가정을 꾸린 첫날에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니, 그에게 스마트 폰으로 고마운 인사를 전했다늦은 시간까지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2018.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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