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학교 입학

2018.12.29 05:45

김용권 조회 수:13

아버지학교 입학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용권

 

 

 

 

  사단법인 두란노 아버지학교 전주 53기로 입학을 했다. 입학하게 된 동기는 교회 장로님께서 적극 권유를 하셨고 아내도 바라는 바였기 때문이다. 아버지학교 교육장소가 바울교회였기에 편했고, 평소처럼 교인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다.

 2018106()오후 4시, 강의실로 들어서니 얼룩무니 차림의 아버지학교 선배님들이 입학을 축하하며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고맙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미리 조 편성이 이루어진 대로 자리에 앉았다. 여러 입학생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익은 사람들이었다. 아버지학교가 바울교회에서 열리다보니 입학생 대부분이 바울교인들이었다. 간혹 타 교인 입학생들도 눈에 들어왔다. 내가 속한 조는 평상시에 잘 지내는 흰머리 삼형제가 우연치 않게 같은 조에 편성되었고, 고등학교 동창도 있어 분위기가 매우 편안하고 포근했다. 첫날이라 우리조의 명칭과 개인소개 및 조장을 선정했다. 우리 조의 명칭은 실버조로 명했으며, OO라는 분이 실버조 조장이 되시고 7명으로 구성되었다. 우리 조는 모두 바울교회를 섬기는 분들로 구성되었으며, 연령이 가장 높았다.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삽니다!”라는 슬로건을 모두가 외치며 강의가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영향력, 아버지의 남성, 아버지의 사명, 아버지의 영성, 아버지와 가정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지는 아버지학교는 만남의 기쁨과 친교, 찬양, 비디오영상, 함께하는 맛, 조별토의, 간증과 인터뷰, 강의, 세족예식 등 사랑과 정성으로 마련한 계획에 따라  4주 동안 모든 순서가 진행된다. 아버지학교는 성령의 작업장으로서 잘 구성된 프로그램으로서 모든 것들이 준비되었을 지라도 성령님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어떠한 방법이든지 변화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강의가 시작되면서 “한국인의 마음의 문제와 아픔의 원인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아버지의 영향력, 아버지의 4대기능,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으셨습니까?, 나의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으며, 나는 지금 어떠한 아버지인가라는 과정이 펼쳐졌을 때 나의 과거와 그간의 모든 행동들을 되돌아 보았다. 이렇게 토요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5시간 수업을 했지만, 진행하시는 교수님이나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하고, 때로는 괴로움, 솟구치는 서러움, 탄식, 행복함이 뒤죽박죽 버무려질 때쯤, 분위기가 엄숙하고 무거워 질 때는 찬양팀이 감정을 조절해 주었다.

 

 명색이 학교과정이다 보니 숙제가 주어졌다. '숙제', 얼마 만에 듣는 소리인가? 숙제를 내준다는 소리에 이구동성으로 ‘헐’ 이라 했다.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국민이 제일 하기 싫은 것 1위가 숙제라고 했듯이 분위기가 싸늘했다. 첫 번째 만남부터 매주 숙제가 있다고 했다. 오늘의 수업 주제가 ‘아버지의 영향력’인 만큼 기억나는 아버지에 대한 좋은 인상 및 잊어버리고만 싶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을 각자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오라는 것이었다. 오늘은 이렇게 수업이 끝났다.

 

 귀가길에도 숙제에 대한 생각이 앞섰다. 나의 아버지는 어떠한 분이셨지? 나는 아버지에게 어떠한 아들이었을까? 나는 자녀들에게 아버지다웠나? 아이들은 나를 어떤 아버지라고 생각할까? 많은 생각과 고민이 엄습했다.

 막상 편지를 쓰려니 편지를 써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고, 손 편지라는 의미도 사라져버린 단어여서 쉽지가 않았다. 삼일 밤낮을 기억에 기억을 비틀고, 꼬집고, 뒤집어서 그동안의 느낌과 기억들을 흘러갔던 세월에 정성들여 씻어보니, 그동안 질곡의 삶속에서 알곡진 사랑을 가슴에 한 아름 보듬었다한숨이 놓였다. 아, 숙제는 역시 영원한 숙제구나 싶었다.

 아버지학교 숙제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반성했으며,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상처는 막을 수 없었다 할지라도, 우리가 아버지로서 자녀들에게 줄 경험은 충분히 선택할 수 있었으며, 우리의 자녀들에게 우리와 같은 아픔을 대물림 할 필요가 없으며, 그간의 아픔은 우리 자신 만으로 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얻었다. 과거와 미래를 여는 연결고리로서 아버지는 과거의 아픔을 오늘로 마감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첫걸음을 걸어야 할 것이다. 아들로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아버지로서 자녀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세우는 것, 그것이 새로운 가문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 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숙제를 마치고 나니 뿌듯하여 오늘밤은 잠자리가 포근했다.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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