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염둥이 천사, 나윤이

2019.01.27 10:43

김창임 조회 수:2

귀염둥이 천사, 나윤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내가 바라던 손녀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당연히 며느리를 보살펴 주어야 되는 줄 알지만 체력이 부족하여 산후조리원에서 조리하기로 했다. 며느리가 임신 중에 하혈이 조금 있어서 힘들었는데 산모와 아기 둘 다 건강하니 너무나 반가웠다. 아기의 모습은 며느리가 자주 동영상으로 보내주어서 집에서도 늘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30년 만에 우리 가정으로 내려온 천사는 생김새부터 표정과 눈길 하나로 일체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아들을 쏙 빼닮은 멋진 코와 입, 엄마를 닮은 빛나는 눈매, 훤하게 넓은 이마, 그리고 큼직한 귀, 우리는 신비감에 싸여 있다. 나윤 할아버지는 특히 영향력을 심하게 받아서 일찌감치 손녀바보로 등극했다. 참 신기하다. 하느님의 능력이 놀랍고 대단하다.

 손녀가 태어나니 우리 가족 전체가 의욕이 생겼다. 우리는 눈만 뜨면 스마트폰을 열고 사진을 보며 채팅, 밴드에서 댓글 달기, 동영상보며 웃기, 하루에 한 번 날아오는 사진을 보며 즐긴다. 아기는 보지 못한 채 스마트 폰 없이는 손녀와의 사랑도 못할 판이다. 백일이 되어서야 우리 집에 데리고 왔다.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보다 남편이 손녀를 더 좋아했다. 그이가 어찌나 예뻐하는지 아이를 손에서 놓지를 않는다. 나는 할머니이니 오죽이나 사랑스럽겠는가? 하지만 나는 남편처럼 손녀를 품에 안고 어리면서 예뻐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손녀가 내 속 마음을 다 아는지 할머니를 더 따른다. 남자는 여자보다 약간 두려웠는지 여자인 나만 따른다. 그런데 그 귀여운 손녀가 조금 까다로워서 잠을 자려면 그런 상전이 없다. 한참 울다가 잠을 자는 버릇이 있다. 자기 외갓집이 머나먼 제주도인데 그곳에서는 꼭 세 시간이나 울다가 지치게 되면 겨우 잠이 든다고 했다. 아마 갓난아기라서 비행기를 타려면 적응이 안 되어서 그런가보다. 우리 손녀는 이가 나지도 않을 때부터 고기를 잘도 먹는다. 어떻게 먹는가 보았더니 잇몸으로 먹는다. 신기하면서도 한편 걱정도 되었다. 씹지 못하면 체할까 염려가 된다. 그런데 우리 며느리는 잘도 먹인다.

  태어나서 6주가 되었는데 수영장에서 보트 속에 넣어둔다. 아이도 그대로 있다. 자기 친정이 제주도라서 그런지 아주 강하게 길들인다. 참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새 돌이 돌아와서 돌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분명히 순하게 있지는 않을 터인데 어떻게 할까 걱정했다. 아주 희한하게도 돌날부터는 그렇게 울지 않고 오히려 만나는 사람마다 눈웃음을 활짝 지어주며 아무에게나 품에 덥석 안기겼다. 정말 더욱 사랑스럽다. 며느리가 직장에 나가야 되므로 아직은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데 유아원에 보내야 했다.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유아원 교사들이 어떻게 다루는지 잘 적응했다. 그분들은 능력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잘 다닐 뿐 아니라 많은 것들을 배워 온다. 혼자서 스스로 밥 먹기, 그림그리기, 친구 사귀기를 배운가 보다. 참 신통하고 대견스럽다.

 요즘에는 걸음도 잘 걷는다. 넘어지는 일이 없고 위험한 곳은 다 알아서 조심한다. 길을 가다가 조금이라도 높은 곳이 나올 경우 약간 엎드려서 땅에다 손을 짚고 위험하다 싶으면 더 조심하고 있는 모습이 어떻게 대견스럽고 귀여운지 모르겠다. 여자 아이여서 그런가보다. 우리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모두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가끔 넘어지기도 했었는데 우리 손녀는 넘어지지도 않으니 아주 지혜롭다. 3년을 컸다. 그래서인지 말을 잘한다. 간식을 주면 자기만 먹지 않고 꼭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드리고 자기도 먹는다. 어릴 때와는 정반대로 누구에게나 잘 따르며 환하게 웃고 어깨를 쭉 올리며,

  “할머니!”

 라며 나에게 안긴다. 그 애교에 나는 넘어가고 만다. 아마 그 애교는 우리 며느리를 닮은 것 같다. 요새는 하모니카를 잘도 부는데 유아원에서 배웠다고 한다. 그야말로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하모니카를 잡고서 열심히 불고 있는 모습을 혼자 보기는 너무 아깝다. 아무 음이나 대충 불어대지만 그 모습이 더욱더 귀엽다. 우리도 어릴 때는 그렇게 귀여웠을까? 우리 손녀는 방안의 천사가 되고 만다.

                                                       (2016.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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