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크리스마스

2018.12.27 09:27

한성덕 조회 수:5

하나 된 크리스마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지 그 무엇인가에 시달린다. 목사라고 예외일 순 없다.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늘 새로운 설교를 준비해야하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목회를 조기 은퇴했더니 여기저기서 설교청탁이 들어온다. 갑자기 목사가 이동하게 되면 당장 설교할 사람이 없는 탓이다.

  현재, 전라북도 삼례읍에 꽤 규모가 큰 교회가 그런 형편이어서 설교자가 되었다. 성탄절 메시지를 고민하다가 “하나 된 크리스마스”라는 예화를 발견했다. 오래전에 영화로도 나온 바 있는 실제적인 이야기다. 그 얘기로부터 성탄절의 설교를 시작했다. 중간 중간에 독창과 이중창과 합창이 들어가는 이색적인 설교였는데, 대부분의 내용을 여기에 담았다.

  세계 제1차 대전은 1914628일부터 4년 동안 치렀잖아요? 프랑스와 독일이 전쟁 중에 있었습니다. 양국병사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그야말로 혈전이었어요.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전투를 마친 병사들이 막사로 돌아왔습니다. 쉬는 것도 잠깐, 내일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지요.

  그날이 바로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이었습니다. 양측 병사들의 마음이 착잡했으리라고 봅니다. 그날따라 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반짝거렸습니다. 때맞춰 부모님 생각도, 고향교회의 성탄전야제도,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도 간절했겠지요. 천사들이 내려와 병사들을 살포시 끌어안고 위로하는 듯, 더없이 고요한 성탄 전날 밤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적막을 깨트린 성탄절 찬송이 비단결 가락으로 들려왔습니다.

   이 부분에서 설교를 잠깐 멈추고, 무선 마이크를 든 채 회중석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내가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찬송가 4절중에서 1절만 불렀다. 그리고 다시 설교가 시작되었다.

  독일진영에서 들려오는 찬송이었습니다. 물론 전쟁 중이니까 여성이 아니라 남성군인이 불렀으리라고 봅니다. 양국 병사들의 귓전에 부딪히자 누구 한 사람 예외 없이 마치 산토끼가 귀를 쫑긋쫑긋 세우며 앞발을 들고 일어서는 것처럼, 움츠리고 있던 병사들이 하나둘씩 일어서는 모양새였습니다. 찬송소리는 프랑스 진영 전체로 퍼졌습니다.

  그 찬송소리에 맞춰, 이번에는 프랑스 진영의 한 병사가 화답하는데 저음의 베이스로 부르는 아주 멋진 찬송이었습니다. 어떤 사인도 없이 양국병사는 이중창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도 설교를 잠시 중단하고, 아내는 소프라노로 나는 베이스로 강단과 하단에서 이중창으로 불렀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광이 둘린 밤 천군천사 나타나 기뻐 노래 불렀네 구주 나셨도다. 구주 나셨도다.

찬송가 4절 가운데서 2절을 부르고 다시 설교가 이어졌다.

 

  성탄찬송은 천사의 노래로 들렸습니다. 전쟁에 지친 병사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전체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너나할 것 없이 양국의 전 장병들이 일어나 함께 불렀습니다. 그 찬송은 전쟁을 그치게 한 평화의 노래요, 눈물의 대 합창이었으며, 하나님도 감동하신 지상최대의 찬송이었습니다.  

  평화의 주님이 오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으로 강림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아기로 탄생하신 날입니다. 왜 오셨나요? 탄생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인간이 저지른 죄와 허물로 인하여 하나님과 사람사이에 원수가 되었는데, 그 사슬을 끊고 화목하게 하려고 오셨습니다.

  사랑하는 00교회 성도 여러분!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릅시다. 양국의 병사들처럼, 하늘의 천사들처럼, 소리를 모아서 다 같이 찬미합시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찬송입니다. 1절과 2절은 이미 불렀고, 예배 후에는 떡국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맛난 음식이 퍼질 수 있습니다. 나머지 3절과 4절을 부르고 마치겠습니다.

  설교자의 외침에 전 교인이 일어났다. 관현악과 피아노에 맞춰 합창이 시작되었다. 천정을 밀어 올리는 찬송이 온 누리에 퍼졌다. 세상은 평화로 넘실거리고, 천사들은 춤을 추는 듯했다. 은혜의 강물이 철철 넘쳐서 성도들의 가슴을 흥건히 적신 성탄절아침, 그 축하예배 설교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는, 약자와 가난한 자, 고통 받는 자와 소외된 자, 슬픈 자와 절망에 처한 자들의 ‘위로 자’로 오셨습니다.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고, 죄와 허물과 사망의 그림자를 걷어내시려고 오신 ‘구원자’십니다.

  이 성탄에, 독일과 프랑스 장병들처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한량없는 은혜와 사랑과 평화가 넘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탄생의 기쁜 소식이  나라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축복합니다.

                                                (2018. 12. 26.)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7 트렁크나무 문설 2019.01.07 40
386 성묘일기 이윤상 2019.01.06 27
385 마음과의 3초 전쟁 최정순 2019.01.06 36
384 이상한 결혼 풍습 구연식 2019.01.05 246
383 돈[錢]을 물고 있는 돈(豚) 홍성조 2019.01.05 37
382 화산공원 나들이 곽창선 2019.01.03 6
381 임실N치즈와 지정환 신부 최기춘 2019.01.02 5
380 2019년 신춘문예 당선 수필 모음 박세정 2019.01.02 128
379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2019년 당선 수필 이인숙 2019.01.01 9
378 버티며 사는 인생 한성덕 2019.01.01 5
377 작은 가도 정호승 2018.12.30 6
376 2018년 한성덕 가정의 10대 뉴스 한성덕 2018.12.30 4
375 아버지학교 입학 김용권 2018.12.29 13
374 뜻밖의 행운 김용권 2018.12.29 2
373 2018년 우리 집 10대 뉴스 이환권 2018.12.29 3
372 김장철만 되면 최정순 2018.12.28 3
» 하나된 크리스마스 한성덕 2018.12.27 5
370 2018년 우리 집 10대 뉴스 정석곤 2018.12.27 2
369 희망찬 새해 맞으세요 김학 2018.12.26 8
368 올해만 같아라 김상권 2018.12.2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