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4 08:19
첫 눈이 내리는데
김수영 (2018년 12월 5일)
목화 솜처럼 하얀 눈이
장독을 덮고
초가지붕을 감싸고
까치밥으로 남은 빨간 감에도
싸리문 위에도
소리없이 내린다
온 천지가
소복입은 여인처럼
너무 하얘 눈이 부신데
내 마음에 발자국만 남기고 떠난 이여
그 발자국은 화석이 되어
하얗게 눈꽃을 피우고
사뿐히 걸어오는 환영만
아른거린다
가을에 낙엽실어 보낸 엽서에
초겨울 눈으로 불꽃놀이를 하나요
문풍지를 흔들다 잠이 든 바람
죽은 듯 고요만이 가득한데
내 마음 속에
눈꽃은 계속 피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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