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

2019.02.17 05:16

이윤상 조회 수:4

명절증후군

   행촌수필,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이윤상

 

 

 

 

 

 설 연휴가 시작되는 22()114천여 명이 공항에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뉴스를 보았다. “국민대다수가 스트레스를 받는 명절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으로 제출되었다고 한다. 수십 년 전부터 여성들이 명절증후군(名節症候群)에 시달린다는 목소리는 해마다 높아만 간다. 명절을 지낸 뒤 이혼신청이 평소의 2.5배나 늘었다는 법률신문 보도는 놀라운 현상이다. 심지어 며느리 역할 포기선언까지 나왔다는 뉴스를 보면서 격변하는 세태에 만감이 교차된다.

 

 여성들의 가혹한 가사부담, 시댁위주의 명절풍습, 남자들은 고스톱이나 하고 술 마시고 놀면서, 며느리만 가사노동에 시달려야 하느냐는 불만이 높아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증후군을 피하기 위해 명절연휴에 외국여행을 택하는 가정이 해마다 급증한다. 출국장의 젊은 여성들은 시댁에 가서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는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가족과 즐거운 외국여행을 하니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시부모나 처부모도 동참하는 가정도 늘어간다니 좋은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자녀들과 함께 선물보따리를 들고 고속도로에서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부모님을 찾아가는 귀성행렬도 만만치 않다. 가히 민족의 대이동이란 말이 실감나는 귀성객이나 역귀성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노년의 부모들은 일 년 중에서 가장 기쁜 날이 외지에 사는 아들부부가 손자들을 데리고 와서 만나는 날이다.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대이동의 고통을 감내하며 명절에 모인 가족들이 서로 대화하고 끈끈한 정을 나누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날이 바로 명절이 아니겠는가. 명절을 외국여행으로 보낼 것이냐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가족과 만남을 위한 명절로 보낼 거냐 하는 이분법적인 논쟁은 이제 접어야 할 때가 되었다.  명절증후군을 해소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새로운 생산적인 명절보내기를 가족과 협의해서 여성들의 일방적인 가사노동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싱싱한 식품을 구할 수 있고, 차례상 제수음식도 주문해서 제시간에 맞춤으로 준비할 수 있다. 떡국 재료도 풍성하니 물만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집에서 전을 부치고 음식을 만드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지 않은가?

 

  21세기 가족공동체를 지향하는 명절은 가족 간에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아들 딸, 손자손녀들이 어울려서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윷놀이도하면서 웃음꽃을 피우면 더욱 정이 두터워지지 않겠는가. 사람과 사람사이를 갈라놓는 것은 벽이고 이어주는 것은 다리라고 한다. 특히 가족 간에 벽이 생기면 안 된다.

 

 벽은 탐욕과 시새움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두터워지고 다리는 믿음과 도리와 인정으로 놓여진다. 다리는 활짝 열린 마음끼리 만나는 길목이다. 살기 좋은 세상이란 사람과 사람사이에 믿음과 사랑의 다리가 놓여진 세상이다. 명절에 먼 곳에 사는 가족들의 만남이야말로 가족 간에 사랑의 다리를 연결하고 마음을 여는 절호의 기회이다. 너무나 명절증후군만 걱정하고 만남을 회피하면 벽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만 장거리 왕복 교통지옥을 해소하는 방안은 국가에서 국내항공을 확충하여 연차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이려니 싶다.

                                                     (2019, 2. 15.)

 

 

*名節症候群: 명절을 보내는 동안 심신의 피로와 스트레스 따위를 느끼는 증상. 과도한 집안일과 가족 간의 갈등이 주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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