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전주

2019.02.27 06:26

김용권 조회 수:9

내 고향故鄕은 전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용권

 

 

 

 

  내 고향은 어디일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고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다정함과 그리움을 강하게 주는 말이다. 그러나 문화가 발달하면서 사회적 이동이 많아지는 시대에 이르다 보니, 정작 ‘이곳이 고향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단어가 되었다.

 

 국어대사전에 '고향'이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본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에 기본증명서의 출생 칸에 기록된 출생장소, 다시 말해 물리적인 출생지를 말할 수 있다. 더 확장하여 살펴보면 영유아기를 보낸 출생지를 말할 수 도 있다. 현재 제일 대중적인 기준을 보면 주로 초중고 재학 당시 거주지나 학교 소재지로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정체성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곳이라고 본다.

 

  우리가 연어를 보고 회귀 본능의 물고기를 연상하지만 인간본성도 어느 정도 회귀성이 있다. 나도 한두 살 더해지면서 고향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출생지와 성장지를 찾아 이웃과 일가친척 및 동창들을 만나고 그동안의 안부와 생활상을 그리며 그 옛날 옛적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요 근래에는 ‘꿈에 본 내 고향’이라는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청년기를 지나 장년과 노년에 이르면서 고향을 생각하고 찾아가게 된다. 고향이란 일반으로 출생 성장지를 뜻하지만 나의 경우는 좀 다르다.

 

 사회적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살다 보니 고향이라는 의미가 뚜렷하지 않지만, 고향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고 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이다. 60여 년 전에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으며, 그 당시 질병이 많아 부모 곁에 있지 못하고 출생과 동시에 강보에 싸여 형편이 조금 나은 곳에 사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그야말로 어머니의 젖을 먹지 못하고 영. 유아기를 거쳐 유치원과 국민학교 4학년 때까지 충청북도 충주에서 살았다. 이후로 부모님이 계시던 전주로 전학하여 국민학교 등 대부분의 학창시절을 전주에서 보내며 성장했다. 출생한 곳은 진안군 주천면이고, 성장한 곳은 충청북도 충주이며,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전라북도 전주다. 대학졸업 후 첫 직장은 전라남도 보성군(아산재단병원)이었는데 여러해 뒤에 전주로(전주도립병원,전북대학병원)직장을 옮긴 뒤 익산에서(원광대학병원)근무하다가, 38년만에 정년퇴직을 했다. 이런 까닭에 고향에 대한 물음에 대답하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인간은 고향을 떠나보아야 고향의 소중함을 안다고 했듯이 객지의 서러움을 느낄 때 진정으로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도 생긴다. 이제 의미가 퇴색해진 환갑나이가 지나고 사회적 노인층에 가까워지는 시대에 이르다 보니 나도 고향을 확실하게 정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고향의 의미를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또 명목적인 출생지이든 간에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연고지를 고향으로 정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처는 마음을 변화시키고, 수양은 몸을 변화시킨다고 맹자가 말했듯이, 이제 고향의 범위를 확대해석할 때가 되었다. 내가 수필 쓰기 수련을 하면서 개인프로필에 출신지를 충주로 기록했지만 나름의 고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기해년己亥年부터는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에 全州라고 확실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내 고향은 바로 전주다.

                                                (20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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