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필쓰기

2018.12.20 09:03

서종남 조회 수:190

좋은 수필쓰기

서 종 남

Ⅰ.들어가는 말

수필을 창작할 때는 자신의 재능과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아가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발견하는 겸허한 자세가 요구된다. 겸허함만이 참다운 문학을 잉태할 수 있는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수필은 고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데 쓰이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삶의 편린을 하나하나 짜 맞추는 어려운 퍼즐 게임과도 같다. 고달픈 삶의 구도를 새로이 설계해 주고, 절망의 나락에서 희망을 싹틔워주는 고통스럽지만 희열이 가득한 문학적 고행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삶의 경지를 한 단계 더 드높이는 승화된 삶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Ⅱ.수필의 본질

수필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가의 심내풍경(心內風景)을 그린 문학이다. 따라서 수필은 자조(自照)의 문학, 즉 자신을 되비쳐 주는(self-reflect) 경지의 문학이다.

둘째, 수필은 관조(觀照)의 문학이다.

셋째, 수필은 회의성과 단백성을 지닌 문학이다.

Ⅲ.좋은 수필 쓰기

1.수필의 문장

수필작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문장일 것이다. 따라서 좋은 문장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가의 품격이 드러나는 진솔한 문장으로서 지나친 미사여구 없이 말끔하면서도 쉽게 쓰는 호소력 있는 문장이다.

둘째, 개성 있는 문체로 표현이 명료하고 교훈을 전달하나 직설적이지 않은 문장이다.

셋째, 지적 정보를 줄 수 있고 유머와 위트, 그리고 사타이어(Satire)를 내포하여 철학적 서정과 여운을 가슴에 남기는 문장이다.

2.수필 쓰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이론 습득을 거쳐, 폭넓게 읽고(多讀), 깊이 사유하고(多思), 끊임없이 습작(多作)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대상이든 승화된 경지로 형상화해야 하므로, 문학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없이는 이겨내기 어려운 노작인 때문이다.

문학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기술보다는 감성과 논리적 사고를 가지고, 모든 사물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미적 요소를 찾아낼 수 있는 통찰력과 안목을 지녀야 한다. 세심한 관찰력과 예리한 비판력을 가지고 진솔하게 논리를 전개할 때 독자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은 대화할 때 보다 더욱 세밀하게 의미전달에 마음을 써야 하고, 가장 적절한 어휘 선택이나 바른 문법 사용에서도 오인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고운 말, 바른 말 쓰기는 물론, 문장의 정확성, 명료성, 논리성 그리고 통일성이 요구된다.

여기서는 좋은 수필을 쓰는 데 필요한 요건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직접체험과 독서 등에서 터득되는 간접경험이나 사상 또는 가상 등을 정서적으로 순화하여 인생에 대한 새로운 의미의 해석을 영감(靈感)과 지성을 가지고 정리해 본다.

2) 좋은 주제나 글감이 떠오르면, 늘 메모해 두는 습관을 갖는다.

3) 글의 주제와 방향이 설정되면 그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한다. 주제와 소재가 구체화되면 아웃라인을 적어 본다.

4) 시작과 끝이 주제에 일관되도록 논리를 전개한다.

5)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쪽에서 중복된 단어나 어법을 피한다. 본인만 아는 어려운 어휘나 문장은 피하고 되도록 쉽고 설득력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6) 한 글에서 너무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하면, 자칫 주제를 벗어나거나 산만하기 쉬우므로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좁되 깊게 쓴다.

7) 글 쓰는 도중 막히거나, 마무리가 잘 되지 않으면, 시간을 두고 새로운 영감이(아이디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8) 뛰어난 해학적 감각을 활용한다.

9) 예리한 관찰력, 풍부한 상상력, 박학다식한 사고력, 깊이 있는 철학과 사상, 그리고 아름다운 감성과 지성을 겸비한 독특한 개성의 문장을 만든다.

10) 무의식중이라도 자신의 과시가 나타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11) 작가는 자신의 심내(心內)에 있는 메시지를 용해된 글로 전달하며 사람의 향기가 나는 글을 쓴다.

12) 독자의 뇌리에 사고할 수 있는 여유와 가슴 깊이 스미는 여운을 남긴다.

13) 자신만의 고유한 문체를 갖는다.

14) 지나친 수식이나 미사여구는 피한다.

15) 꼼꼼한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

Ⅳ.맺는말

오늘날 문단에는 작가가 참으로 많다. 그러나 그들의 창작에 대한 자신의 만족도를 밝혀 본다면, 그에 대한 답은 회의적이라고 본다.

특히 수필부문은 양적 붐으로 인하여 독자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질적 향상에 있어서는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너무나 여러 곳에서 등단이라는 관문을 통해 작가를 양산한 결과 그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창작에의 길은 진정한 진통과 고뇌가 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쉽게 글을 발표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는 수필가는 많아도 제대로 된 수필은 적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 수필의 현주소를 나타내 주는 윤재천의 논의를 보면, “우리나라의 수필이 발전되지 않은 이유는 비판이 없었고 참된 비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이런 말까지 있습니다. ‘수필은 독자보다도 수필가가 더 많더라’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입니까?”라고 지적하였다. “뿐만 아니라 수필이라는 것은 사실을 기록하고 경험한 것이나 험한 것을 사실대로만 적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것은 옛날 얘기이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필은 도전이고 어떻게 형상화시키느냐에 따라서 문학성이 있는 글이 되는 것입니다”라고(윤재천, <수필의 얼굴은 다양하다>, 『수필학』 제10호, 한국수필문학회, 2002.) 언급하고 있다. 이는 우리 수필의 발전을 위해서는 높은 안목과 시야가 요구됨을 피력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동안 수필의 형식에 대한 견해들은 무형식의 형식이라는 범주 안에서의 논의였다고 본다. 여기서 무형식의 형식은 고도의 질서와 필력을 요하는 것이지 무질서와 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수필에서도 서경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거나 타인의 이야기도 소재로 삼을 수 있으며, 자기 자신만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제3의 대상도 자신의 시각을 통해 새롭게 조명해 봄으로써 또 다른 개체를 형상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필 안에는 시 같은 문장이나 시를 인용하거나 쓸 수도 있는 시가 있는 수필도 있으며, 소설이나 희곡적 요소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점에서, 수필의 형식은 다양한 형식을 포용할 수 있는 ‘다형식’이라고 정의해 본다.

사람의 얼굴이 각기 다르듯 작가마다의 개성과 문체가 달리 살아나야 한다. 미래의 수필은 균형 속에서도 파격(破格)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세계성을 확보하고 글로벌(global)적 시각에 맞는 세계문학의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수필도 사회적 요구나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을 반영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높은 예술성과 문학성을 지닌 수필문학으로서의 전문성과 정체성(identity)의 확립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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