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2019.03.08 05:39

김세명 조회 수:4

복수초(福壽草)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엄동설한 끝자락, 봄 향기를 실어 오는 계절이다. 두꺼운 얼음 속으로 물 흐르는 소리, 여기저기서 '우지끈 꽝'하며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희망의 싹을 틔우는 '봄노래'.  

 

 버들강아지가 두터운 각질 한 겹을 벗어젖히고 해님을 향해 미소를 머금은 수줍음이 바로 '봄소식'이다. 가슴을 열라. 마음을 펴라. 심호흡을 하고 봄기운을 마셔라. 들어오는 봄을 맞는 소극적인 마음이 아니라 두 팔을 벌려 봄을 맞으라. 운명을 개척하라. 이것이 봄의 의미요, 삶의 메시지다.  

 

 봄의 향기가 그리워 母岳산악회 회원들과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초리 봉래산을 오르다가 노랑꽃을 보고 감탄하는 여자 회원에게 기사도를 발휘하여 그 꽃을 꺾어 등산모에 꽂아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뒤에 따라오던 회장이 그 꽃을 보고 아주머니는 복과 수를 꺾어버렸다며 그 꽃이 복수초라고 일러 주었다. 듣고 보니 무심코 한 나의 행동이었지만 그 야생초에게는 미안했다.  행복과 장수를 상징한다는 福壽草는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눈 속에서도 피는 달맞이꽃 비슷한 노랑 꽃이었다.  

 

 40여 명의 회원들과 산행을 하니 봄소식을 알리는 야생초가 꽃을 피워 우리를 반겼다. 이곳에는 세 가지 명소가 있단다. 정상에서 보이는 수려한 다도해, 3만 주의 울창한 80년생 삼나무 군락, 그리고 우리나라의 우주센터가 그것이다. 또 이곳은 야생 복수초의 군락지라는 것이다. 벌써 봄소식을 알리는가? 노란 꽃을 피우는 이 야생초가 무척 감동적이었다. 복수초 꽃말은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슬픈 추억과 영원한 행복이다. 복수초는 이름자체에 복과 장수의 바람을 담고 있다.

 

 한방과 민간에서 진통제·강심제(强心劑)·이뇨제(利尿劑)로 사용하지만 유독성 식물이다. 복수초는 이른 아침에 꽃잎을 닫고 있다가 일출과 함께 꽃잎을 펼친다.  활짝 핀 복수초를 보려면 오전 11시께가 가장 좋다.

 

  그런데 이 복수초 군락지가 훼손되어 지금은 몇 그루 없다고 한다. 나는 어린 시절 충남 부여 고란사로 수학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절 부근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풀이 무엇이냐고 선생님에게 문의하자 '고란초'라고 일러 주셨다. 그 뒤 어른이 되어 고란사에 들러 보니 고란초가 보이지 않았다. 주지 스님에게 물어보니 절 뒤란의 절벽 위를 가리키는데 그곳에 몇 주가 남아있었다. 그간 사람들이 고란초를 채취해 가는 바람에 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福는 누구나 살면서 갈구하는 가치 중 하나다. 오늘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이 먼 곳까지 찾아와 등산을 하는 게 아닌가?  복수초 군락지라는 걸 모르고 꽃이 하도 예뻐서 복수초를 꺾은 나의 행동이 부끄럽다. 아무리 자연보호를 강조해도 사람의 손이 닿는 곳은 어쩔 수 없이 훼손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나는 풀 한 포기조차도 꺾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2019.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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