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산업단지의 시름

2019.01.22 15:26

이우철 조회 수:11

군산산업단지의 시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수요반 이우철

 

 

 

 

 군산을 가다보면 만경강과 동진강을 중심으로 해발 50m 이하의 호남평야가 펼쳐진다. 이곳은 20세기 이래 대규모 농업개발이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최대 곡창지대다. 군산의 내초도와 오식도, 비응도 등 섬지역은 20여 년 전부터 간척사업으로 바다를 육지로 조성하여 대규모산업단지가 들어섰다.

 

 2004년도부터 들어선 국가산업단지에는 현대중공업과 한국GM이 선두주자로 입주하여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을 선도해 주었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 등 700여 개 이상의 제조업체도 입주하여 기계소리가 끊일 날이 없던 지역이다. 서해안을 끼고 아름다운 공원이 들어섰으며, 근로자들이 몰려들면서 자연히 음식업과 숙박업, 아파트, 원룸촌 등 주거단지가 들어섰으며, 외국인근로자들의 유입이 많아 새로운 신도시를 형성했다.

 

 그러던 군산의 경제가 요즘 휘청거리고 있다. 상가마다 사업이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군산시내를 둘러보았다. 롯데마트에서 와이셔츠를 하나 살 요량이었다. 매장은 한산하고 와이셔츠 전문매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CGV 영화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관련 영화 ‘바다 그날’이 상영중이지만 대합실에는 누구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시내는 곳곳에 ‘한국 GM 군산공장폐쇄 철회하라’ ‘군산시민 다 죽는다’ ‘현대중공업 살려내라’ 등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어 있었다.

 

 원인은 그간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현대중공업이 이미 조업을 중단했고, 5천여 명 이상의 사원이 종사하던 한국GM도 사업폐쇄를 결정하여 조업율 10%대 이하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협력업체들도 사업을 중단하거나 탄력을 잃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자동차나 사람보기가 힘들어졌다. 많은 업체들은 궁여지책으로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있으니,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미처 허리끈을 매기도 전에 한숨을 지어야 할 지경에 이르러 군산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한국GM도 가동중단으로 지난 10년 간 구축된 시설 및 기술인력 등 사회적 손실액이 4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저렴한 토지를 분양받아 입주했으며 지역경제에 돌아가야 할 저리의 정책자금도 우선 지원혜택을 누렸던 기업이었다. 대기업으로서 마땅히 져야할 사회적책임은 어디로 갔을까? 아무리 이윤추구가 기업의 목적이라지만 수많은 근로자를 거느리던 기업이 일시적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이렇게 허망하게 문을 닫아야 한단 말인가? 땀만 팔아도 손해볼 것이 없으니 훌쩍 떠나도 되는 것일까? 장사에는 상도가 있고 기업에도 기업윤리가 있기 마련 아닌가? 그 피해는 그들을 믿고 사업을 시작한 주변의 자영업자들 떠맡게 되었다.

 

  새만금지역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를 앞두고 있다. 군산은 그 배후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강원도의 평창동계올림픽이 그렇듯 여기에도 공항은 물론 도로망 등 기반시설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전북권이 30여 년 간 새만금사업에 매달리는 동안 전남과 경남에서는 남해안특별법을 제정하여 낙동강유역개발, 순천만정원박람회, 여수해양엑스포를 유치하여 돈벌이를 할 수 있는 황금어장으로 바꾸어놓았다.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놓은 새만금사업이 큰 보람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일제시대에 개항된 역사적인 항구도시 군산은 그 흔적이 서려있는 근대역사박물관이 있고, 또 금강변에 백릉 채만식문학관과 철새도래지전망대도 있다. 물 맑고 경관이 뛰어난 선유도와 아름다운 고군산군도가 있다. 그 고군산군도를 중심으로 호핑투어(Hopping tour), 수상스키, 갯벌체험 등 서해안의 바다산업을 개발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조업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업자들에게 금융지원을 확대하여 위기를 잘 넘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2019.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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