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그 하루살이

2018.11.22 04:48

홍성조 조회 수:7

김밥, 그 하루살이 인생

                                                신아문예대학 목요야간반  홍성조

 

 

 

 

 

 아내는 밤새워 김밥을 만들고 있다. 김을 펼치고 그 위에 하얀 쌀밥을 얹은 다음 오이, 당근, 게맛살을 넣고 참기름을 바른 후  둘둘 만다. 그 다음 먹기 좋게 잘라서 종이 상자에 담는다. 김밥을 만든 과정을 거들면서 나는 이런 상상을 해 보았다.

 

 김밥가족에는 엄마 아빠 더불어 22녀의 식구들이 있다. 그 중에서 쌀밥은 김밥가족의 중심이며 대들보이고 버팀목이다. 쌀밥이 중심을 잡고 버텨내야만 가족이 산다. 그래야 김밥도 완전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가장(家長)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아버지가 중심을 잃으면 그 김밥은 옆구리 터진 김밥이 된다. 최후에는 폐기처분한다. 결국 가정파탄의 결과를 가져온다.

 

 어머니는 헌신적이며 가족의 등불이다. 자식들을 사랑하며 항상 부드럽게 감싸준다. 김밥가족의 정신적인 지주인 김이 그 역할을 대행한다. 자식들의 불화에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푼다. 남편의 허물도 너그럽게 감싼다. 외부로부터 어떤 공격을 당하더라도 가족만은 보호한다. 치마폭 같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한다. 김은 둘둘 만 형태로 어떤 외부의 공격도 막아낸다.  빅토르 위고가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말한 바와 같이 어머니인 김은 강한 모성애를 나타낸다. 김이 약하면 쌀밥, 오이, 당근, 게맛살 등이 밖으로 삐져나온다. 따라서 어머니가 독한 마음을 먹고 찢어지지 않도록 가족들을 보호해야 한다. 문제아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김과 밥만 잘 준비되면 어떤 재료가 들어가도 군침이 돈다. 즉 어머니인 김과 아버지인 쌀밥이 잘 조화되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가족 중에 성질이 찬 오이는 큰아들 역할을 한다.  큰아들은 아버지와 종종 마찰을 일으킨다. 그는 가끔 문제를 일으켜 부모가 학교에 다녀오기도 한다. 큰딸 역할을 하는 당근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빨간 색상을 좋아하며 베카로틴 성분을 가지고 있어 맛의 효과가 탁월하다. 또한 당근은 멋을 부릴 줄 알고 낭비벽이 심하여 아버지의 마음을 가끔 아프게 한다. 이런 때 딸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어머니다. 냉동명태를 사용하여 묵 상태의 연육으로 만든 뒤 실처럼 뽑아 여러 결을 뭉치고 압축하여 만든 게맛살은 작은 딸 역할을 한다. 그녀는 자신의 황홀한 모습에 취해 예능 방면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막내아들격인 참기름은 각종 양념에 쓰이지만 고소하고 맛이 있어 항상 김밥가족의 재롱둥이이며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나중에 둘둘 만 김밥을 칼로 썰면 자투리가 나온다, 그것의 임자는 칼잡이가 차지한다. 김밥은 여자가 주로 만든다. 그래서 모계 사회을 형성한다. 쌀밥, 오이, 당근, 게맛살, 참기름 등은 어머니격인 김이 지배하는 장소에서 숨죽이며 살아야한다. 그중에 누구하나 반항하거나 그곳을 탈출하면 즉시 한쪽으로 팽개쳐버린다. , 버림받는 신세가 되어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먹히게 된다.

 

 김밥의 수명은 하루다. 하루가 지나면 사람들은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사정없이 쓰레기통에 버린다. 불쌍한 하루살이 인생이다. 허지만 요즈음 그 누가 기호식품으로서의 김밥을 싫다고 하겠는가?                                          

                                              (2018.11.22.)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27 받아들여야 할 운명 김현준 2018.11.20 4
1926 어머니를 그리며 백남인 2018.11.20 8
1925 전북노래자랑과 어머니 김윤배 2018.11.21 2
» 김밥, 그 하루살이 홍성조 2018.11.22 7
1923 가치있는 노년의 삶 백남인 2018.11.23 5
1922 농부, 빵모자를 쓰다 윤근택 2018.11.23 4
1921 웃지 않는 사람들 한성덕 2018.11.23 7
1920 수필 개론 두루미 2018.11.24 12
1919 거짓말로 사는 인생 한성덕 2018.11.26 6
1918 김장을 하면서 변명옥 2018.11.26 16
1917 콩밭매는 아낙네 김현준 2018.11.26 13
1916 달맞이꽃 백승훈 2018.11.27 6
1915 고드렛돌 윤요셉 2018.11.27 7
1914 한라산 등정기 곽창선 2018.11.27 6
1913 할머니의 연봉 정남숙 2018.11.28 7
1912 아주 낯선 방식의 모자들 최연수 2018.11.29 6
1911 지하수가 빚어낸 놀라운 예술 신팔복 2018.11.29 5
1910 낮에만 자는 가로등 홍성조 2018.11.29 28
1909 김장을 끝냈지만 이진숙 2018.11.30 54
1908 잠 못 드는 밤 이형숙 2018.11.30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