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Korea

2019.01.18 10:47

이진숙 조회 수:4

Welcome to Korea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5년 만에 아들내외가 집에 왔다. 아니 처가에 왔단다. 5년 전에도 하나뿐인 처남이 장가를 간다며 왔었다. 그러더니 어빈에는 장인어른 칠순이라며 왔다.

 우리 내외는 그간 서너 차례 그곳에 가서 그들과 같이 오랜 시간 여행도 했었고, 또 재작년에는 모처럼 딸의 계획으로 태국에서 가족여행도 했었다. 나는 또 지난해 10월 ‘프라하’에서 아들내외와 같이 여행을 했었다. 하지만 며느리의 부모님은 그들이 에딘버러에 유학을 가서 영주권이 나온 지 2년이 넘도록 한 차례도 그곳에 간 적이 없다. 그러니 딸을 보고 싶은 심정이야 오죽할까!

 다행스럽게도 그간 두 번의 큰 행사 덕에 그나마 딸과 사위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처가의 모든 행사를 다 끝내고 드디어 아들내외가 동생과 함께 전주로 내려왔다. 서울에서 출발했다는 전화를 받고 기다리는 시간이 마치 여기에서 에딘버러까지 비행기를 타고 열두어 시간을 가는 것만큼이나 지루했다.

 드디어 딸이 몰고 온 자동차 불빛이 창문 너머로 비쳤다. 우리 둘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현관을 지나 마당으로 한걸음에 달려가 대문을 열고 금방 멈춘 자동차 문 앞에 섰다. 차에서 내리는 아들과 며느리를 번갈아 가며 안아보고 덩달아 같이 온 딸도 안으며 마치 이산가족 상봉처럼 반갑게 끌어안았다. 집안으로 들어오자 우리내외에게 절을 하고 아들과 며느리는 집을 둘러보느라 부산했다.

 맨 처음 왔을 때는 잠깐 스치듯이 다녀갔었다. 그래도 그땐 가장 좋은 계절인 5월이었는데…. 새벽 1시쯤 도착한 아이들과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는데 아들도 나처럼 마음이 설렜는지 일찍 2층에서 내려왔다. 원래 아들은 성품이 자상했었다. 그런 아들이 외국에 살면서 오랜만에 왔으니 부모에 대해, 그리고 집에 대해서,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개들에게까지도 궁금한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

 외손자들이 핀란드로 떠난 뒤 모처럼 집안이 북적거리니 좋다. 밥상을 차리면서도 신바람이 났다. 차곡차곡 정리해서 넣어 놓았던 수저도 모처럼 바깥바람을 쐬고, 밥그릇들도 덩달아 나와 덩실 덩실 춤을 주는 모양새다. 조부모님과 외조부모님의 산소에도 다녀오고, 자동차의 뒷자리가 늘 비어 있었는데 모처럼 앞에 부자가 나란히 앉고 뒷자리에 고부간이 앉아 자동차 안에서 끝도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나도 아들 며느리가 있답니다!’ 하고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  

 아들 내외가 ‘한옥거리’를 구경하고 싶다며 나갔다. 나는 그새 서울에서 반갑지 않은 독감을 가지고 온 딸과 병원에 가서 진료도 받고 약국에 들러 약을 지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 저희들 지금 예수병원 응급실에 왔어요.”

며느리의 전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버스를 타고 나가다가 아들이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더란다. 가까운 병원에 가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여 오게 되었다고 한다. 전화로는 늘 ‘건강하다, 괜찮다, 잘 지내고 있다’고 했었는데…. 부랴부랴 병원으로 가니 응급처치는 끝난 듯 아들의 팔에는 주사바늘이 꽂혀 있고 응급실 안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느라 늦은 오후에야 ‘경동맥에 혈전이 약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전화로 어찌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을까?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마구 나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아들은 그런 나를 애써 위로하느라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진정이 되고 편안하게 며칠간 집에 머물렀다. 서울에 살고 있는 동생 집에서 며칠 지내고 싶다하여 다 같이 올라갔다. 연말을 같이 보낸 적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했다.

 지난 연말은 나에게 가슴 설렌 특별한 날이었다. 며느리는 모처럼 친정 부모님 형제들과 같이 보내고 싶다 하여 친정에 보내고, 우리 네 식구가 조촐한 송년모임을 가졌다. 이런 자리를 가진 것이 내 기억에는 십년도 훨씬 전이었으리라. 그 세월동안 아들은 예쁜 색시를 얻게 되었고, 딸은 무려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오롯이 네 식구가 모일 일이 따로 없었다.

 나도 기분 좋게 술을 한 잔 마시고 아들도 건강 때문에 참았던 술을 모처럼 마셨다. 역시 가족이란 함께 부대끼며 자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있어야 더욱 정이 깊어지는 모양이다. 그날 우리는 오래도록 서로 바라보며 이야기 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며칠 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들, 또 조만간 핀란드 식구들 곁으로 가게 되는 딸,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지만 그들 또한 자신들의 가족과 함께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리라. 짧지만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큰 행복과 감사를 느꼈다.

 3주간의 일정으로 왔는데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내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번개 같았다. 녹록치 않은 예술가의 삶을 살며 각자의 예술세계에 대한 자부심과 그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아들내외를 보면서 자랑스러운 마음이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움도 들었다.

 무엇보다 본인들이 만족해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행복하게 사랑으로 가득한 가정을 꾸려가는 아들내외가 한없이 고마웠다. 우리 부부는 끝까지 아들내외를 믿고 응원할 것이다.

 Welcome to Korea! Kee Ryong and  Mi Sun.  

                                         (2019.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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