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와 애국가

2018.11.18 16:24

김학 조회 수:10

태극기와 애국가

김 학





맑은 날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 여럿이서 우렁차게 애국가를 부르면 신바람이 난다. 태극기와 애국가는 나라의 상징이다. 크고 작은 행사장에 가면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고, 애국가도 부를 수 있어서 좋다.
어떤 행사장에 가면 미처 태극기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태극기도 없이 ‘국기에 대하여 경례’가 이루어지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왜 그런지 요즘엔 태극기와 애국가가 푸대접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즘 행사장에서는 대개 애국가를 생략해 버리거나 잘 해야 1절만 부르기도 한다.
며칠 전 5백여 명의 문인들이 참석한 전국 규모의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다. 분명 식순에는 애국가 제창이 들어있었는데도 사회자의 말 한마디에 따라 애국가를 생략해 버리고 말았다. 몹시 섭섭하고 언짢았다. 공직에서 떠난 나 같은 사람들은 애국가를 부를 기회가 드물다. 그러기에 이런 행사장에서라도 큰소리로 애국가를 불러보고 싶다.
초등학교 때 배워서 그때부터 자주 불렀던 노래가 바로 애국가다. 요즘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곳은 드물다. 나는 애국가를 부르면서 가사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게 즐겁다. 그런데 애국가를 생략해 버리니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누구 한 사람 애국가 제창을 생략한 문제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는다. 으레 그러려니 여긴다. 애국가가 무척 섭섭해 할 일이다.
우리 조상들은 일제 때 얼마나 태극기를 그리워했고, 애국가를 부르고 싶어 했던가? 1919년 기미년 3월 1일, 일제에 항거하여 전국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흔들어대던 그 태극기가 얼마나 소중했던가?
애국가 역시 태극기 못지않게 소중하다. 일제 때 삼천리금수강산에서 마음 놓고 부를 수 없었던 노래가 바로 애국가였다. 만주나 미국 등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독립투사들이나 자유롭게 애국가를 부를 수 있지 않았던가? 빼앗긴 나라를 되찾자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목이 터져라 불렀을 애국가! 그 애국가를 자유롭게 부를 수 있게 된 이 시대에 왜 애국가를 생략해 버리는지 알 수 없다. 애국가가 오히려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C수필가는 식구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그리고 식구들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거실에 태극기를 게양하여 축하해 준다고 한다. 그의 수필집에서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무원 출신다운 발상이라며 박수를 친 적이 있다. 누구나 본받아도 좋으려니 싶다. 그렇게 되는 날, 태극기는 기뻐서 싱글벙글 웃을 지도 모른다.
태극기와 애국가는 군사정부시절에는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각급 기관에서는 날마다 같은 시각에 국기게양식과 하기식을 가졌다. 그때는 KBS1라디오에서 전국적으로 일제히 애국가를 방송했고, 그 노래에 맞추어 걷던 보행자나 달리던 차들도 멈추고 하기식에 동참해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국기에 대한 대접을 제대로 했구나 싶다.
태극기 못지않게 애국가도 제대로 대우를 받았다. 행사장에서는 꼭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극장에 가도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꼭 애국가를 불렀다. 그때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애국가 가사를 4절까지 줄줄 외울 수 있었다. 지금도 라디오나 텔레비전은 군사정부 때처럼 방송을 시작할 때나 끝낼 때 애국가를 송출한다.
요즘 길거리에서나 각급 관공서의 국기게양대에는 스물네 시간 언제나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번 태극기를 게양하면 그대로 놓아둔다. 그럴 때엔 태극기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를 철철 맞는 태극기를 보는 마음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우산이라도 받쳐주고 싶다. 그럴 때면 태극기가 군사정부시절을 그리워하겠구나 싶다.
곧 인천광역시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그때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시상식장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것이다. 올림픽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그럴 때 보이는 태극기와 들리는 애국가는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깊은 감동을 줄 것인가?
태극기와 애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설레고, 애국가를 들으면 감동의 물결이 출렁거렸으면 좋겠다. 또 나라를 사랑하는 이런 마음이 대를 이어서 우리 후손들에게도 연면히 이어졌으면 한다. 미국에 사는 둘째아들에게 태극기와 애국가 CD를 보내주어야겠다. 미국에서 태어난 손자와 손녀도 태극기를 그릴 줄 알고, 애국가도 부를 수 있어야 할 테니까.
(201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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