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진품명품을 보는 즐거움

2018.12.02 15:48

곽창선 조회 수:52

 TV진품명품을 보는 즐거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곽창선

 

 

 

 

 매주 일요일 11시에는 땡 소리와 함께 KBS-1TV에서 '진품명품 시간이 돌아왔습니다.’라 는 MC의 멘트로 방송이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최초 ‘9195년 방송을 시작한 뒤 20여 년이나 조상들의 손때가 깃든 애장품을 찾아 전국을 순회하며 방송되고 있다. 사회자 한 명에 3명의 보조 MC들이 감초 역할로 분위기를 띄우며, 각 분야 전문위원과 출품 의뢰인이 어울려 1시간 동안 구성지게 진행된다.

 

 지난시절 한 때 조상들의 얼을 찾아보려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넉넉한 지식이나 시간적 여유 없이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쉽게 접근할 수도 없었다. 때마침 공영방송에서 진품명품 프로그램 방송한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반가워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옛 물건 즉 수십 년이 지난 예술적 가치와 사료적 가치를 지닌 물품들을 망라해서 골동품骨董品이라 칭하는 것도 알았다. 어원은 골동, 고완, 고기로 불리다가 근래는 고미술품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로 TV에서는 411품이 방송되는데 금, , 석인, 편각, 칠기, , 거울, 서화, 벼루, 유기, 각종 장식품 등 다양한 소장품들이 대상이다. 현재는 11품보다 더 세분화된 분야를 찾아 방송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흥미진진하게 출품된 작품의 연대, 기법, 용도, 작자 등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도자기, 문구, 서화 등에 그려진 문양은 부귀영화나 건강, 다산, 공명 등이 담겨있고 그 의미가 품은 뜻은 작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출품작 하나하나에 담긴 함의와 용도의 다양함과. 평소 보고 듣지도 못한 희귀한 여인들의 애장품이며, 지역마다 다른 생활상을 엿볼 수가 있다.

 

 우리는 작품의 가치를 돈으로 판단할 때가 많다. 그러나 고완古玩이 풍기는 향취와 멋을 감상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시간에 단순한 오락이나 흥미를 넘어 선조들의 고아한 격조와 운치가 깃든 고완품을 감상하며, 그들의 호고好古의 취미와 풍류를 보고 배우는 시간이 된다가정에 골동품을 가지고 계신 분도 있고 구입해 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품에 대하여 먼저 기본 소양을 갖추어 잘보고 먼저 이해를 해야 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구입할 때는 돈으로 기본을 삼지 말고 이미 유명해진 물건이나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물건은 가급적 피하고, 새롭고 특이성을 갖춘 물품을 보고 구입하는 게 미래를 보장 받는 길이라고 한다.

 

 요즈음 '훈민정음해례본'의 소장자가 국가에서 천 억원을 준다고 해도 헌납하기 싫다는 보도를 접하고 놀랐다. 30여 년 전 대원군의 친필, 난 병풍을 떠돌이 고물상에게 헐값에 팔고 자리에 누웠다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집안에도 때가 찌들어 보기에 흉한 10폭 병풍 한 점이 있었는데, 이 병풍은 전란 뒤 아버지께서 백미 다섯 말을 주고 구입하셨다고 한다. 전쟁으로 가재도구가 소실되여 방안에 가리막으로 쓰려고 구입하신 것으로 아버지께서 귀히 여기시던 물건이다. 그런데 동네 애경사 때 찾는 이가 많아서 성가실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다 보니 손때가 묻어 보기에 흉해져서 언젠가부터 헛간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1970년대 초에 골동품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아버지가 작고하시고 병풍도 주인을 잃어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어느 날 동네에서 골동품을 고가에 매입한다는 소리에 솔깃한 어머니는 고물장수에게 병풍 등 집에 손때 묻은 물건들을 팔아 넘겼다. 보기 흉해서 버릴까 망설이던 물건인데 비싼 가격에 파셨다며 좋아하셨다. 어느 날 자초지정을 자랑삼아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아차하는 마음에 수집해간 고물장수를 수소문 해보니 주거가 일정치 않아서 찾지 못해 섭섭했다. 당시 선조들이 쓰시던 물건들을 헐값에 파시고 뒤늦게 후회하시는 이웃들이 많았다. 이렇게 전국을 돌며 헐값에 수집한 보물들이 국내 유수의 재벌이나 외국인의 손으로 돌아갔음은 통탄할 일이다. 우리 집에 있던 병풍의 작가는 고암 이응로 화백이었다. 한때 동독간첩단사건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었던 분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찾는 이가 적었으나 그 뒤 값이 급등해서 내 힘으로 구입할 수 없는 명품이 되었다. 현재 수 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일 것이다. 선조의 물건을 가볍게 여긴 소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때늦은 후회를 하며 기념주화나, 우표, 그림 등을 모아 보지만 기대는 없다. 한때 섭섭한 마음이 들었으나 귀중품은 임자가 따로 있음을 알았다. 이 같은 골동품들이, 보고 즐기는 애장품을 넘어 부의 상징으로 전락되어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진품명품 시간이 아니면 내 어찌 훈민정음해례본을 볼 수 있으며 역사적 가치를 헤아릴 수 있었을까? 어찌 조상들이 사용하시던 희귀한 새로운 물품들을 매주 보며 즐길 수 있을까? 이렇게 골동품에 담긴 뜻을 한 눈에 배울 수 있으니 참 다행한 일이다. 가끔 나름의 감정가를 추정해 보며 근사치에 가까울 때면 손뼉을 치며 좋아하기도 한다. 때론 의뢰한 소장품을 감정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웃고 우는 출연자들의 소박한 모습을 보기도 한다. 단순한 취미나 오락보다는 귀중품을 가려보는 안목을 기르고 진위를 헤아릴 줄 아는 감상능력을 배우는 시간이다. 한 점의 고완품에 젖어 보면 나도 모르게 작품에 취해 그윽한 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골동품을 보는 시간은 내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어떠한 삶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삶인지 그 길을 안내하는 것만 같다. 즐기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감정가가 나오면서 보조 MC들의 우승자가 가려지고 다음 시간을 예고한다. 참으로 유익한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2018.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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