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여동생

2018.12.18 05:41

김세명 조회 수:7

이종여동생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여동생 하나가 있다. 친 동생은 아니고 이종()여동생이지만 *곰살갑다. 이모님의 딸로 나보다는 세 살 어리다. 그 동생은 전주여상을 졸업했다. 나는 무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녀 그 동생이 부럽기도 했었다. 제대를 하고 아버지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을 때 나의 진로를 정해준 고마운 여동생이다.

 

 1967년 초여름 나는 제대하고 마당에서 콩털이를 하는데 이종여동생이 들어오며

 "오빠, 뭐혀?" 

 "보면 모르냐? 콩타작 하잖아?"

 "오빠, 이리와 봐! 오빠 머리 좋으니까 시험 한 번 봐바!"

 경찰시험에 응시할 것을 권했다. 나는 법제대의란 책을 사서 공부하여 그 시험에 합격했다. 원주 38사단에서 2주 훈련을 받고 그해 9월 1일자로 발령을 받았다. 나는 그로 인해 경찰이 되었고 오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여동생을 고맙게 생각한다.

 

  그간 잊고 지났다.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그 여동생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일속에서 장남노릇하다가 시골에서 대책 없는 삶을 살았을 걸 생각하니 아찔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농촌에는 희망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에서는 여기저기서 무장공비가 출몰하니 전투경찰대를 편성했다. 긴급하게 모집하고 배치했다. 처음 진안에 배치되었다가 정읍을 거쳐 해안가로 배치되었다. 남들은 고생이라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의식주가 다 해결되고 월급도 주니 구세주가 아닌가?

 

 근무의 고달품은 농사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뒤  2001년 말까지 근 35년간 전북 도내를 전전하다 정년퇴직하니 연금이 나의 노후를 보장해 주고 있다. 나는 공직자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없다.

 

 여동생과 매제는 나와 같은 직장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지금 생각하니 아마 매제가 경찰시험을 보라고 권했
을 것이다
. 당시 그가 무주경찰서에서 총각순경으로 근무하며 여동생과 사귀고 있었으니 추측할 만하다.

 

 살다보면 우연한 일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나에겐 그 여동생이 그랬다. 남녀간 결혼도 그렇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콩깍지’란 수필로 신인상을 받은 계기도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여동생과 나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퇴직 이후에도 수필가로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는 누이 둘과 남동생 등 8남매가 있지만 여동생은 없다. 이종 간이지만 그 여동생이 친동생보다 더 *살갑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옛일들이 생각난다. 내 동생들은 개성이 강해 나를 어렵게 했지만 그 여동생은 나를 많이 이해하고 도와주었다. 나의 한 평생 가장 고마운 사람은 그 여동생이다. 이제 나와 매제는 정년퇴직했지만 노년에 접어들어서는 더 여동생과 매제와 교류하며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고 싶다.

 

 수필을 가르치는 K교수는 나를 ‘되글로 배워서 말글로 풀어먹는 사람’ 이라고 평했다. 나는 그런 위인이 못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여기까지 온 건 대견스럽다고 생각한다. 내가 있기까지의 모티브는 바로 여동생 때문이라는 걸 잊지 않고 살고 있다.

                                                          (2018. 12. 18.)

 

 *곰살갑다: 성질이나 태도가 무척 상냥하고 다정하다.

 *살갑다 :훈훈하고 돈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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